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의 생활사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잔잔한 감동의 울림도 차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첫째, 저자 차윤정은 인간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숲을 이루는 개별 생명체들 각각의 삶으로 시선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러한 시선의 이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의 관찰과 연구는 인간의 지적탐구와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저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애초에 인간중심일 수 밖에 없다. 도대체 해충은 무엇이고 잡초는 무엇인가.. 나름의 생명은 모두 각자의 생명에 충실할 뿐이다. 오히려 자연과 조화롭지 못하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이 오히려 자연으로서는 자기증식밖에 모르는 암적인 존재는 아닐까.. 저자는 처음부터 이러한 거만한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다.
둘째, 숲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그 틀안에서 숲을 이루는 생명을 고찰 함으로써 생명간의 상관관계, 서로간의 투쟁과 협조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분석에의 탁월함이다. 진보적인 생태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혹은 불교와 같은 동양철학에서도 그렇지만 개별로 혼자 존재하는 생명은 있을 수 없다. 서로는 서로에게 보생명이다. 이 책처럼 그러한 사실을 잘 증명해 내고 있는 책도 드물 것이다.
셋째,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사려깊은 문체이다. 잠깐 한구절을 인용해 보자.
p131 "숲의 생명들은 철저하게 자연의 지배를 받고 있다. 빛이 없는 밤은 철저한 휴식의 시간이다. 밤의 휴식이 없이는 한낮의 치열함을 견딜 수 없다. ~ 밤을 뜬눈으로 지새는 올빼미는 자연의 여백이다. 밤을 어슬렁거리는 자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밤은 극단적인 반자연이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모두 다른 모습으로 읽혀진다. 똑 같은 사람에게도 때와 장소와 마음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딴 생각을 했고 잠깐 동안 집중하면서 인간의 오만함과 자연앞에서 겸허해야만 하는 인간의 당위를 깊은 울림으로 느꼈었다. 다른 분들은 조용한 숲속에 이 책을 들고 나가 아주 천천히 마음을 열고 읽으며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