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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입니다 - 수동적으로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악인들에 대하여
데비 미르자 지음, 김미덕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르시시스트. 아이돌 노래의 컨셉으로 사용될 정도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단어였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현적'이라니??? 나르시시스트 앞에도 수식어가 붙을 수 있나? 이 형용사는 무엇을 뜻하지?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걸까. 이런 것들이 궁금했고 책을 펼쳤다.
불쾌하고 다정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고
벗어나기 위한 심리 가이드
(책 소개 참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르시시트는 '외현적' 유형에 속하는 경우이다. '내현적'이라는 것은 공개적으로 표가 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 분노, 공격성을 단호하지 않은 소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의미이다. 나르시시스트 특성에 외현적 유형과 내현적인 유형이 모두 포함되지만, 차이점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길 바라기 때문에 어두운 속성을 숨긴다는 것이다. 이 나르시시스트들은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신체적 학대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어 피해자들이 주변에 이야기하기가 더 힘들고, 그 전에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기 어렵다. 버려지거나 철저히 망가지기 직전이라도. 책에서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피해 사례를 언급할 때 '미묘한', '찜찜한'. '당사자만 아는' 등의 표현이 계속 나와서 나에게 피해자들의 감정이 명확하게 와닿지 않고 답답함도 조금 느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형태의 감정이 피해자들이 느꼈던거 아닐까 싶었다. 당사자만 내적으로 은밀하게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 세밀한 무언가.
내현적 나르시스트의 행동은 학대가 감춰진 상태로 행해지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이 나르시시스트의 피해를 경험하면서 자아의 혼란을 겪게 되었지만 주변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수년간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책을 본인이 직접 쓰기로 결심했고 이를 위해 피해자 지원 그룹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책은 1장에서 내현적 수동-공격현 나르시시스트는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해준다. 이후 2장 - 4장에서는 나르시시스트의 학대 패턴이 어떤지, 타깃이 되는 사람들은 누구이닞,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알려준다. 5장 - 11장에는 내현적 나르시시트들의 행동과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통제와 조종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사람들이 부모일 때, 직장 상사일 때, 배우자일 때의 상황에서 어떤 학대가 이루어지는 지 설명한다. 12장 - 14장은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를 경험한 피해자들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으며,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조언한다. 책의 목적에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데 있기도 하지만, 책에 쓰인 글들을 읽는 내내 저자가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계속해서 타깃이 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준다. 본인을 의심하지 않게 도와준다.
저자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중 하나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나르시시스트와도 연결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 결여되어 있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타인을 도구화 한다. 이러한 현상이 만연화되지 않게 하고 나르시시스트들로부터 착취를 경험하더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 공감, 연결 등이 필요함을 느낀다.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역시 내 주변에 나르시시스트는 없지~ 라고 단정하며 책을 시작했지만 읽으면서 몇 명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르시시시트가 맞냐 아니냐를 지금 당장 가리는 것보다 내가 그들의 행동이 조종인지, 착취인지, 위협인지 등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알기 시작하면 보이기 시작한다. 교모하게 나를 힘들게 하는데 명명할 수 없는 불쾌하고 힘든 경험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깝게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