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도 제 자신의 뜻과 제 주위의 요구들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저는 이쪽으로 가고 싶은데, 뛸 수 있다면 뛰고도 싶은데,
다른 한쪽에서는 저더러 꼼짝도 하지 않기를 요구합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저는 못나게도 여건 탓을 하는 엉거주춤한 앉은뱅이의 모습입니다.
한쪽에서는 "이제는 내놓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커밍아웃을 권유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주아주 조금 비친 저의 성향에도 소스라치고 있습니다.
참나, 제가 조금이라도 급진적인 성향이라면 말이라도 되겠는데,
뜨뜻미지근한 주제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우습기만 합니다.
특히 이번 가을은 힘든 것 같아요.
'천천히, 천천히'를 되뇌이며 자신을 달래고 있지만,
도대체, 이제 마흔인 성인이,
아직도 미성년자처럼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나름대로 이렇게 불만을 쌓아가며 몸을 사리는데도,
가족보다 자신의 관심사만 중시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속으로만 소리쳐 묻습니다. 도대체 누가 더 이기적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