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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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은 어쩌면 똑같은 일상이었지만, 잠시 여행을 다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글을 만나는 건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시작은 내가 하되 여행에서 생기게 될 우연스럽고도 운명적인 사건과도 같다.. 

 

지난날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운명처럼 만났던 작가와 책들이 생각나는데,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젊은날의 초상"이나 "데미안" 그리고 스무살이 넘어 읽었던 "인간의 굴레"나 "오래된 정원" "호밀밭의 파수꾼"등이 떠오르곤 한다.. 

 

난 그 책들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나 글 자체의 내용보단 글속에 빠져드는 느낌, 강요하지 않고 조용조용히 건네는 일상의 화두들, 내밀한 자아의 고백들, 고독, 나를 관통하는 사랑과 인간사이의 교류등을 떠올린다..   그건 정말 행복한 경험인데 그렇게 내 자신과 소통되는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작가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달의 궁전"은 아주 오랜만에 나에게 그런 느낌을 되살려 주었다. 그동안 내 스스로가 여행을 떠나기 주저한 탓도 크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있던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 여간한 즐거움이 아니다..  

 

행복이란 어쩌면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야 그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음을 깨닫게 되니 말이다. 폴 오스터가 "달의 궁전"에서 던지는 삶의 화두들은 그리고 삶에 응하는 개인의 태도들은 그 동안 나태하게만 살아왔던 나를 저 밑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자본이 말하는 나태가 아니라 정신을 방기하는 나태함을.. 

 

이제 마흔다섯권의 책 중에서 두 권을 읽었다.. 지금을 행복이라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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