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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타운
장세아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한줄평
나를 망친 사람을 망가뜨린다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집. 그런데 내가 잠깐 들인 사람들로 인해 그곳이 망가지고, 나 또한 훼손되고 짓밟혔다면? 더이상 그곳은 집이 아니다. (물리적, 심리적) ’집‘을 잃은 사람에게 삶은 지옥이 된다.
주인공인 심리 상담사 ’지수‘에게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 잠깐 집에 들인 낯선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 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요가원에서 지내던 그녀는 새로운 집을 소개받고 발을 들인다.
📖 25p
“뭐. 진짜 혼자서 안전하게 살 수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죠.”
여성전용 타운 하우스. 미혼의 여성 다섯 가구가 모여 생활하는 곳이었다. 완벽한 편의 시설, 철저한 보안, 오로지 1인 가구만 거주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안전한 곳. 이곳은 마침내 찾은 천국일까.
📖 144p
”우리 애는 가버렸는데, 그놈은 버젖이 살아 있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누구든 벌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도 벌을 내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해? 우리집은 엉망진창이 됐는데.“
새로운 출발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거라 믿었던 ‘세이프 타운’. 하지만 그곳은 또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뺑소니, 성폭행,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모여 단죄하는 곳, 가해자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기꺼이 서로를 돕는 곳이었다.
📖 165p
‘우리가 몇 명을 구한 건지 셀 수도 없을걸. 그냥 놔뒀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세이프 타운의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쓰레기’를 치운다고 여긴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 않지만, 약간만 떠밀면 굴러 떨어지는 게 그들의 인생이라며 사고를 계획한다.
가해자가 눈앞에서 죽는다면 피해자는 비로소 행복해질까?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를 직접 처단할 권리를 가지는가? 한 개인이 절대적 선을 지킬 수 있나? 가해자로 망가진 피해자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 소설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죄와 벌에 관한 질문들이 어지러이 머릿 속을 떠다녔다.
📖 271p
“커다란 그림 한구석에 아주 작은 흠집 같은 거라고. 그래도 그림은 그려야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쓰니? 불똥이야 엉뚱한 데로 좀 튀었지만, 나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인간을 손봐준 건데 신경 쓸 필요 없잖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꼈다. 한 개인이 절대적 선이 될 수 없다는 것. 단죄라고 했지만 결국 또다른 형태의 범죄이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다시 생겨난다.
주인공 지수는 가해자들이 자신처럼 고통 속에 살아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억울함을 느끼지만, 그들의 사고를 목격할 때마다 괴로워한다. 가해자의 나락, 삶의 종결에서 피해자는 비로소 새출발 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만이 답일까. 어려운 질문에 어려운 마음이 남는다
📖 작가의 말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은 경계가 모호하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악마가 찾아왔을 때, 도망갈 것인지,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인지도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그런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오랜만에 재밌는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내용과는 별개로). 읽는 내내 고민과 감정의 혼란으로 머리는 벅벅 쳐댔지만.
그래서 나는 궁금하다.
당신에게 복수를 제안하며 손을 내민 악마에게, 당신은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악마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