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남자
정경윤 지음 / 동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그래서 예수님한테 생일도 뺏긴 스물아홉 살의 대기업 임원비서 이지영 씨. 지영 씨는 사주(社主)의 외아들인 윤승주 상무를 3년째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며 가슴앓이 중이다. 자신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승주 씨와 마주보고 단 한 시간이라도 커피 한 잔 하는 게 소원이었던 지영 씨. 그런데 어느 날, 기적적으로 그 기회가 찾아온다.

 

이북으로 먼저 나와 절찬리 인기중이었던 크리스마스의 남자 -

하지만 난 이북을 본 적이 없으므로, 순수하게 이번에 처음 읽었던 '크리스마스의 남자'

사전에 이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어쩌면 더 재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딱히 감동받을 코드는 별로 없었다는 느낌에 반해 재미가 매우 크게 남았다고나 할까?

 

비서- 회사 사주의 아들이자 상무의 사랑이야기,

어쩌면 매우 식상한 컨셉인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개그코드로 인해 지루하지도 않고 깔깔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3년간 싱글의 승느님을 짝사랑한 전문비서 지영,

그저 바라만 봐도 좋고, 자신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에 커피한잔 마주하며 마시기만 해도 좋은,

정말 욕심같은 거 하나도 안부리고 딱 그정도만 바라는,

어설픈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 거 꿈꾸지 않는 참, 현실적이고 착한 지영.

그래서 더 좀 불쌍하고, 그래서 좀.. 더 안쓰럽기까지하다.

가진 게 참 없어서, 그런데 욕심도 없어서 자신의 사랑앞에서도 큰 소리로 사랑한다고 대답해주지 못하는,

사주 아들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일개 비서의 지극히 현실적인 태도가 공감이 갔다.

 

사람은 누구나 영화 '귀여운 여인' 을 꿈꾼다.

최소한 책에서는 그리고 영화에서는,

엄청나게 멋지고 근사하고 부자인 남자가, 정말 별볼일 없는 여자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무릎꿇고 구애하는 상상.

그런 영화나 책에서 여자는 별다른 뇌구조적인 자기개발없이 그저 약한 척 약자인 척 수동적이기만 하다.

그런데 그게 은근 '말도안돼!!'라고 짜증나면서도 오히려 그런 상황 속 주인공이 안되는 것이 억울하고,

나도 어쩌면 - 하면서 괜히 오지랍넓게 내 모습을 여주인공에게 대체시켜 보는 망상까지.

 

이 책의 지영은 아니다.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적금을 몇 년간 부을 줄도 알고,

신파에서 늘 하나같이 그렇듯이, 헤어지라는 사장님 앞에서 눈물바람 흘리며 절망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왠지 더 공감가고 밉지 않고 친구같고 동료같았다.

 

작가님이 무한도전 휀심이 대단하신가?

가장 최근의 유행어까지도 빼놓지 않고 적시적소에 넣어주시는 센스.

대학로 제시카의 '그랬구나' 대사에서 나 진짜 완전 빵~!!!!!!!!!! 터져주었다.

 

조효은 님의 게토레이 이후, 정말 최고로 웃기다고 박장대소하며 읽은 책.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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