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터 북스(Barter Books)
노섬벌랜드 안위크, 잉글랜드
책장 위로 장난감 기차가 달리는 오래된 기차역의 추억이 스며 있는 곳
옛날 옛적에 기차를 사랑하는 잉글랜드 남자와 책을 사랑하는 미국 여자가 있었다. 그 둘은 대서양을 지나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남자는 용기를 내 ‘안녕하세요?’라고 적혀 있는 쪽지를 여자에게 건넸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3년 뒤 그렇게 만난 스튜어트와 메리는 결혼했다. 그리고 각자의 관심사를 합치기로 마음먹었다. 잉글랜드 북쪽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기차역 안에 서점을 연 것이다. 그리고 그 서점의 이름을 ‘바터 북스’로 정했다.
잉글랜드의 노섬벌랜드 안위크에 있는 바터 북스(출처 www.tenpennydreams.com)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 역사 안에 있는 일곱 개의 공간 중 하나만 썼다. 그러다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더 커졌다.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으로 손꼽히고, 놀랍게도 안위크에서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체가 됐다. 이런 자랑을 할 수 있는 서점은 많지 않다.
책장들 위로 모형 기차들이 달리고 책장 선반 위에는 시가 적혀 있는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꿈꿀 만한 공간이다. 예전에 대합실이던 공간에는 석탄 난로가 놓여 있고, 역장 사무실은 차를 마시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 책장 사이에 소파를 두어서 손님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벽에는 서점에서 화가들에게 의뢰한 그림이 걸려 있다.
바터 북스 내부의 그림(출처 www.barterbooks.co.uk)
이 서점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대중의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 영국 정부는 세 가지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두 종의 포스터가 1939년 여름에 배포되어 영국 곳곳의 상점 쇼윈도에 붙었다. 하나에는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 또 하나에는 ‘나의 용기, 나의 활기, 나의 결심이 우리의 승리를 낳는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포스터는 공습으로 사람들의 기가 꺾였을 때 배포할 목적으로 남겨졌다. 그런데 결국 세 번째 포스터는 배포되지 않았고 그것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00년, 스튜어트와 메리 부부는 서점에서 판매할 책을 경매에서 구했다. 그리고 책이 담긴 박스 아래쪽에서 먼지에 덮인 포스터 한 장을 발견했다. 포스터에는 ‘Keep Calm and Carry On(‘침착하게 계속 나아가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세 번째 포스터에 적힌 문구였다. 스튜어트와 메리는 그 문구가 마음에 들었고, 포스터를 액자에 넣어 바터 북스 벽에 걸었다. ‘Keep Calm and Carry On’.
바터 북스 벽에 결려 있는 ‘Keep Calm and Carry On’ 포스터(출처 www.barterbooks.co.uk)
그 포스터를 좋아한 것은 스튜어트와 메리 부부뿐만이 아니었다. 포스터에 관심을 갖는 손님이 아주 많아서 1년 뒤에는 서점에서 복사본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포스터에 얽힌 역사적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Keep Calm and Carry On’이라는 문구는 점점 널리 퍼져서 포스터, 머그잔, 카드, 티셔츠에 프린트되어 21세기의 첫 번째 유행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패러디를 낳았다.
내가 좋아하는 패러디는 ‘Keep Calm and Expecto Patronum!’(‘침착하게, 엑시펙토 파트로눔!’이라는 뜻으로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 주문을 넣은 것)이다. 물론 ‘Keep Calm and Read a Book’도 좋아한다. 세상에 ‘좋은 충고’란 없지만, 그래도 있다면 ‘침착하게 책을 읽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