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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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은 어쩌면 똑같은 일상이었지만, 잠시 여행을 다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글을 만나는 건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시작은 내가 하되 여행에서 생기게 될 우연스럽고도 운명적인 사건과도 같다.. 

 

지난날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운명처럼 만났던 작가와 책들이 생각나는데,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젊은날의 초상"이나 "데미안" 그리고 스무살이 넘어 읽었던 "인간의 굴레"나 "오래된 정원" "호밀밭의 파수꾼"등이 떠오르곤 한다.. 

 

난 그 책들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나 글 자체의 내용보단 글속에 빠져드는 느낌, 강요하지 않고 조용조용히 건네는 일상의 화두들, 내밀한 자아의 고백들, 고독, 나를 관통하는 사랑과 인간사이의 교류등을 떠올린다..   그건 정말 행복한 경험인데 그렇게 내 자신과 소통되는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작가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달의 궁전"은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그런 느낌을 되살려 주었다. 그동안 내 스스로가 여행을 떠나기 주저한 탓도 크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있던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 여간한 즐거움이 아니다..  

 

행복이란 어쩌면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야 그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음을 깨닫게 되니 말이다. 폴 오스터가 "달의 궁전"에서 던지는 삶의 화두들은 그리고 삶에 응하는 개인의 태도들은 그 동안 나태하게만 살아왔던 나를 저 밑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자본이 말하는 나태가 아니라 정신을 방기하는 나태함을.. 

 

이제 마흔다섯권의 책 중에서 두 권을 읽었다.. 지금을 행복이라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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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소년 현대 문학선 10
이순원 지음, 이정선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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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책장을 덮지 않고 단숨에 읽은 건 아마도 이미 지나버린 10대에의 향수와 공감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며 주인공이 하는 생각..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다하고 있는 어떤 것을 나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야 어떤 후회거나 소외감처럼 조금씩 내 가슴에 스며들었던것이다.... "

 

어쩌면 삶이란 그렇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 있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만의 선택을 하게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앞만 보고 걸어갈 일은 아니다.. 가끔 멈추어 주위를 둘러보거나 혹은 뒤를 돌아보거나 아니면 멀뚱이 하늘을 보더라도 가끔은 멈추어 서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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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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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또 한권의 소설을 오랜만에 단숨에 읽어 버린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으니 좋은 일이다..

 

내용을 떠나 신선한 형식의 소설이다.. 전설을 소재로 한 과거의 한 사건과 현재 시점의 소설한편을 소설속의 작가가 일일이 설명해 가며 내용을 전개 나간다..

그러니까 세가지 시점의 이갸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것이다..

 

아 소설가들은 이렇게 소설을 써 나가는 구나..

 

오랜만에 두권의 소설을 하루에 읽고 나니 지쳐 버린다.. 나만의 사유가 결여된 책읽기는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이 새벽까지 나는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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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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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읽는 김영하의 장편..

책을 읽는 다는 건 어쩌면 지금의 자신을 읽으려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자주 책을 덮고 나를 읽는다..

 

남파된 간첩과 세월에 찌들린 아내와 톡톡튀는 중학생 딸과 자신이 무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유식한 대학생과 어눌한 국가정보원 공무원의 이야기따위는 그저 허울일 뿐이다.. 그들을 통해 작가는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삶에 대해 많은 얘기를 건네고,, 나는 그중에 내게 절실한 말만을 열실히 골라 탐식한다.. 언젠간 다시 이 소설을 읽는 다면 그건 같은 허울의 완전히 다른 책이 되겠지..

 

그래서 책을 읽으면 책에 대해서 보다는 나의 내밀한 얘기가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내속에 번뜩이며 명멸하는 이 느낌을 건져내어 말 할 수 없다.. 그건 그저 명멸하여 사라질 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써 놓고 보면 내 자신조차도 나를 오해하게 된다..

 

지속되는 진실이라는게 있기나 한 걸까... 진실은 찰나의 벗이며 찰나와 유리된 진실은 이미 진실이 아닌게 아닐까..  내 머리속에 한부분을 꾹꾹눌러 지워버리고 싶기만 하다..

 

책속 폴 발레리의 말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생각하는데로 살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리라.." 나는 어느편에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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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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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나는 왜 책을 읽을까.. 

퀴즈쇼는 처음 신문광고에서 보았고, "88만원 세대"를 읽으면서도 접했다.

이즈음 20대의 자화상이라나.. 

중간쯤 책을 읽다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리뷰를 한번 훑어 본다. 

이러저러니 말은 많지만 결국 같은 관점의 말들뿐이다.. 취업,비정규직,세대착취

 

30대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잡다한 감정의 편린들 - 이를테면 신문의 경제면 너머에 있는 어떤것, 잊고만 있었던 소소한 감정의 흐름들, 술취해 떠들곤 했던 허황한 이상들, 자꾸만 두터워지던 내 굴레 밖에 있는 다양한 삶에 대한 섬뜪한 깨달음..- 이 웬지 죄스러 지는 것이다..

 

한 동안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에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주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분석과 더 확장된 세계관이다.. 

 

허나 문학은 작품속  곳곳에 숨어있는 은유에서 나만의 사유와 깨달음을 건져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소설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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