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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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란 책에서 난 어디부터 써야 할지 맘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앞부분은 정말 남성인 저자도 피해갈 수 없는 군생활동안 겪었던 성취행이란 상처와 기억을 남기는데 하물며 날 포함한 여자들에겐 오죽할까. 피해갈 수 없었던 그 상처를 어떻게 풀어서 써야할까 고민이 든다.


차라리 3장 첫사랑과 완전히 이별하는 법에 대한 파트가 그나마 이 책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연애만 못해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1장부터 7장까지 먼저 부담없이 읽을만한 파트를 고르자면 3장부터 권하겠다. 굳이 1장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나또한 성범죄와 그루밍의 피해자로써 읽기가 참 어려웠다.

저자는 남자인 자기가 겪을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철저히 무너졌다. 그래서 1장으로 맨먼저 선택한 게 아닌가싶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겪는 그런 경험들이 작가는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거다. 피해자인 자기를 가해자로 몰고가는 심리는 자기가 통제할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서그렇다.

또한 우리 뇌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할 수 있는데, 하필 장기 기억은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장소라서 상처엔 취약하다. 특히, 상처 받은 기억일 수록 장기 기억에 저장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감정적으로 기억하려 할 수록 오래 기억되기 쉽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래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해도 장기 기억으로 오래 남기 어려운 이유는 감정적으로 공부를 안해서 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그런 기억에 대해 더 열심히 기억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란거다.

3장 첫사랑편에서 '지후'라는 여성이 '민혁'이란 남자와 좋게 연애를 했는데 하필 그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완전하게 이별을 하지 못한 사례가 나온다. 내가 볼땐 외부적인 환경에 의한 이별이라 미련이 커서 그런것 같다. 일명 자이가르닉 효과란 심리학 용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갈등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보기라도 했다면 그렇게까지 미련이 남지 않았을텐데, 어설프고 어정쩡하게 뭔가 내면에 남긴채 이별해야 했으니 더 생각나고 기억이 날 수 밖에 없단 뜻이다.

하필 행복하게 사귀는 동안에 이별이라 어찌 첫사랑을 쉽게 보낼 수 있었으랴. 그나마 대처방법은 새로운 사랑에 빠지도록 나름 열심히 노력하던가 아니면 슬픈 사랑이야기라도 보고 듣는 게 그나마 그런 첫사랑을 덜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2장 학대편에선 막둥이인 아들이 자꾸 말썽을 피워 알몸으로 주택집 문앞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인데 거기 서서 벌받게 하고 때리기도 한 소년이 나온다. 그런 학대를 받아온 아들은 부모에게 실컷 따지고 화내봐도 돌아오는 건 싸늘한 변명뿐이라 그는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난 가정폭력가정에서 자라서 학대가 뭔지 잘안다. 그런 결과로 인해 내가 얼마나 부모를 원망하는지, 특히 아버지한테 악감정이 강했는데 울면서까지 과거의 일때문에 괴로워하며 따져봐도 자기합리화로 변명만 실컷 놓았더라. 어이없어가지고 정말 자기만 하나도 잘못없다는식으로 말하니 용서가 안되고 대신 체념만 들게 될 뿐이었다.




4장 펫로스 증후군 편에선 자신이 15년정도 같이 산 반려견이 끝내 죽으면서 그 후유증으로 인해 미친게 아닌가싶을 정도의 행동을 보이는 여성이 나온다. 굳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타인의 죽음을 겪으면서 곁에 남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좋은 추억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그 물건만 보면, 그 장소에 가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그 대상과 자신이 애착된 심리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애도하고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방법은 편지형식으로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좋은 추억이든 재밌는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다 써보는거다.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편집없이 토로하는거다. 그래야 죽은자와 애착된 상태를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5장 교통사고편은 학원에서 공부한 딸을 데리러 혼자서 차를 몰고 가다가 덤프 트럭이 자기에게 오자 너무 두려운 나머지 과감히 핸들을 꺾어 가로수를 박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원래 교통사고에 대한 인식이 먼저 강했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따지도 못했다. 그걸 취득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결혼전에 교통사고에 대한 이미지가 그녀의 두뇌에 각인이 되어 오죽했으면 차를 운전못하는 건 기본이고 아무리 남편과 차를 타서 조수석에 앉아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고, 하다못해 그 트럭과 같은색인 쥐색만 봐도 쥐색 물건들을 버리기까지했다. 그건 마치 파블로프의 개실험처럼 종소리와 먹이가 연합되어 종이 울리면 개가 침을 흘리는 조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럴때 이렇게 하면 된다. 첫째, 스트레칭 등으로 온몸을 이완시키고 둘째, 복식호홉을 한다.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오를 때까지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그 상태에서 점진적인 방식으로 자기가 두려워하는 대상과 단계별로 노출시킨다. 그 여성 같은 경우, 온몸이 이완이 된 상태에서 덤프트럭 사진부터 보는 식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러다 점차 괜찮아지면 진짜 쥐색과 덤프트럭만 봐도 훨 나아질 것이다.

6장 오염과 감염에 대한 얘긴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오염과 감염에 대한 공포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마치 결벽증처럼 말이다. 그 단어는 결코 정식용어는 아니고 '강박장애'라고 부른다. 어떤 청소년이 우연히 길가다가 음식물쓰레기가 터지는 바람에 입과 혀에 국물이 닿고 온 몸에 음식물이 찌꺼기들이 묻어서 온 날부터 강박장애를 겪데 된 이야기 나온다.

그는 하루에 한시간씩 자기온몸을 하나하나 골고루 닦고 그 다음 화장실청소를 두 번정도 한다. 들어갈 때 한번 나오기 전에 한번. 정말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열심히 닦고 또 닦는다. 그럼 불안감은 감소되지만 결코 그 장애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편으론 저자는 그런 증상을 공포증과 연계해서 생각한다.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선단(뾰쪽) 공포증 등등 아무리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에 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런 공포증을 겪는다.

나또한 낯선 앨리베이터에 낯선 사람들이 있으면 빨리 내리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울집 앨리베이터에 탈땐 결코 두렵지 않다. 그걸 폐쇄공포증이라고 있다고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모르겠다. 덕분에 내 자신의 심리상태의 원인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어딘가 갇혔다고해서 당장 내 목숨과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각 장의 인물들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으나 각 상황들에 대한 사례 묘사가 실제적이어서 대부분 공감이 갔다. 사랑하던 반려동물이나 사람이 죽었을때, 첫사랑을 완전히 보내지 못했을때, 오염이나 감염에 따른 강박을 떨쳐내지 못했을 때, 성폭행당한 기억을 잊지 못했을 때, 누군가 자기 자신을 심리적으로 조종할 때, 교통사고가 나서 그 후유증으로 괴로워할 때, 부모에게서 학대받은 기억을 잊지 못할 때...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하나씩은 그런 상처를 겪어봤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은 있지않나싶다.

이 책은 내가 어떤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된 건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아니면 주변인들의 그런 고충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 상처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포증의 원인을 대충이나마 발견되어 뜻깊은 소득이 되었다. 사소한 해결방법이 효과가 얼마나 있고 실천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시도해볼 만 할 것 같다. 적어도 상처들이 다양하게 콕콕 박혀있던 내겐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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