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FTA협상 ‘美의 치밀함 배워라’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지난달 28일 열린 재정경제부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눈길끄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과 싱가포르·호주·멕시코 등 5개국과의 FTA협상 결과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국익이라면 ‘한방울’ 도 흘리지 않는 미국의 치밀함을 실감있게 보여준다.

서울시만한 면적의 싱가포르는 농산물 생산이 전무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FTA협상에서 쇠고기, 낙농제품의 관세를 10년 후부터 없애도록 했다.

KIEP의 한 관계자는 “자국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품목을 곧바로 개방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FTA협상에서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돌다리도 두드린다’ 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이 5개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은 완승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공기업이 대부분인 싱가포르와의 협상에서 공기업 민영화 약속을 받아냈고 통신·금융시장의 개방을 5개국 모두로부터 따냈다. 농업 강국인 호주와의 협상에선 의약품과 방송시장 개방요구를 ‘지렛대’ 로 자국의 농산물 시장을 지키는 협상력도 발휘했다.

섬유산업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연 점을 보면 FTA로 우리 섬유산업의 수출 숨통이 트일지도 의문이다. 한마디로 보고서는 한·미 FTA협상에서 우리가 ‘사력(死力)’ 을 다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패배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예선전’ 격인 한·아세안 FTA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가 유보됐다는 소식은 ‘본선’ 에 대한 불안감을 던져준다. 정부는 한·미 FTA추진을 두고 “세계 최고와 한번 겨뤄보자는 것” 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러나 ‘옥쇄(玉碎)’ 도 감수하겠다는 각오와 준비 없이는 자청해서 국익을 송두리째 내주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그런 각오가 돼 있는지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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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5-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쇄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