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는 연습 - 내가 아닌 것,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긋는 바운더리 심리학
테리 콜 지음, 민지현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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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엄마는 화장실에 있을 때 이런 말을 하십니다. ‘화장실 문은 왜 닫냐고, 혹은 왜 잠그냐고’말하시죠. 말뿐이게요. 그냥 닫았던 화장실문도 벌컥 열고 자기 할 일만 하고 나가버리죠. 이건 명백히 제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겁니다. 이걸 저자는 어떤 영역으로 부르는데 뭐라고 하시는 줄 압니까? 바로신체적 바운더리입니다.



바운더리란 뭘까요?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자아의 경계라고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밖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그 결과 바운더리가 모호한 회사에 들어간 뒤 아버지도 잃고 자신은 암에 걸렸다고 밝힙니다.

오직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삶으로 인해 만성 스트레스가 찾아왔고 그 결과 질병에 걸린거죠. 스스로 자기 바운더리를 보호하려는 노력한 끝에 여기까지 오게 됐죠. 자기만의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단 걸 그녀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바운더리의 주인이 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만약 바운더리의 주인이 되면, 건강하고 소통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고, 삶이 충만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운더리가 세워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하죠.

개인 바운더리는 안내책자와 같다고 했습니다.

“바운더리를 세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 경계를 넘어왔을 때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도 포함한다. 반복적으로 경계를 넘어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취를 취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우면 감정적으로 상처받지 않을 수 있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당신의 존엄성을 보존할 수 있다. 그렇다. 건강한 바운더리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당신은 귀한 존재다.

스스로를 여왕처럼 대접한다는 것은 자신을 방치해두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확고한 능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고 대답하는가는 바로 당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대하는 기준이 된다.”(56-57쪽)

바운더리 영역은 6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합니다. 여기선 좀 저만의 흥미로운 썰이 나올 듯 합니다. 첫째, ‘신체적 바운더리’는 바로 몸이죠. 누가 당신의 몸을 만질 수 있는지, 어떻게 만질 수 있는지 사생활의 거리를 어느 정도 지켜줄 수 있는지 정도 포함되죠.

저같은 경우, 가족내폭행으로 인해 신체적 바운더리를 침해받은 경험과 더불어 바깥에선 모르는 어린애의 머리통을 만지는 버릇 등이 그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되겠네요.

둘째, ‘성적 바운더리’는 당신은 어느 정도의 성적 신체접촉을 허용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고합니다. 어디까지 신체적 접촉을 허용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너무 많이 성적인 희롱을 수없이 당해왔기에 이성에 대해 신뢰가 안 가네요. 이젠 이상형만 부합한다면 성별따위 중요치않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네요.

셋째, ‘물질적 바운더리’는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의 물건을 보거나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이나, 옷, 자동차, 그밖에 당신의 물건들을 친구나 친척들에게 빌려줄 것인지 어떠한 상황에서 빌려줄 것인지 정할 수 있다는군요.

저 같은 경우, 어렸을 때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파스텔 한 개를 동급생에게 빌려줬는데 그 애가 부러뜨리고나서 가져와서 좀 속상했어요. 또한 언니는 남자들에게 하염없이 돈이건 자기몸이건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같아요. 말로는 투자라고하지만 정작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백수들이랑 사겨요.

자기가 개고생해서 돈번은 지돈이라면서 남자한테 준 돈은 아깝고 가족한테 주는 돈은 아깝나봐요. 어떻게 그렇게 거꾸로 될 수 있는지. 돈 못받으면서 돈 빌려준거라 착각하는 바보는 우리 언니말고 없을거예요. 마치 어떤 교회에 빠져 그 교회에 전부 돈을 기부해버리는 것과 같아요. 남자가 무슨 벼슬이 되는 줄 아나. 아, 사적인 얘기가 너무 길었군요. 암튼 물질적 바운더리에 침해당하는 것도 생각해보니 화가 나긴하네요.

넷째, ‘정신적 바운더리’는 당신이 어떤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는거죠.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흔들리지 않고 튼튼한 바운더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바운더리’는 당신의 감정을 책임질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남을 비판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함부로 충고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남탓으로 돌리지 않는다고합니다.

“남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감정에 거슬리는 질문을 하는 것들도 정서적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것이다.”(61쪽) 저랑 반대군요. 전 중고어플에선 톡으로 댁한테 상품 안 판다고 했고, 교회동생한텐 그러케 살지마라고 충고도 했었구요, 내가 계획과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면 곧바로 남탓을 시전하니까요.

제목만 보면 무슨 ‘일러스트 그리기 연습’책인 줄 알겠습니다. 표지부터 검은선이 양측으로 쫙쫙 그어져서 진짜 제목다운 책이라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이 '선을 긋는 연습'이란 책은 ‘예술’분야 서적이 아니라 ‘인문학’ 분야의 ‘교양심리학’서적이죠.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읽으라는거죠. 중간부터 읽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책은 그러면 효과가 별로 없다는 듯이 주장합니다. 또한 책제목에서 ‘선을 긋는 연습’이란 한국어 제목보단 어쩌면 ‘바운더리의 주인’이란 제목도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선을 긋는 연습’이란 제목이 더 와닿았지만, 내용과 잘 비례하는지는 판단이 잘 서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목차의 폰트 종류는 왜 세 가지였을까요? 그냥 두 가지로 하면 안 됐을까요? 그게 더 깔끔하고 보기가 더 좋았을거라 생각이 드네요. 폰트 종류의 통일성이 있었더라면 큰제목과 부제목의 연관성을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교양심리학 분야인 이 ‘선을 긋는 연습’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요. 한 4 가지를 반복적으로 제시합니다. 한 개의 본문이 끝날때마다 ‘핵심정리’란 항목이 있어요. 그건 ‘장마다 요점을 간략하게 써놓은 글’이에요. 그렇다고 그것만 읽어선 곤란해요.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반드시 앞서 써놓은 본문의 내용을 읽은다음 정리해두는 요점정리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나중에 이 ‘선을 긋는 연습’이란 책을 다시 읽을 땐 그 ‘핵심정리’부분만 읽어도 될 거예요.

그 다음, ‘자기 돌아보기’란 부분은 마치 설문지 조사처럼 네모 박스가 그려져있어요. 자기에게 맞는 항목에 체크하며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며 파악하는 용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내가 이렇구나’라고 자신을 알게 되는거죠.

그리고 ‘실전과제’는 각 장마다 끝에 있는 부분인데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기본과제’와 ‘심화과제’로요. 근데 저는 파악이 잘 안되더라구요. 어떻게 하라는건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자꾸 맨뒤(심화학습)을 보라고 하시니 난감했어요.

부록으론 ‘심화과제’들이 나옵니다. 챕터1에서 10까지요. 마치 ‘실전과제’의 깊이 있는 ‘심화편’을 보는 듯합니다. 진심 연습이 잘 될지 확신이 안 서는 왜인지 모르겠군요.



맨 뒤쪽편에는 ‘상황별 바운더리 대화법101’이라고 나옵니다. 상황마다 ‘대화문’예시들이 많이 나오는데 자기의 바운더리를 지키는 대화법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벌고 싶을 때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잠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30분 쯤 후에 다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등으로 말이죠. 그런 대화법은 실용적이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책이 두껍더라도 오래두고 읽을 순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내 바운더리는 어떤 영역의 어디쯤에 있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점검하는 자세로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건강한 당신의 '바운더리 권리'를 내세우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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