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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2월 내내 거의 이 책을 끼고 지낸듯 하다. 시간이 되는 틈틈히 읽어간 이유도 있고, 동양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읽는 사이사이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두에 내건 화두는 "관계론"이다. 서구 사상이 개별 존재에 중심을 두고 부단히 서로 경쟁하며 자기증식에 몰입하는 "존재론" 중심이 사상이라면, 동양사상은 모든 것이 관계망속에서 존재한다는것이다. 그래서 동양고전을 관통하는 이 "관계론"의 사상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반추하고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창신의 담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저자의 동양고전 독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글 속에서 내게 던져진 화두와 같은 질문들이다. 화이부동, 서투름으로 도달하는 완성, 상선약수, 진보는 단순화다, 가슴으로 하는 사상, 실천으로 완성되는 사상,, 그리고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을 기존의 관념에서 해방시겨야 한다는 것..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생각의 주제들이 도저히 그냥 가만히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 듯 하다. 깊은 생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멀기만 했던 상념의 주제들이 되살아 온 것만으로 충분한 기쁨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 사유와 실천으로 육화 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그저 타인의 "찌꺼기"가 내 속에 쌓일 뿐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