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카노 위픽
김유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그 시절을 견뎌낸 선희도, 그녀의 딸 해리도 각자의 수고가 참 많았다.



그것 때문에 그라나?


『와이카노』는 대구의 어느 재래시장에서 20년 넘게 운영해온 찬성칼국수 사장 '선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경숙'은 사장인 선희에게 퇴직금을 요구하고, 이를 '무슨, 시장에 그런 게 어딨노?'라며 딸 '해리'에게 전화로 하소연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소설 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세대간 갈등이 주제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좀더 면밀하고 개인적 마음의 궤적이 펼쳐졌다. 빚을 갚느라, 남편이 친 사고를 뒤치닥거리 하느라,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자신도 잊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살폈고, 정작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딸과는 멀어지게 된 사람. 그 사정을 따라간다. 이 책이 선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딸 해리에게 나를 자꾸 투영했다. 자꾸 예전 생각이 나서.

우리 엄마는 바쁜 사람이었다. 엄마의 통화 목록에는 내가 거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안부를 묻고, 웃고, 떠들고, 경조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챙기는 사람이, 나는 안 궁금한가 싶었다. 같이 살지도 않았는데. 몇 달에 한 번 전화를 걸어올 때는 1분도 채 안 되어서 늘 먼저 끊었다. 어떨 때는 그게 열받아서 내가 먼저 끊으려고 해봐도 번번이 실패했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확인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 수화기 너머의 엄마였다.


📖 엄마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어?
원망이었다. 감탄 아래에 깔려 있던 감정은 원망이었다. 선희는 깜짝 놀랐다. (...) 하지만 해리가 자신을 원망했다고 가정하자 해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해리가 원한 게 무엇이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친절이었다. 다정이었다. 해리는 선희가 손님에게 보이는 친절, 그 얕은 친절도 부러워할 만큼 엄마의 사랑이 고팠던 것이다. ___123p

📖 서로의 고생을 알아주려 노력하고 서로의 감정을 물어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책임졌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엄마의 시간을 알아주려는 저 나름의 노력입니다. ___134p


이제는 몇 번의 전화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자란 지금, 이 책을 덮고 생각했다. 아니, 다시 한번 이해했다. 우리 엄마도 이랬겠지, 원치 않게 지나가버린 것들이 많겠지, 잃어버린 줄도 몰랐겠지. 누군가를 책임지고 건사하는 일은 녹록치 않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선희 입장에서, 혹은 해리 입장에서 상대의 노력을 헤아려보길 바란다.



#와이카노 #김유원 #위즈덤하우스 #국내소설 #단편소설 #위픽시리즈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위뷰1기
#완독 #독서기록 #2025 #9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비겁해지지 마세요. 더 사랑하세요.


덜 사랑하면
덜 슬플 줄 알았는데


준 만큼 보답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지어 그게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인생 난이도가 다섯 단계 넘게 낮아질텐데.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이 사실을 종종 잊기도 해서 뒤늦게 마음을 줄여보려고 허우적거리곤 했다. 그게 될리가 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어떤 때에는 너무 커져버려 나를 뚫고 나와 당혹시키는 걸... 잘못 튿은 실밥처럼 후두둑 나오는 마음을 들키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덜 주고 싶었다. 아끼고, 숨기고, 남겨 두었다. 한 줌의 남은 마음들이 나를 지켜줄 줄 알고.

연고자들은 '태화'의 죽음을 계기로 그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윤아'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태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일주일 전 태화의 죽음이 명확해지고, 가족이 없어 무연고자로 처리될 그의 시신을 윤아와 지현은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려 한다. 혈연이나 서류로 묶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가족이었기에. 장례를 준비하는 며칠 동안 윤아는 태화와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휘어진 관계, 숨겼던 감정을 꺼내어 돌이켜본다.


📖 (...) 처음으로 그 애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 지겨워졌다. 위로만 바라는 그 애가 너무나 이기적이라서 화가 났다. 이제는 서서히 정을 떼는 편이 내 신상에 이로우리란 결론에 도달했다. 태화c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 웃게 하는 일,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일이 소모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때부터 나는 태화의 표정에 슬픔이 비칠 때, 그것을 심상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___75p

📖 나는 느슨하게 그 애를 붙들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나름대로 애를 썼다. ___76p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 맘처럼 해줬으면, 알아줬으면 할 때가 많았다.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수없이 되뇌여도 답답한 마음에 몸을 어쩔 줄 모르고, 말이 먼저 나가버리는. 그러다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그에게 마음을 끊어야 겠다는 결심으로 끝이 났다. 더이상 너에게 마음 쓰지 않는다고 온몸으로 표내고 싶었다. 거짓말도 연기도 소질없는 주제에. 그럴 때면 마치 내가 이긴 것 같았다.


📖 비겁하게도 덜 슬프려고 덜 사랑하는 법을 연마했다. ___84p

📖 깨달음은 언제나 늦고 후회만이 영영. ___103p

📖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거리를 두는 태도는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했던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극지한 사랑의 감정들,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서 부패한 마음을 소설 여기저기에 부려놓았다. 조금 난잡하고 징그럽게 느껴질지라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 ___작가의 말


하지만 마음을 덜 주려는 시도는 늘 실패로 귀결된다. 이겼다는 생각도 아주 찰나일뿐 금세 식어버린다. 그 후 다른 고통의 시작. 덜 준 마음은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안으로 파고들어 내 마음을 좀먹고, 끈적하고 물컹물컹한 부산물을 토해내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생각했다. 덜 사랑하는 척 하는 게 힘들까, 부패한 감정을 토해내는 게 더 힘들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결국 난 요령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연고자들 #백온유 #위즈덤하우스 #국내소설 #단편소설 #위픽시리즈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위뷰1기
#완독 #독서기록 #2025 #9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텍스트로 만나는 전설의 고향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횡단보도에 서서 헉헉거렸는데... 그래서인지 장편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원래도 단편을 좋아하지만, 평소보다 더 단편을 선택했던 것같다. 어느새 선선해진 밤 온도에, 유난히 치열했던 올 여름의 기온을 기억하며 공포 단편집을 집어들었다.

6명의 장르 소설 작가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귀신새 우는 소리. 서슬퍼런 푸른 색에 붓글씨로 적은 듯한 샛노란 제목이 적힌 책표지는 예스러우면서 동시에 스산한 느낌을 마구 내뿜는다. 너무 무서우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지역마다 전해져 오는 전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같달까?! 역시 k-호러는 권선징악 맛이 들어가야 제맛인데, 이 소설집에서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잠들기 전, 재밌는 옛날 이야기로 가을밤 보내시길.



#귀신새우는소리 #류재이 #이지유 #박소해 #무경 #위래 #북다 #국내소설 #공포 #호러 #호러앤솔러지 #전설의고향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일파만파독서모임
#완독 #독서기록 #2025 #9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이 소설밖에 모르는 바보...



☑️ 픽셔너리 : '픽션(Fiction) + 딕셔너리(Dictionary)' 의 합성어인 '픽셔너리'는 '나'를 픽션화하는 A부터 Z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수록한 '가상의 사전'.


출판사 북다에서 새로운 중편소설 시리즈가 나왔다. 작가를 픽션화하여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픽셔너리". 그 첫번째를 박대겸 작가가 열었다.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는 소설가 박대겸의 창작기가 담겨 있다. 2018년, 지금은 폐간된 「영향력」이라는 독립 문예지에 발표한 글을 시작으로 소설을 써오다, 잠깐의 정체기를 지나 몇 권의 소설을 내고 2025년에는 장편 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출간될 예정인 사람. 실제로 나는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를 구매했기 때문인지, 소설 초반이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실제 저서, 실제 지명과 장소 등에서 핍진함으로 다가왔다.


📖 "이 세계까지 왔나 보네."


소설로 읽히기 시작한 건 중반부터였다. 박대겸과 함께 사는 사립 탐정 에른스트. 사립 탐정이라는 직업은 내게 2D 안에만 있는 직업이라 현실성이 없게 느껴지는데, 그가 활동하는 세계는 더 놀라웠다. 멀.티.버.스. 이 세계관때문에 소동이 벌어진다.


📖 어떤 '나'인지 모른다면, 어떤 '나'라도 상관없는 게 아닐까. 생각은 맥락 없이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결국 '나'와 함께 도망칠 사람은 나밖에 없고, 그 말은 곧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나밖에 없다는 뜻 아닐까. ___147p


책을 덮은 뒤 잠깐 멍했다. 읽긴 다 읽었는데 뭘 읽은 거지, 라는 생각 3초. 그나저나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도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소설 속 박대겸이 대단하네,라는 생각 5초. 그 뒤 터지는 헛웃음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책장에 꽂혀있는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를 계획보다 빨리 읽어봐야 겠다.



#모든세계가하나였다 #박대겸 #북다 #국내소설 #중편소설 #픽셔너리1 #멀티버스 #메타픽션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일파만파독서모임
#완독 #독서기록 #2025 #9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을 여는 마음
안리타 지음 / 홀로씨의테이블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줄평 : 종이 위 문장 숲을 거닐며 가진 사유의 시간


올해 도서전이 열릴 즈음 안리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몇몇 인친의 피드에서 보였던 그녀의 저서들, 문장들이 수려하고 아름다워 필사하고 싶다는 리뷰. 그것들을 보며 작가의 언어, 단어들을 알고 싶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책이 참 깨끗하고 가볍다, 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확 띠는 디자인 없이 표지 위 간결한 단어들. 어쩌면 작가의 글과 같은 모양새였구나, 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분명하게 담긴 문장들이었다.


자신에서 번져 타인으로 나아가는, 다가가는 사유. 다른 존재가 있기에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음을. 글 사이사이, 문장 문장에 작게 떨리고 공명하며 읽었다. 계속 안리타의 글이 읽고 싶어 졌다.



📖 다정의 운명___48p
말로 다정을 만드는 사람은 늘 신중하다. 그들은 단어를 조심스럽게 골라 문장을 빚고, 지나치게 꾸미지 않으며, 가장 본질적인 온도만을 그곳에 담으려 한다. 말이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타인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말은 흘려보낼 수도, 휘두를 수도 있지만, 섬세한 이들은 그것이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안다. 말은 던져지고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를 맺는 약속이라는 것을. 자신의 말이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으 ㅣ심장과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___87p
우리는 아무도 한 장의 잎이 만들어낸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늬에 감동하지 않는다는 사실.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가을이었음을 감각하는 것 외에는 아무도 한 장 한 장의 잎을 사려 깊게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 쌓인 잎들을 헤치고, 주워든 이 한 장의 잎은 마치 내 삶과도 같고, 인생의 무게와 같아서 식어가는 잎에서 나는 문득 존재를 마주한다. 나는 무수히 쌓인 낙엽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 이 많고 많은 것 사이, 잠시 일부로 머물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잠시 살아감이라는 사실.

📖 우리는 얼굴을 모른다. 단지 마음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믿을 때, 나는 더 멀리 닿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이마를 짚어주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계속 쓰는 마음이 되었다. ___206p

#창을여는마음 #안리타 #홀로씨의테이블 #에세이 #산책기록
#도서지원 #서평단 #남주서재
#완독 #독서기록 #2025 #9월독서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