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ㅣ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줄평
이 시리즈는 계속되어야 한다. 오래오래


요즘 망(한)사(랑)가 유행이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도 제일가는 것이 망사랜다. 애초에 사랑에 '성공'이 있나, 있다면 기준이 뭘가. 그게 뭐든 별로 마음에 안 들 거 같다. 사랑에 '기준'을 세우는 순간, 사랑이 작아지는 기분이니까. 그렇다면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준(자격)을 붙일 수 있을까.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사이에 두고 소설과 소설이 묻는다.


'정세에 합당하다'는 말은 '사랑'에 붙이기에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두 소설은 이 두 개를 함꼐 붙인 뒤 묻는다, 사랑에 시대의(사회적) 허락이 필요한지. 학화성의 하수도 공사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을 막는 것은 계급과 사회적 조건이었고, 박서련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성별이라는 조건으로 옮겨온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떤 사랑은 꺼내보일 수 없는 이유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긴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대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 듯 하나, 소설 속에는 기준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는 사랑이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남아있다고. 시대는 달라졌지만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 - 그때 우리가 선택한 태도에 관하여
김예원 외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 한줄평
편안과 불편 사이, 존재하는 사람들



세상은 내가 아는 세계보다 모르는 세계가 훨씬 많다. 그 많은 것들을 다 경험할 수 없고, 그 속을 들여다 보았을 때 편안함보다는 당혹감, 불편함, 어려움 등을 맞딱뜨린다. 그렇다면 우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까.


공익변호사, 특수청소부, 번역가, 소설가 등등. 다섯 명의 저자가 함께 글을 모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포착한 장면들의 기록이다. 어떤 장면은 내가 자주 생각했던 문제였기에 공감했고, 어떤 장면은 불편했다. 그들이 써낸 기록에 얇게 벤 기분이었다.


"그떄 나는 어떤 태도를 선택했는가"


이 책의 중심에는 위 질문이 서있다.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지만, 그보다 내게 남은 건 '이러한 상황들을 나는 앞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였다. 텍스트 위에서 차근차근이 아니라, 살면서 계속 지나쳐 왔던(지나쳐 갈) 것들을 이제는 잘 알아볼 수 있을까, 라는 물음. 조금 자신이 없다.


책을 다 읽고 쉽지 않군, 하며 덮었다. 읽기 어렵거나 불편해서가 아니다. 이 얇은 책에 꽤나 여러가지가 박혀있어서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잘 정리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몇 번 더 이 책의 책장과 내 마음이 뒤척일 거 같다.



#사소하지만뾰족한순간들 #양양하다 #인문에세이 #일파만파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 중국 첨단 지능화의 허와 실, 그리고 한국의 대응 전략
권석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줄평
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닐지도.



2025년, 단연코 미국이 1등이라 생각했던 AI 시장에 중국이 던진 폭탄을 기억한다. "딥시크". 당시 전세계 인공 지능 업계에는 '딥시크 쇼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들썩였다. 중국은 준비했던 거다,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첩된 보조금 제도를 바탕으로 양적 기반을 만들고, 그것을 발판 삼아 뛰어오르려 한다. 아니, 체공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책의 시선은 단순히 ‘중국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라는 아주 작은 칩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국가의 산업정책과 기업의 생존 전략,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대만의 존재, 그리고 한국의 선택까지 이어진다. 반도체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미래에 한 나라의 경제를 결정할 수도 있는 기반 시설이 되는 것이다.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기업 덕분에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꽤나 중요한 입지를 지녀왔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미국의 제재 범위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축소될 확률은 적고, 중국은 계속해서 양적, 질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기술 패권을 향해 달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하 할까.


저자는 경쟁 상대에 대한 과대 평가와 공포심에 지레 겁을 먹는 것도 문제지만, 과소 평가와 상대의 진면목을 외면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해와 설득을 위한 700p(가까운 분량)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결국, 이 긴 여정의 끝에는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가.



#차이나반도체라이징 #권석준 #사이언스북스 #경제경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 한줄평
하... 진짜 속상하다



『사랑에는 돈이 들어』. 제목을 보자마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럼그럼. 어떻게 사람이 사랑만 먹고 살겠어. 아...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랑인 척 유인하는 잡놈들이 그득했다.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전 세계적으로 로맨스 스캠 같은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에 만들어진 고립과 외로움이 사람들을 범죄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이게 디지털 기술과 만나 허상을 만들어 냈다. 범죄조직은 공들여 허상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돈을 빼낸다.


4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르포르타주. 이야기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롭다. 남편이 죽고, 자식과 친밀하지 않고, 가족과 외떨어져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가온 낯선 사람은 그들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돈을 내놓는다. 비록 상대가 진짜 사랑이 아닐지라도.


단편 하나하나에 빨려들어가 휘몰아치듯 읽었지만, 다른 앤솔러지와 달리 유난히 마음이 무겁다. 실제로 뉴스에서도 많이 본 사례들이라 마음이 쓰이는 이유도 있겠지만... 피해자의 모습이 어딘가 내 주변의 누군가와 닮은 구석이 조금씩 보였고, 인물들과 나의 거리가 유달리 가깝게 느껴졌다.


인간은 쉽게 고립된다. 일때문일수도, 관계때문일수도, 돈떄문일수도,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가능하다. 고립은 인간을 병들게 하고, 약하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야, 라는 말은 조금 줄여야겠다.



#사랑에는돈이들어 #박하익서윤빈김아직정명섭전현진 #나비클럽 #미스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 한줄평
『먼저 온 미래』와 《어쩔수가 없다》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책



세상은 풍요로워졌고, 서비스는 넘쳐난다. 점점 더 세상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며, 빠르게 돌아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람의 자리는 하나씩 지워진다. 그러다가 어느날 '일'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순일까?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는 걸까? 여가로 채워진 삶은 행복할까?


AI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매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순위가 있다. 10년 안에 AI에게 대체될(사라질) 직업군. 이전에도 기술혁명이 여러 직업들을 사라지게 했고, 동시에 다른 직업군의 생성과 문명 발전을 이끌었기에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경고한다. 지금 우리는 위험에 다다랐다고.


📖 6p
인공지능은 공장에서 팔을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라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로 등장했다.

📖 8p
우리가 정말로 빼앗기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감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는 인간의 '자리' 그자체다.


과거의 기술혁명과 AI는 다르다. 물리적인 부분의 문제들을 비약적으로 해결해주었다면 인공지능은 전혀 다르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판단의 영역까지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겼던 부분을 건드린다. 이는 단순히 몇 개의 직업군이 사라지는 게 아닌, '일'(노동)의 구조와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흔둘며, 결국 인간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감각'을 잃게 만든다. 여기서 저자의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노동의 종말 이후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타인과 세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은 어떤 직업군이 사라지고, 무엇이 살아남느냐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일의 의미'. AI가 우리 세계에 엄청난 속도로 침투했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한다.


📖 261p
인공지능이 인간의노동을 줄인다면, 우리는 단순히 소독을 어떻게 분배할지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연휴 동안 읽었다. 약간은 심란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책장을 계속 넘겼다. 사회와 기업은 계속해서 인간에게 '쓸모'를 논할 것이고, 시스템 속에서 나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된다. "인간은 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해.



#일이사라진세상 #이진우 #다산초당 #사회과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