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의약분야 협상과 지적재산권 제도 쟁점 정리

2006년 8월 14일(남희섭 hurips@gmail.com)


1.  서론


    한미FTA를 통해 미국이 의도하는 의약품 독점의 강화는 2가지 제도를 통해 구현됨. (1) 특허제도, (2) 자료 독점권(data exclusivity).


    의약품 특허제도의 주된 목적은 시장독점력 확보에 있으며 이를 위한 본질적인 제도는 (i) 의약품 자체에 대한 특허 인정, (ii) 보호 기간의 연장, (iii) 용도 특허의 인정을 통한 evergreening 등 3가지 정도임. 이 3가지는 1980년대부터 미국이 통상법 301조를 통해 한국, 멕시코, 칠레,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관철하였음.  1995년 TRIPS 협정은 의약품 자체에 대한 특허 인정과 보호기간 연장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했으며, evergreen은 TRIPS 협정문에는 없으나 많은 국가가 실무상 인정하고 있음.


    즉, TRIPS 협정을 통해 의약품 특허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은 관철된 상태라 할 수 있으며, 독점의 추가 강화를 위한 제도로는 (i) 또 다른 형태의 보호기간 연장(특허청의 심사 지연으로 인한 보호기간 연장), (ii) 강제실시 제한, (iii) 병행수입의 금지, (iv) 의약품 허가 과정의 특허 연계, (v) 권리제한 범위의 축소(e.g., Bolar Exception: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만료 직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특허만료 전에 의약품 품목 허가를 목적으로 한 특허 사용을 허가하는 조항의 엄격화) 등이 있으며, 미국이 추진하는 FTA는 대부분 이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 다만, 특허 의약품의 병행 수입 금지는 2005년 11월에 발효된 미국 법률(Science, State, Justice, Commerce, and Related Agencies Appropriation Act)에 의해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음.


    한국을 비롯한 중진국에서 의약품 특허가 인정된 것이 1980년대 중후반인 점과 TRIPS 협정 발효 후 20년이 2010년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2010년 전반까지는 특허제도를 통한 의약품 독점 강화는 위에서 열거한 ‘추가 강화를 위한 제도’를 통해 추진될 것이고, 그 후에는 특허권이 보호기간 자체를 연장하는 조치(예컨대,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음.


    따라서, 미국은 2010년대 초까지는 자료 독점권을 활용하고, 약가 정책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고가 의약품을 유지하는 것을 주된 전략을 삼을 것임.


2.  자료 독점권 관련 쟁점


가. 한국의 자료 독점권 제도


    (1) 허가 후 6년


    - 신약

    -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의 종류 또는 배합비율이 다른 전문의약품

    -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은 동일하나 투여경로가 다른 전문의약품


    (2) 허가 후 4년


    -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 및 투여경로는 동일하나 명백하게 다른 효능·효과를 추가한 전문의약품

    - 기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재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의약품


   (3) 근거 규정


    - 식약청 고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안유규정)’ 제5조 제10항 “제3조 제2항 제8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재심사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과 동일한 품목인 경우)에는 최초허가시 제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서 이와 동등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최초허가자 또는 원개발사로부터 자료사용이 허여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약사법 제26조의2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7조: 재심사 대상 의약품

    - 약사법시행규칙 제30조(신약 등의 재심사 대상 등)


나. 자료 독점권의 개념 (TRIPS 협정 규정과 해석)


    ‘자료 독점권’과 ‘자료 보호’는 다른 개념임. 트립스 협정에는 자료 독점권은 없고 자료 보호 규정만 있음. 트립스협정 제39.3조(시험결과에 대한 특칙) “회원국은 신규 화학물질을 이용한 의약품 또는 농약품의 판매를 허가하는 조건으로 작성에 상당한 노력이 소요된 미공개 시험결과 또는 기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러한 자료를 불공정한 상업적 사용으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회원국은 공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외에, 또는 불공정한 상업적 사용으로부터 동 자료의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취하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러한 자료가 공개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미국과 유럽은 트립스 협상 과정에서 협정문에 데이터 비밀성 보장과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권을 명시하자고 주장하였으나,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기각되었다.  브뤼셀 각료회의에 제출된 문안1에는 “최소한 5년 동안 경쟁 제품의 허가에 원데이터를 원용할 수 없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현재의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는 이러한 표현이 삭제되어 있으므로, 조약성립 준거자료(travaux preparatoires)에 비추어 볼 때 자료 독점권이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음.  즉, 미국이 FTA를 통해 상대국에 강요하는 ‘자료 독점권’은 트립스 협정과 무관하며, 트립스 협정에 따라 자료 독점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논리비약이고 법리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음2.  불행하게도 한국의 특허청은 미국의 이러한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3, 2000년 6월 트립스 이사회에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법령을 검토할 때 외교통상부도 1995년 1월부터 시행한 신약 재심사 제도가 트립스 제39.3조의 의무에 따른 것이라는 그릇된 해설을 하고 있음.


다. 자료 독점권 제도의 함의와 문제점


    2003년 한국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신약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었으나 신약재심사제도(PMS)로 보호되는 품목은 물질 특허 26건(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파킨스치료제 ‘리큅정’ 등), 방법 특허 81건(한국릴리의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정’, 항암제 ‘젬자’, 한국노바티스의 ‘트리렘탈필림코팅정’ 등)으로 모두 100건이 넘는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1998년에서 2004년 2월까지 미국 식약청에서 허가한 137개의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 17%에 달하는 23개 의약품이 이미 특허 보호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자료 독점권 보호 기간이 남은 것이었다.  이 23개 의약품 중 22개는 ‘오렌지북’에 등재된 특허가 없는 경우이다.  이처럼 자료 독점권 제도는 특허권과 별개로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독점을 보장하여 제네릭 제약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한다.


    자료 독점권을 인정하면, 후발 제약사들도 모두 임상시험을 반복해야 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것은 불필요한 중복 시험을 강제하는 것이고, 의학적으로도 비윤리적이다. 왜냐하면, 이미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판단된 의약품에 대해 중복 시험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고, 환자들은 반복 시험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막아 환자들이 의약품을 값싸게 구입할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식약청 조차도 제네릭 의약품이 안전하고 유효하다면 이것을 다시 시험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고 비윤리적이라고 한 바 있다4.  또한 자료 독점권 제도는 특허권의 강제실시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라. 한미 FTA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였을 때 예상되는 자료 독점권 제도의 변화


    (1) 신약에 대한 자료 독점권


     현재 안유규정 제5조 제10항에는 신약에 대해서는 6년간의 자료 독점권이 인정되는데, 이것이 5년으로 줄어들 수 있음.

     적용 대상이 현재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약사법 제2조 제12항)”과 동일한 의약품이지만, 한미FTA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신약과 “동일 또는 유사한 의약품(same or similar product)”으로 확대될 수 있음.  신약과 ‘유사’한 의약품은 범위가 분명하지 않음.  미국은 적용 대상을 미국식약청이 과거에 시판 허가를 한 적이 없는 “신물질 유효성분(new active ingredient)” 즉, NCE(New Chemical Entity) 또는 new active moiety(including any ester and salt)로 제한되며, 미국식약청의 규정이나 연방규칙에 따르면 모든 형태의 ester 또는 salt도 동일한 active moiety로 해석하고 있음. 따라서, 5년 자료 독점권이 신약과 유사한 의약품으로 확대되면, 동일 질병군에 대한 모든 의약품이 자료 독점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음.


    (2) 새로운 효능 의약품에 대한 자료 독점권


     현행 제도는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 및 투여경로는 동일하나 명백하게 다른 효능․효과를 추가한 전문의약품”에 대해 4년의 독점권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3년으로 변경될 수 있음.

     적용 대상은 “동일 또는 유사한 의약품”으로 확대될 수 있음.

     적용 대상은 “새로운 임상 정보(new clinical information)”으로 확대될 수 있음. 미국 실무에 따르면, “새로운 임상 정보”란 이미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한 변경이 (i) 동일한 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흉부암에 결장암을 적응증으로 추가), (ii) 새로운 투약 형태(시럽에 정제(tablet) 추가), 새로운 용량(10mg에 30mg을 추가), 새로운 투약 경로(주사제에 경구제 추가), 새로운 환자군 추가, 새로운 이용 조건(새로운 dosage schedule)인 경우 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5, 현행 제도의 “명백하게 다른 효능․효과”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자료 독점권의 대상이 될 수 있음.

     적용 범위가 “새로운 임상 정보”로만 한정되지 않고, “동일 또는 유사한 의약품” 자체로 확대될 수 있음. 미국의 경우, 새로운 임상 정보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3년간의 자료 독점 기간 동안에는 경쟁사가 “새로운 임상 정보”에 대해서만 라벨링을 할 수 없고 광고를 할 수 없을 뿐이며, 의사나 환자는 경쟁사의 의약품을 “새로운 임상 정보”에 처방할 수 있고 먹을 수 있음. 또한, 미국식약청은 “새로운 임상 정보”에 대한 3년간 자료 독점권이 만료되지 않았더라도, 경쟁사의 동일 의약품에 대해 허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고, 심지어 경쟁사의 동일 의약품을 “새로운 임상 정보”에 대해 가허가를 할 수 있으므로, 경쟁사는 3년이 끝난 직후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한미FTA는 이러한 가능성이 전혀 없음.


    ▶▶ ‘similar product’이란 표현은 미국-싱가포르 FTA (Article16.8:1), 미국-호주 FTA (Article 17.10:1(a)), 미국-바레인 FTA (Article 14.9:1(a))에서부터 들어가 있음. 미국은 21 U.S.C. §§ 355(c)(3)(D)(ii)와 355(j)(5)(D)(ii)으로 보호하며, “active ingredient (including any ester or salt of the active ingredient)”란 표현을 사용함.


    (3) 미국식약청에만 제출된 자료에 대한 독점권 인정 여부


     신약에 대한 5년의 자료 독점권의 경우, 미국-싱가포르 FTA와 미국-호주 FTA는 시판 허가를 외국의 허가에 기초하여 할 경우, 상대국에서 허가된 날 또는 당사국에서 허가된 날 중 늦은 날로부터 5년 동안 자료 독점권을 인정하도록 함. 이 규정이 한미FTA에 포함된다면, 자료 독점권이 5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음. 왜냐하면, 미국식약청에 자료를 낸 다음, 한국식약청에는 자료를 10년 뒤에 제출할 경우 자료독점권은 한국식약청에 자료를 내고 한국식약청에서 품목 허가를 받을 날로부터 5년이 지나야 만료되기 때문임.


     한편, 신약의 5년 자료 독점권에 대해, CAFTA는 다른 나라에서 허가된 날로부터 5년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음. 이를 한미 FTA 체결 후의 상황에 적용하면, 미국 제약사가 의약품을 미국에만 시판하고 한국에는 시판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환자는 미국제약사가 한국에 약을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약 자체를 먹을 기회가 없고, 그렇다고 한국의 제약사는 자료 독점권으로 인해 5년 동안 동일한 약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음. 이 규정은 한국식약청이 외국의 허가를 기초로 시판 허가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제한이 있는데, 이러한 제한은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 왜냐하면, 외국의 허가를 기초로 한국제약사의 의약품을 시판 허가하지 않는다면, 한국제약사는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시험성적 자료를 스스로 만들어 제출해야만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료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3.  특허권 관련 쟁점


가. 강제실시


    (1) 미국의 요구


    강제실시를 할 수 있는 요건을 3가지 경우로만 한정할 것. (i) 행정절차나 사법절차에서 불공정행위로 판정된 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경우, (ii) public non-commercial use(우리 특허법은 이를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이라고 하지만, 정부 사용(government use)에 더 가까움)의 경우, (iii) 국가 비상사태 기타 극도의 긴급상황의 경우.  위 (ii), (iii)의 경우 특허권자에게 특허발명과 관련된 비공개 정보나 기술적 노하우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음.


    (2) 문제점 및 대응


    미국이 체결한 FTA 협정문은 ‘권리자의 허락 없는 특허발명 이용의 허락(permit the use of the subject matter of a patent without the authorization of the right hole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문맥의 해석에 따라서는 compulsory license로만 한정되지 않고, 심판에 의한 통상실시권(제138조)과 법정 실시권까지 다 포함할 수 있음.


    강제실시가 미국이 주장하는 단 3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그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 도하각료회의를 통해 전세계 국가가 합의하였던, 의약품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도 불가능하게 되며, 특허권자의 특허 불실시나 불충분 실시의 경우에도 그러한 권리남용을 제재하기 위한 강제실시가 불가능해지고, 뿐만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에 이르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강제실시가 필요한 경우조차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발명을 사용할 수 없는 결과가 됨. 또한, 특허권자에게 비공개정보나 기술적 노하우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하면, 강제실시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짐.


나. 의약품 허가 과정의 특허 연계


    (1) 미국의 요구와 문제점


    특허 침해 여부는 식약청의 고유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따라서 식약청은 그러한 업무를 할 능력이 없으며, 어느 의약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는 특허청은 물론 법원 조차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므로, 식약청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수는 없음. 


    식약청의 판단을 생략하려면 특허권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것은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을 신뢰할 수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음.  한국 등록 특허의 경우,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이의신청이 제기된 2,491건 중 무려 34%인 854건에 대해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특허청 심사관이 잘못 판단했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유효하게 등록된 권리에 대해서 무효심판을 제기하여 등록권리를 무효로 한 비율은 2002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체 1,401건 중 503건(36%)에 달하고, 이 가운데 특허와 실용신안은 1,258건 중 380건(30%)이 무효로 되었음.  2004년 통계치로는 등록특허가 무효로 되는 비율이 361건 중 175건으로 무려 48%나 됨.


    이처럼 등록특허의 유효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권리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특허권자가 패소한 사건이 훨씬 더 많음.  법무부가 발행한 200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적소유권침해 민사본안 사건(1심 법원)에서 처리한 87건 중 지적소유권자가 이긴 사건은 원고승 2건, 원고일부승 17건으로 모두 19건인 반면, 지적소유권자가 패소한 사건은 무려 21건에 달한다.  또한,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한 형사 사건에서도 전체 18건 중 1건 유기, 3건 재산형으로 겨우 4건에 대해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었지만, 33%에 달하는 6건이 무죄로 판결나 특허 침해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등록특허의 유효성과 특허권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은 미국이 더 심각하다.  미국의 지방법원과 연방순회법원에서 1989년부터 1996년까지 18년 동안 239건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다룬 299건의 특허 중 무려 46%가 무효로 되었다6.  이처럼 특허 유효성의 문제는 의약품 특허인 경우에 더 심각하다.  미국의 연방무역위원회(FTC)의 조사7에 따르면, 2002년 6월 1일 법원의 판결이 난 의약품 특허의 침해소송 사건에서 무려 73%의 사건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하였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56%이고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46%이다.  또한, 지방법원에서 특허가 무효라고 한 판결이 연방고등법원에서 파기된 것은 8%에 지나지 않는다.  FTC의 이 자료는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가 존재하는 의약품과 동일한 의약품을 품목허가 신청한 것에 대해 특허권자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결과이다(특허권자는 제네릭 제약사의 104건의 허가 신청에 대해 72%에 달하는 많은 건수의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청-식약청 연계와 직접 관련된 자료만을 보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을 신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특허 침해가 아닌 것을 품목 허가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이로 인한 비용을 제네릭 제약사 또는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  특허권의 기간 연장


    (1) 특허청의 심사 지연으로 인한 기간 연장


    미국이 체결한 FTA에는 특허청의 심사에 장기간이 걸린 경우 그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 기간을 연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칠레 FTA는 특허를 허여한다는 결정이 출원일로부터 5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3년이 걸린 경우 특허 기간 연장을 해야 하고(제17.9조 제6항), 미국-싱가포르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6.7조 제7항), CAFTA는 출원일로부터 5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3년(제15.9조 제7항), 미국-모로코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5.9조 제7항), 미국-호주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7.9조 제8(a)항), 미국-바레인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이 걸린 경우에 특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트립스 협정은 특허권이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기 전에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하여 존속기간의 만료시점만 정할 뿐 특허권의 존속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심사 지연에 대한 특허권의 기간 연장 규정을 둔 것은 트립스 협정과는 무관하며 미국 특허법의 규정을 차용한 것이다.  미국은 1999년에 특허법을 개정하여 출원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특허심사 처리 기간이 3년을 넘는 경우 초과 기간만큼 특허권의 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미국 특허법 제154조 제(b)(1)(B)항).  그런데, 미국이 체결한 FTA를 보면, 미국법의 심사지연 3년 보다 더 짧은 2년을 특허권 기간 연장의 근거로 한 사례가 더 많다.


    ▶ 심사 지연으로 인한 특허권 존속 기간 연장의 문제점


    심사 지연으로 인한 기간 연장을 막기 위해 특허청은 심사기간을 줄이려고 할텐데(‘2005년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한국 특허청의 ‘1차 심사처리 기간’은 2002년 22.6개월, 2003년 22.1개월, 2004년 21.0개월이었는데, 2005년에는 약 10개월로 대폭 줄어듦).  특허청이 평균 3년에 가까운 심사 처리 기간을 거쳐 등록한 특허의 약 48%가 나중에 잘못 등록된 것이라고 밝혀진 통계에 비추어보면, 무분별한 심사기간 단축은 부실 특허권으로 직결될 수 있음(특허청 심사관의 1인당 연간 처리 건수가 미국의 경우 70여건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5배나 많은 350여건).


    (2) 의약품 허가 기간에 대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현행 특허법 제89조 (특허권의 존속기간의 연장)에서는 “특허발명을 실시하기 위하여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를 받거나 등록 등을 하여야 하고, 그 허가 또는 등록 등을 위하여 필요한 활성·안전성 등의 시험으로 인하여 장기간이 소요되는”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권 존속기간을 연장하고 있음.  그런데, 미국은 FTA에서 기간 연장의 상한선을 정하지 않고 있어서 한국 특허법의 ‘5년’ 제한이 풀릴 수 있음.

    

라. 미국의 제네릭 경쟁 촉진 제도의 내용과 쟁점


    (1) 개요


    제네릭 경쟁 촉진 제도는 미국 제도에서 ‘허가-특허 연계’, ‘의약품 허가 기간에 대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과 세트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제네릭제약협회는 제도 실효성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한미FTA와 함께 논의할 실익이 있음.


    (2) 함의


    미국의 Hatch-Waxman 법의 제네릭 경쟁 촉진 제도가 한국 환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함.  다만, 미국의 경우 Hatch-Waxman 법 이후 제네릭의 처방약 비중이 점차 증가하여 1980년 이전 10% 미만에서 2005년에는 56%로 증가함.

<Generic Substitution Rates, 1984-2005>

<Generic Substitution Rates, 1984-2005>


    IMS Health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미국 제약시장 규모 $251.8 billion에서 제네릭 시장은 $22.3 billion으로 13.1%이지만, 전체 처방약 중 56%를 차지함. 즉, 제네릭 의약품의 활용도는 높고, 가격은 특허의약품 대비 평균 30% 내지 80% 정도 낮음. 전세계 제약시장에서 특허의약품 $450 billion에 비해 제네릭은 약 $35 billion이지만, 매년 10% 가량 성장하며,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의 제네릭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연간 22.1% 성장하여 2008년에는 $59.9 billion에 이를 것으로 전망 [Sources: IMS Health and The Wall Street Journal, February 22, 2005].


    미국의 제네릭 시장을 OECD 국가와 비교해 보더라도 Hatch-Waxman 법은 제네릭 경쟁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임. OECD 국가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미국 제네릭 의약품 가격과 비교한 결과(Figure 9), 대부분 제네릭 가격은 미국보다 더 높음. 이유는 미국에 비해 제네릭 시장 경쟁이 낮기 때문.


    


    29개의 특허만료된 성분의 전체 소비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의 양은 OECD 국가 보다 미국이 높게 나타남(Figure 10). 즉, 미국은 OECD 국가에 비해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낮고 활용도는 높음. 11개 OECD 국가의 29개 성분에 대한 제네릭 시장 total saving은 52억불에서 296억불 사이(2003년).


    


    (3) 미국 제도의 내용과 쟁점


    미국식약청에 신약을 등록하면, 해당 제약사는 관련 신약에 대한 특허를 Orange Book의 “Approved Drug Product with Therapeutic Equivalence”에 등록하여 향후 제네릭 의약품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연계되는 자료로 활용됨. 등록할 수 있는 특허는 물질 특허, 조성물 특허, 용도 특허가 포함되고, 특허를 식약청 허가 후에 등록받은 경우에는 특허등록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Orange Book에 등록해야만 특허분쟁에서 효력이 발휘할 수 있음.


    ANDA(Abreviated New Drug Approval) 절차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는 절차는 4가지가 있음.

    (1) Paragraph I Certification: 특허정보가 없는 경우

    (2) Paragraph II Certification: 특허기간이 만료된 경우

    (3) Paragraph III Certification: 특허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으나,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만료 후 시장 진입한다는 조건으로 신청하는 경우

    (4) Paragraph IV Certification: 특허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으나, 해당 특허가 무효이거나 비침해임을 다투는 경우.8(21 U.S.C. §355(j)(5)(B)(iii).


    위 (1)~(3) 신청의 경우 미국식약청은 1개 이상의 제네릭을 허가할 수 있음. 신청 (4)인 경우,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특허권자에게 제네릭 허가 신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지하고, 특허권자 통지받은 날로부터 45일 내에 제소하지 않으면, 제네릭을 허가할 수 있음.  특허권자가 45일 이내에 제소하면 30개월 동안 제네릭의 승인이 보류됨. 특허권자가 45일 내에 제소를 하지 않으면 제네릭 품목 허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며, 제네릭 제약사는 특허권자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음. 특허권자가 45일 이내에 제소를 하고 30개월이 경과하면 소송이 진행 중에 있더라도 미국식약청은 제네릭의 시판 허가를 할 수 있음.


    신청 (4)를 가장 먼저 한 제네릭 제약사는 후발 (4) 신청인에 대해 180일의 시장 독점권을 가짐. 180일의 시장독점권은 2000년 3월 이후 지방법원의 판결만으로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업적 판매일 또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의해 가능함. 다만, 180일 독점권은 (i) 신청 후 30개월이 경과하였거나 허가 후 75일 경과 후에도 제네릭을 시판을 하지 않았거나, (ii) 법원에서 특허 무효 또는 특허 비침해를 판결을 한 날로부터 또는 특허권자가 Orange Book에서 특허정보를 삭제한 날로부터 75일 경과 후에도 제네릭을 시판을 하지 않으면 취소됨.


마. 도하선언문과 비위반제소 문제


    (1) 도하선언문


    미국의 통상법도 도하선언문을 존중하는 것이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19 USC §3802(b)(4)(C) “The principal negotiation objectives of the United States regarding trade-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are - to respect the 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 adopted by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at the Fourth Ministerial Conference at Doha, Qatar on November 14, 2001.”), FTA 협정문에 도하선언문을 존중하고 이를 위한 조치는 양국의 분쟁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제안을 미국에 할 필요가 있음.


    (2) 비위반제소


    비위반제소는 말 그대로 협정 내용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제소가 가능하게 하는 것임. 예컨대,  미국-호주 FTA 제21.2조


    이 협정에서 달리 정하였거나 양 당사국이 달리 동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협정의 해석이나 적용 또는 다음 각호에 관한 양 당사국 사이의 모든 분쟁의 조정이나 회피에는 이 장의 분쟁해결규정을 적용한다.

          (a) 다른 당사국의 조치가 이 협정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경우,

          (b) 다른 당사국이 이 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또는

          (c) 이 협정과 불일치하지 않는 조치의 결과로, 제2장(내국민대우 및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제3장(농업), 제5장(원산지 규정), 제10장(서비스에 대한 국경 무역), 제15장(정부 조달) 또는 제17장(지적재산권)에 따라 부여되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한 이익이 무효화되거나 손상된 경우.“에서


    (c)항이 바로 지재권에 대한 비위반제소를 인정한 규정인데, 이것은 트립스 협정에 대한 회원국의 합의를 무시한 것이며, 무분별한 분쟁의 남발로 인한 주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독소 조항임.


    트립스 협정 제64.3조는 비위반제소가 지적재산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유보하고, 협정 발효일로부터 5년 이내에 트립스 이사회에서 비위반제소 문제를 검토한 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였으나, 2005년 홍콩 각료회의까지 트립스 이사회와 각료회의는 비위반제소 문제에 대한 확정된 결론을 내지 못하였고, 그 대신 비위반 제소의 범위와 세부절차에 대해 트립스 이사회가 검토를 계속하고, 그 동안에는 트립스 협정에 따른 비위반 제소를 WTO 회원국이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였음.


    트립스 이사회에서 비위반제소 문제를 논의할 때에도 이것을 트립스 협정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나라는 단 하나 미국뿐이었으며, 유럽과 캐나다는 비위반 제소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검토를 하기 전에는 이를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모든 개도국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음.  미국이 비위반제소의 인정을 주장하는 주된 목적은 트립스 협정 제8조에 따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는 개도국 정부의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임.  비위반제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소의 원인이 되는 ‘기대되는 이익의 무효화 또는 침해’의 의미와 범위가 막연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분쟁이 가능하고, 다국적 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다른 나라 정부의 합법적인 조치 예를 들면, 세금 부과, 광고 규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 등을 문제로 삼을 수 있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경제, 문화, 환경, 보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나,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넓게 인정하거나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결들이 모두 비위반제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음.  또한, 일방적인 분쟁절차의 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리 제한 조치들이 억제될 수 있고 다국적 기업의 제소를 피하기 위해 공공 정책이 위축되고 주권이 훼손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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