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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1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강유원
이 름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내면을 지녔다. 한결같이 단정하고 이성적인 타입으로 냉정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따뜻함을 감추고 있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사촌형들의 견제와 속을 알 수 없는 할머니의 지시로
아무도 모르게 더 많이 노력하며 지냈다. 시드니 서강호텔의 지사장으로 발령나고 그 소녀를 닮은 서진을 만난다.
정서진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입양되어 이름도 바뀌었다. 웃으며 지내면 다시 온다고, 그때는 다시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강유원을 짝사랑하며 예쁜 아가씨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예뻐했던 유원의 곁을 맴돌다 서강호텔 시드니 지사의 인턴 비서로 입사한다.
이미 그에게 10년 된 약혼녀가 있음을 알지만 간절한 바람은 계속 불어온다.
그는 결혼을 했지만, 강유원과 정서진은 불륜이 아닙니다.
그는 36살이고, 그녀는 23살이지만 그들은 세대 차이로 거리를 정의할 수 없이 가까운 하나입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없었을 뿐이고
그녀는, 그가 다른 여자의 남자이지만, 그를 잡겠다는 마음 없이 딱 지금 이순간만 욕심 낼 뿐입니다.
23살 풋풋한 그녀에 비해,
어쩌면 강유원은 그저, 사랑에 참 _ 양보없는 팍팍한 36살의 아저씨라고 할 수도 있었겠죠.
그에게는 가진게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가질 것이 너무 많아서,
준비된 대로 진행되었던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계획 또한 너무나 단단하여
감정적인 흔들림이란 들어올 틈이 없는 강유원 그 앞에,
그가 좋다고, 한없이 떨려하며 주인을 이유와 근거없이 사랑해 마지 않는 강아지 마냥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맹목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참 어리고 예쁘기만한 23살의 정서진이
참으로...... 당황스러웁지만, 그도 처음엔 어쩔 수 없는 남자라며, 그렇게 빠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불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강압적이지 않게 휘몰아치다가 가버리는 듯 돌아오는 바람처럼,
잠깐의 외도라고, 결혼하기 전에 느낀 생전 처음 느낀 그런 설레임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금방 뒤돌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너무 높은 사람이니까
내가 그의 그 아이였던 것도 그는 모르니까
내가 그를 많이 사랑하고, 나를 옆에 두었던 그 짧은 기간만으로도 난 한없이 감사하니까
그를 보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그렇게 잡지 않아야 하는 그 여자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건 안되니까
아무리 사랑스럽고 가슴이 아픈 사람이지만 어차피 내가 평생 아내로 둘 사람은 안되니까
그렇게 떠나야만 하는 그 남자의,
거의 평생에 걸친 질긴 운명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내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의 감정 라인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그냥 여러번 울컥하게 만들어서 마음이 무겁고 먹먹했던, 긴 소설.
작가님의 정서적인 나열이 길었던 스토리텔링 때문에,
조금은 이렇게 까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많은 나이차도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선택했던 이해 못할 상황도
자연스럽게 결국에는 독자인 나를 공감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홍수연 작가의 책.
책 뒤에 나온 설명들이, 홍수연 작가의 소설들에게는 오히려 안좋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는
그녀의 책은 역시나 직접 읽어봐야 진가를 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던 소설.
나를 가장 많이 아프게 만들었던 한 소절.....>>
- 그래, 어떤 남자가 너한테 빠지지 않을 수 있겠어.?
- 정말?
- 다 첫눈에 반해서 길을 가다가도 돌아볼거고
- 네.
- 귀여워서 두번 빠질 거고.....
- 맞아요, 맞아.
- 그래서 놔주지도 못할걸.
- 지사장님 바람둥이구나? 그래서 다 이런 말로 꾀어냈구나?
- 그래서 우리 서진이.....
- ......
- ..... 시집 잘 가겠네.
그렇게 날 떨리게 만든, 처음이라서 뭐든 소중했던 그녀를
... 시집 잘 가겠네. - 라는 말로 애써 부정하려던 그 남자의 마음이 가슴아파서
나도.. 같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말을 껴냈을 때 그 남자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느껴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