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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 - 세상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ㅣ 일하는 사람 5
고지인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1월
평점 :
55쪽
˝대학원 영상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영화에서 발췌한 짧은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가족끼리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딸이 문을 연다. 밖엔 아무도 없다. 저 멀리 아래쪽까지 내다보지만 길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쥐죽은듯 한산하고 고요하다.} 여기에서 영상이 끝난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영상이 어떤 내용이었냐 물었고 우리는 위 내용대로 답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영상을 한번 더 재생했다. 이번엔 달라진게 있었다. 이번 영상에는 중간중간 음악과 효과음이 입혀져있었다. ˝
{˝앗, 저기 불빛이 깜빡였는데요?˝/ ˝사람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는데.,˝/˝강아지인가?˝}
갑자기 새로운 목격담이 속출한다. 길 아래쪽을 내려다볼때 첫번째 영상에는 없었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음악이 보는이들에게 무언가 있을거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화면을 더 유심히, 샅샅이 살펴보게 만든것이다.
-> 첫번째 영상에는 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영상에는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 같은 영상이지만 어떤 음악과 효과음이냐에 따라 그 영상의 분위기나 다른 이야기들이 다르게 상상할 수 있겠구나싶었다. 실제 장면과 다른 장면에서 소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구나싶었다. 일명, 사운드 스토리텔링이랄까?!
57쪽
˝소리는 상상, 감정, 분위기, 이야기를 바꾼다. 지금, 잠시 이어폰을 꽂고 매일 듣던 똑같은 음악이 아닌, 독특한 분위기와 색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생해 보길 바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칙칙한 건물들이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고 그 사이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하늘도 여느 날과는 다른 색을 뽐낼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가 바뀌며 짧은 시간이나마 다른 공간을 여행할수 있을 것이다. ˝
-> 소리로 떠나는 여행 같다. 나도 음악을 들으며 매번 같은 길을 걸을때마다 내가 마치 뮤비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하고 낮과 밤에 따라 같은 노래라도 또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세상을 부쉴것 같은 노래가 들리는가하면, 어떨땐 세상이 날 부쉬는 노래처럼 들리기도한다.
65쪽
{소리가 좋지만 소리가 싫은 나의 직업병}
˝내 귀에 특정 소리를 거르는 필터가 있으면 좋겠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소리를 다루는 직업을 갖게 되면 이렇게된다. 예민함에 직업병까지 더해져 일상이 더 피곤해진다. 하루 종일 듣지 않아도 될소리까지 몽땅 찾아들으니 지칠 수 밖에 없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의 귀는 일하면서까지 헤드폰을 통해 소리를 또 듣는다. 전적인 고요가 절실하다. 소리가 정말 좋은데 소리가 정말 싫다. 큰일이다 ˝
-> 《제가 변호사가 되어보니 말입니다》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그 변호사 작가분도 직업병이 있더랬다. 그 변호사는 문서작업을 주로 하기때문에 우리말과 한자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매일매일 수많은 문서작업을 하느라 가끔 글자가 싫다고했다. 그래서 영화도 자막있는 영화보다 자막없는 우리말더빙 영화로 본다고했다. 난 원래 우리말 더빙을 좋아하지만 나도 때론 자막있거나 없는 영화도 환기차원에서 보게 된다.
이 사운드 디자이너분도 아무리 본인이 좋아하는 소리로 작업하는것이지만 모든 소리를 좋아하는건 아니다.
나도 그 점에서 동의한다. 말과 글을 좋아한 나도 모든 말과 글을 듣거나 알고싶어하진 않는다. 오죽하면, 외국영화를 보며 재밌게 보고 싶은영화인데 어느날 갑자기 안 들리던 영어대사까지 들리고 하다못해 한글자막이 저 상황과 맞아떨어지나? 혹은 이런 대사로 바꾸면 더 잘 어울릴텐데..등등 대사의 맞춤법,호환성까지 분석까지하니까 외국영화를 편히 못보게 되는 직업병까지 아닌 취미병에 걸렸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하는 직업을 가져도 직업병은 피할 수 없나보다.
169쪽
˝난 학생들이 소리가 내는 목소리를 듣고 소리가 만드는 이미지를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글자에서도 소리를 보고 풍경에서도 소리를 보길 원했다. 반대로 소리에서 이미지와 이야기를 끌어내 올 수 있기를 바랐다. 출강 첫 해, 학생들에게 과제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곡을 써 오라고 했을때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중략)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직접 녹음한 소리만 써서 작곡하기, 이미지를 음악으로 옮기기, 소리류 글로 대체해 표현하기 등 ˝
-> 역시 소리도 언어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그 소설책을 읽고 그림으로 만들어보는것도 가능하다.
192쪽
˝나는 왜 소리를 혐오하면서 소리에 집착할까. ˝
˝소리를 사랑하지 않고는 소리를 혐오할 수 없다. 소리에 미치지 않고는 소리를 혐오할 수 없다. 이 글은 혐오를 가장한 나의 사랑 고백이다. ˝
-> 결국엔 애증관계다. 지나치게 좋아하면서도 지나치게 싫어하는 감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