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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나 -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처음에는 따뜬한 햇살이 느껴지는 표지를 보며, 아... 이 책 마음에 들어 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 이전에, 제목 '그냥 눈물이 나'를 접하자마자 이유를 막론하고 알 수 없는 공감이 생겼다.
그래서, 펼친 첫 장의 문구..
사랑하고 있지 않으면 여행하라.
그리고 여행하고 있지 않으면 사랑하라.
나 자신과 가장 먼저
이 짧은 문구가 이 책 전체에 대한 긍정적 호감을 불러일으키키에 충분했다.
최소한 나에게는..
제목을 보고서, 혹 '에쿠니 가오리'의 '파를 썰다'와 같이
극간의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는,
W. B. Yeats의 평생에 외사랑에 대한 결정체인 adam's curse라는 시가 떠올랐다.
여행을 하고 있는 중간 중간,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있는 순간 순간
작자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고, 스쳐간 인연을 떠올리지만
아쉬워 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흘려 보낸다.
그저,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죽을 정도로 사랑한 건 아니었나보다고
담담히 흘려 보낸다.
그리고 책을 읽는, 이별에 고통받는 독자를 위로한다.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죽을 정도로 아픈 이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detour 우회도로 표시가 있으니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위로한다.
그런데 그 위로가, 정말 효과가 있다.
이별하고 있지 않은 지금의 내 순간에 나 또한 이별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별 앞에서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정답에 가까운 완전 무결한 연애와 사랑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남녀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 걸쳐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혹은 미움을 받거나
다양한 경우에 있어,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하듯 그렇게 보편적인 감정으로 냉정할 수 없다.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 건 잘 몰라도 싫어하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든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길 바라고,
남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해 더 섬세하고 예민한 촉을 발휘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더 많이 잘해주고 더 많이 말 걸고 더 많이 손 내밀기.
그 변화된 과정을 경험하면서 밋밋한 삶을 변화부쌍하게 만들기를 제안하는
작자의 의외성에 난 공감을 너머 감동을 하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난 또 좌절한다.
싫어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변화무쌍한 과정을 맞서 경험하기 보다는,
난 그냥 뒤돌아 외면하는 편이 편하다는 그정도밖에 안되는 얕은 인간임을 깨달아서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노력할 것이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생각을 바꾸면 전혀 불행하지 않으니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최대한 이르게 후회하고 잘못을 수정하되 내가 불행한 건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이애경 님의 '그냥 눈물이 나'는 단순히 사랑에 관한, 여행에 관한 수필집이 아니었다.
삶을 관찰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들의 수필집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직접적인 울림을 주는 수필집을 만나 행복하다.
** 출판사 제공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