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와 동짓날 밤에는 전등을 끄고 촛불을 켭시다. 그러한 캠페인으로 2003년에 캔들나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도쿄타워가 그 날 밤 조명을 끄는 등 전국적으로 캔들나이트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도쿄타워 아래에서 조명이 꺼지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오후 8시. 도쿄타워를 밝히던 오렌지색 조명이 꺼지는 순간, 하늘에 어둠이 되돌아왔습니다.


집에서는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캔들나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저녁식사 때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하고 양초를 켠 적은 있었지만, 모든 조명을 끈 것은 일 년 전의 일입니다. 캔들나이트 이벤트는 하지와 동지 두 번뿐이지만, 집에서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일부의 조명을 끄는 것과는 달리 모든 전기를 껐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촛불만으로는 식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 손끝까지 제대로 비춰주니 못하기 때문에 식칼을 든 손이 긴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캔들나이트를 하는 날에는 해가 지기 전에 식사준비를 끝내도록 했습니다. 먹기 전에 데우기만 하면 되도록. 일찍 만드는 만큼 자연스럽게 저녁식사 시간이 빨라집니다. 




촛불만으로는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모든 전기를 끄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텔레비전도 보지 않습니다. 그러자 저녁시간이 평상시보다 길어졌습니다. 어둠 속 작은 촛불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남편과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캔들나이트를 하는 날에는 평상시에는 차분하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불을 켜지 않는 날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됩니다. 그렇다면 그 제한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보름달이 뜬 날에는 달이 생각보다 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승달과 보름달은 그 밝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어둠 속에서는 목소리가 저절로 작고 부드러워집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마음속에 있는 생각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밤은 어둡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평상시 환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어둠을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생명체에게 어둠은 필요합니다. 두려움과 존귀함, 어둠은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캔들나이트를 거듭할수록 어둠에 익숙해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전등이 발명되기 전에는 분명 모두가 이런 밤을 보냈겠지요. 


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어둡기 때문에 가능한 일도 있는 것입니다. 평상시와는 다른 밤을 보내면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여러분도 캔들나이트를 해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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