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신 북스(Scarthin Books)
크롬포드, 잉글랜드
서점 직원과 손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겨운 동네 서점
잉글랜드 크롬포트 피크디스트릭트에 위치한 스카신 북스의 초기 모토는 ‘소수집단 다수’를 위한 서점이었다. 이후에는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변경되긴 했지만. 데이비드 미첼이 운영하는 이 서점에서는 신간과 중고 책을 모두 판매한다. 직원도 없이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스카신 북스는 이제 12개 공간과 창고에서 직원 7명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스카신 북스(출처 www.scarthinbooks.com)
40년 가까운 세월을 거쳐 이뤄낸 성공에 대해 스카신 북스에서는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다른 일에 눈을 돌릴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성장했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그리고 ‘전에는 모두 서른 살 언저리였는데 이제 대부분 쉰 살이 넘었고, 조기 은퇴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마음과 싸우고 있으며 암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스카신 북스 내부(출처 www.scarthinbooks.com)
“서점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보세요!
즐거운 일이 생긴답니다.”
데이비드 미첼은 노샘프턴셔 주립 도서관에 매주 다니던 기억을 되살려 스카신 북스의 매장을 구성했다. 많은 책 사이로 통로가 미로처럼 이리저리 이어져 있어서 책장 사이에 할인 쿠폰을 숨기기도 쉽다. 예를 들어 높은 대들보에는 ‘아주 키가 큰 아버지께 드리는 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대들보에 아버지의 머리가 닿으면(받침에 올라서거나 까치발로 서는 것은 무효!) 3파운드 상당의 책 쿠폰을 드립니다!’ 데이비드가 좋아하는 곳은 아동 서적 코너다.
스카신 북스 아동 코너(출처: https://goo.gl/A2axqb)
“1년 반 전에 아동 서적 코너에 책장을 새로 설치한 뒤, 이 지역 설치 미술가 케이티와 클레어에게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어 달라고 부탁했죠. 와인과 피자를 대접한 뒤에 두 분만 서점에 남겨 두고 저는 나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8시 30분에 결과를 보러 갔죠. 천장에는 못 쓰는 책들을 붙여서 머리 위에 팝업북이 펼쳐진 것 같았어요. 조명은 천으로 감쌌는데, 동네 초등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린 천이었어요. 구석진 곳, 후미진 곳마다 종이로 만든 작품이 놓여 있었죠. 정말 아름다웠어요.”
“책을 펼치면 새들이 노래합니다.”
스카신 북스에서는 정말 신기하고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 서점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41년에 발간된 《야생 새의 노래(Songs of Wild Birds)》라는 책이 있었다. 책 안쪽에는 ‘이 책을 펼치면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한다.’라는 낙서가 있었다. 낙서를 쓴 연도는 1944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2010년 어느 날, 어떤 손님이 그 책을 구입해갔다. 그런데 며칠 뒤 서점 매니저 데이비드 부커는 책장을 살펴보다가 제자리에 다시 꽂혀 있는 《야생 새의 노래》를 발견했다. 데이비드는 그 책이 팔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책은 서점에 한 권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책을 꺼내 펼쳐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새 소리가 서점에 울려 퍼졌다. 알고 보니 그 책을 산 손님이 책을 집으로 가져가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새소리가 들리도록 특별한 장치를 설치한 뒤 다시 서점 책꽂이에 꽂아 둔 것이었다. ‘이 책을 펼치면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한다’는 1944년의 낙서 아래에 새로운 낙서가 덧붙었다. ‘이제 정말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