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둘기가 열어놓은 창을 통해 들어와서 창 안쪽의 선반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비오는 바깥에 비하면 이 안은 참 좋아보이겠지.
어떻게 여기 눌러앉을 수는 없을까? 선반을 따라 왔다갔다 걸으면서 궁리하는 눈치다.
사람이 있을 때 천연덕스럽게 들어온 애는 처음이다.
2. 혼란스럽다.
겉보기는 그럴듯할 것 같다.
그럴듯한 집안.............. 안정적인 직장....... 2대 독자에게 아들 둘을 안겼고....
그럴듯한 취미생활, 뽀대나는 NGO 활동, 거기다가 고상한 책읽기까지...
ㅎㅎ, 게다가 꽃미남 B군 밝힘증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난 내게 주어진 환경이나 삶에 대체로 감사한다.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그 어려움들을 통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대체로 행복했다고 생각하지만, 단 한번도 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 그래. 안정적이다. 직장을 가지고 불만을 말하면 남들은 배가 불러 터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개원이 아니다. 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그저 기다릴 뿐이다.
남편과의 관계도 거의 '역할극' 수준인 것 같다. 남 앞에서 보여야 할 모습을 보일 뿐이다.
좀 더 관심사와 취미가 겹쳤으면 좋겠는데, 공통된 부분이 거의 없다.
차라리 갈라설 정도로 성격이 더럽다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이이들 키우는 데도 요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요즘은 거의 NGO를 못하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름만 걸치고 있지 해야 할 것의 10%도 안하고 있다.
책들도 쌓아만 두었지, 보아야 할 것의 10%도 못 보고 있다.
취미생활과 B군 밝힘증은 일종의 도피인 것 같다.
적어도 그때만은 생각을 안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B군에게는 미안하네.
큰애가 요즘 입에 달고 있는 것이 '자살'과 '가출'과 '독립'이다.
여름 방학에 가출을 계획하고 있다. 흠... 그것도 괜찮겠지.
여동생은 '그래도 엄마에게 말할 정도면 아직 괜찮은거야' 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게끔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워낙 예민해서, 자칫하면 튀어 나갈 것 같아서, 그 가슴 후비는 말을 고스란히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할 때의 아이의 눈빛이 무섭다.
난 내 아이들에게 강압적이지 않은 줄 알았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다.
내가 보여주는 생활과 활동을 통해 무언가가 아이들에게 전달될 줄 알았다.
그러나 큰애가 본 것은 '범생이', '꽉 막힌', '잘난척', ' 잘 타고난' 엄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부담으로 느껴진 것 같다.
'왜 엄마는 다른 애들 엄마처럼 못해?' 라는 것도 아이의 18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