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바지(The Book Barge)

리치필드, 잉글랜드

 

 

강물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배로 만든 서점

 

 

북 바지는 리치필드에 정박해 있다. 전장 18미터의 배가 서점으로 변신했다. 북 바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사라 헨쇼다. 서점 안에는 소파가 놓여 있고 간식도 있다. 여기저기에 타자기가 장식으로 멋지게 놓여 있다. 책장 곳곳에는 직접 만든 책 쿠폰이 숨어 있다. 사라 헨쇼는 북 바지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정박해 있는 북 바지(출처 The Book Barge 페이스북)

  

사라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바빴다. 배를 서점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고는 은행에 가서 스타트업 창업 대출을 받으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에 가서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 해야 했는데 사라는 사업 설명서를 단행본처럼 만들었다. 배로 된 서점이 얼마나 멋질지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버드나무에서 부는 바람의 그림들과 가상의 리뷰들로 책을 만든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바지선 묘사(셰익스피어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도 넣었다.

 

그녀가 앉은 빛나는 왕좌 같은

바지선이 물 위에서 불탔네. 선미루는 금빛으로

돛은 자줏빛으로 물들었네, 바람이 이들에게

상사병을 앓아서 향기도 자줏빛이니.

 

북 바지가 전설적인 서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사업 계획서를 끌어안고 사라는 더없이 다정한 미소를 은행원에게 지어 보였다. ‘이런 서점을 만들게 도와주세요! ~~~!’

은행원들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거절했다.

 

사라는 낙담하고 포기하는 대신 방향을 틀어서 두 번째 안에 착수했다. 가족에게서 지원을 받아 배를 사고 개조해서 2009, 드디어 북 바지의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사람들은 북 바지를 마법이라고 칭송했고, ‘세계 서점 베스트 10’ 같은 목록에도 많이 들었다. 북 바지가 여러 모로 마법이라 불릴 만하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마법이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마법이 매출로 이어져야 했지만 경기는 침체되고 서점 세계는 변화하고 있었다. 어느새 사라가 받는 질문은 왜 배에 서점을 차렸어요?’가 아니라 애당초 왜 서점을 차렸어요?’로 바뀌었다.

 

서점이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고, , 배를 개조한 서점인만큼 한자리에서만 책을 팔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이용하려고, 사라는 반년 동안 영국 운하를 도는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북 바지에는 주방이나 욕실, 화장실이 없었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해서 배가 도착할 곳을 미리 알리고, 그곳에서 책을 받고 욕실과 잠자리를 제공할 사람을 찾기로 했다. 사라의 계획에는 더 큰 뜻도 있었다. 책을 잠자리와 교환할 수 있다면 실제로 책이 가치 있다는 뜻이므로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북 바지의 주인 사라 헨쇼

 

용감한 행동이었다. 20115, 사라는 출발했다. 운하에 있는 암초의 위치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고, 매일 배를 정박하는 곳에서 과연 잠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폰 전화번호를 주고 음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상대를 크게 신뢰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반년 동안 사라는 15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여행했다. 배에서 비둘기를 길렀고, 도둑을 만났고, 전국 신문에 났고, 브리스톨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사라의 즐겁고 재미있는 책 떠다니는 서점(That Floated Away)에는 그녀의 모험담이 모두 담겨 있다.

 

활판 인쇄 워크숍, 아주 성공적인 독서 토론회 등 북 바지에서는 이벤트가 많이 벌어진다. 이따금 토요일 아침에 열리는 조찬 모임에서는 사라가 만들어주는 아침을 먹고 운하를 항해하는 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조찬 모임이 생긴 것은 사라의 애인 스튜 덕분이다. 목수인 스튜는 배에 화장실과 작은 주방을 만들고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독서 공간도 만들었다.

 

 

  

북 바지 내부 모습

 

 

사라는 최근에 또 다시 새로운 큰 모험을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프랑스 버건디 지방에 있는 니베르네 운하 주위의 땅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북 바지로 프랑스까지 항해하는 것은 사라가 늘 꿈꾸던 일이다(언젠가 흑해까지 가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사라는 스튜에게 매물 정보를 보여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프랑스로 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둘러봤어요. 정박 허가를 받기까지 거쳐야 할 긴 싸움, 농가 주택 안에 살고 있는 박쥐들과 주위에 둥지를 트고 있는 새들과 치러야 할 싸움 등을 생각한 뒤에 잠시 머뭇거렸어요. 그리고 우리가 프랑스어를 조금밖에 못한다는 사실, 이 벽촌에서 영어책을 살 사람들은 고작해야 30가구밖에 없다는 사실, 운하로 항해를 나가기에 충분할 만큼 고요한 바다를 기다리려면 아주 오래 걸린다는 사실도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웃고 또 웃으면서 그 땅을 샀어요. 우리는 바보니까요.”

 

프랑스 이주에 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라와 스튜는 1년 넘게 북 바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근처 헬스클럽에서 샤워하고, 사라는 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으며, 저녁과 주말에는 북 바지에서 일한다. 그리고 이 배가 집인지 서점인지를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커튼 사이를 들여다보는 항구 한가운데에 있는 배 안에서 잠을 잔다.

이것이 책을 파는 데에 헌신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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