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별도 협상.. 뚜껑 여니 미국 요구 수두룩  

[기자의눈] 미국 '쌩 쑈 지적했던 단체들의 예언 100% 다 들어맞아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6년08월22일 10시10분  

2차 협상 당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며 협상 결렬의 쌩 쑈를 벌이던 미국 협상단이 한국의 '건강보험 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의 연내 실시를 수용하는 대신 이 제도의 절차적 사항 등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해 왔다. 그리고 이에 한국협상단 반색을 하며 전격 수용, 21일 22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의약품 분야 작업반의 별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별도 협상의 결과를 보고하며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 FTA국장은 어찌나 자랑스럽게 말한다. 미국 협상단이 한국 제도의 연내 실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미국 협상단에게 한국 복지제도를 승인 받은 것이 그리 좋을까. 남의 나라 제도에 '감 놔라 배놔라' 하는 미국 협상단도 웃기지만, 그것을 성과라며 '재차 확인'을 강조하며 브리핑을 하고 있는 한국 협상대표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도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100% 들어 맞았다.(이들은 2차 협상의 의약품 분과 협상 결렬은 미국 측이 더 많은 성과를 따내기 위한 ‘의도된 쑈’라며 선견지명의 타수를 날린 바 있다)


현재 알려진 미국 협상단의 요구는 ①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이 부당하게 건강보험 의약품에 등재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약 접근성을 보장해 줄 것 ②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 줄 것 ③다국적 제약사가 신약의 보험 약값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의 신청기구’를 설치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쟁이도 이런 점쟁이가 없다. 지난 7월 13일 민중언론 참세상이 의약품 작업반 결렬과 관련해 천문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의 인터뷰를 했던 바가 있다. ‘의약품협상 결렬, 합의를 위한 단계일 뿐’(http://news.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6835) 이 기사에 언급된 경고와 정확히 일치한다. 천문호 회장이 점쟁이 일리 만무하고 미국 협상단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회사의 노림수에 대한 뻔한 분석의 결과인 게다. 애써 한국 정부만 모른 척 할 뿐.


말 그대로 4대 선결과제로 약값 제도를 제물로 바치고, 보건복지부의 선별등재 방식으로 발목 잡혔다. 결국 협상의 달인 미국 협상단은 한국 정부의 ‘선별등재방식’을 수용한 대가로 ‘혁신적 신약’의 독점적 이윤을 보장 받겠다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제도 수용’을 거듭 확인하며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결국 미국 협상단의 요구에 밀릴 수밖에 덫을 스스로 놓은 셈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혁신적 신약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보니 일반 복제약들에 비해 가격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 중에는 몇 가지만 첨부해서 특허기간 연장 받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신약’도 적지 않다.


현재 소수의 제품만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협상단의 요구 ①②는 결국 ‘혁신적 신약’의 범위를 넓혀 달라는 요구다. 범위를 넓혀 혁신적 신약으로 인정 받겠다는 것은 고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대상을 더 늘려달라는 거다. 지금도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30%를 차지하는 약제비. 이 지출을 줄이겠다며 ‘선별등제방식’을 고집 하더니 오히려 한국 협상단은 더 많은 지원과 재정 지출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약속하고 있는 셈이다.


③도 마찬가지다. ‘독립적 이의 신청기구’를 두자는 제안은 겉보기에는 합리적일 듯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보험 약값 결정과 모든 정책과 입법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앙상한 ‘선별등제 방식’ 깃발을 밑에 초라하게 씨익 웃고 있는 한국 정부와 협상단의 모습이 보인다. 공개되지 않은 미국의 추가 요구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는 그들만 알 뿐이다. 이대로 선별등재방식을 빈 껍데기로 만들고, 약값상승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 먹을 이들의 협상판을 어떻게 엎을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인다.


어쨌든 양국의 협상단은 싱가포르 별도 협상에서 최대한 쟁점사안과 절충을 시도하고 오는 9월 3차 협상에서 추가적인 내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는 한미FTA협상, 3차 협상으로 쫑나는 거 아닌지 걱정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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