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제가 만든 책갈피들입니다.


 

 

 

 

 

 

 

 

 

시중에 파는 책갈피들은 주로 클립 형식으로 종이에 끼우게 되어 있는데요, 이런 책갈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작 책갈피를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클립형 책갈피는 꼭 끼워 두었던 쪽의 종이를 찢어지고 구겨지게 만들어요. (아~~ 새삼스래 열받으려 하네요. )

그래서 맘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그냥 오려서 책갈피로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코팅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의 1번 옆의 세 개의 책갈피가 이런 형식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2번을 보시면 Read!라고 쓰인 것은 엽서인데, 만화 주인공들이 각자 책을 읽는 그림으로, 제가 좋아하는 엽서입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적당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엽서 하나로 4개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책갈피도 있어야겠고, 메모하거나 줄칠 필기구도 있어야 하고, 가끔은 쿠션같은 것을 받치고 읽기도 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꽤이 있습니다.

제가 구차니즘 신도인지라 책 읽다가 연필 찾아 헤메는 게 너무 싫어서 연필을 그냥 책갈피로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느끼다시피,  연필이나 볼펜은 책갈피로 하기에는 너무 두껍지요? 그래서 연필의 나무부분을 칼로 심이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만 얇게 잘라내서 사용했습니다. 3, 4, 5번이 이런 형태의 연필 책갈피입니다.

이건 3번의 확대 사진입니다. 계룡산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관광기념 연필을 사서 얇게 깎아낸 후, 문양을 새겼습니다. 이 문양을 찾다가 한지공예를 알게 되었답니다.

이때만 해도 첨이라 문양을 커터칼로 음각을 해서 색연필과 우리 간호사의 분홍색 매니큐어로 문양을 칠하고, 그 위에 순간 접착제를 발랐답니다. 그래도 자꾸 때가 타서 투명 매니큐어를 덧칠해보고, 나중에 다시 문방구에서 산 '니스'로 칠을 했습니다. 덕분에, 자세히 보면 때가 꼬질꼬질합니다.

매니큐어와 순간접착제와 니스를 다 써본 소감은,

매니큐어: 안좋다, 마른 후에 부스러지고, 때가 잘 탄다.

니스: 문방구에서 판다, 단점은 붓 신나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그냥 병에 담갔다 꺼내기만 한다면 필요 없지만...) 평소에 목공이나 공예를 안하는 사람은 연필 하나 칠하려고 니스 한병을 사는 것은 낭비일 것이다.

순간 접착제: GOOD! 왠만한 집이나 사무실에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마르기도 빨리 마르고, 마른 후에 단단하게 굳어서 연필을 얇게 깎아서 부러질 위험을 상쇄한다. 마른 후 니스와 같이 유치한 광택이 나지도 않는다. 단점은 연필에 칠할 때 손가락이 붙지 않게 해야 하고, 일반 접착용도보다 많은 양의 접착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말리는 과정의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순간'에 잘 굳지 않으면 입김을 조금 불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순간 접착제가 반응을 일으키는데 공기중의 물 분자가 필요한데, 입김의 습기가 이 반응을 촉진한다는 썰을 어느 목공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문양을 새기면서, 혹시 도장 파는 칼로 문양을 새기면 나을까 해서 도장 파는 도구 세트를 20000원 주고 사봤는데, 도장파는 칼은 도장만 잘파지지, 일반 나무는 나뭇 결때문에 잘 파지지 않습니다.  ㅜㅡ 

4번 그림은 색연필을 같은 방법으로 해서 뒤에 구멍을 뚫거나 홈을 파서 실을 동여맨 것입니다.  한쪽 끝을 7번 그림처럼 책의 맨 뒷장에 테이프로 붙이면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5번의 독사진입니다. 이처럼 몽당연필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것은 좀 용도를 바꾼 것인데, 실의 반대쪽 끝에 자석을 달았습니다.

자석과 나무 조각(손잡이 부분)을 글루건으로 붙이고, 여기에 실을 묶습니다. 이걸 냉장고에 붙여놓고, 다른 자석으로 붙여놓은 메모지에 필요한 메모를  하면 상당히 편리합니다.

 

 

 


아니면, 왼쪽 사진같이 지우개, 연필, 편지봉투 개봉칼 등에 자석에 붙여 자석이 붙는 보드판 혹은 냉장고 문에 붙여도 좋습니다.

 

 

 

6번은 연필이 아닌 볼펜입니다. 볼펜 심을 얇은 MDF 합판에 홈을 판 곳에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MDF는 3mm는 너무 얇아서 홈을 파기 위태위태하고, 6mm는 너무 두꺼운 단점이 있습니다. (MDF는 3mm간격으로 두께가 생산됩니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1번과 같이 코팅한 종이 두 겹 사이에 볼펜을 붙이는 것입니다. 사진에는 없습니다. 이것도 글루건, 순간접착제, 오공본드, 고무 본드, 심지어 스테이플러까지 써봤는데, 깨끗하고 내구성 있게 만들기가 의외로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퇴출되었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볼펜심 + 아무것도 넣지 않고 코팅한 비닐 한장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가죽으로 양쪽을 감싼 것이었습니다. (안쓰는 헌 가방의 인조가죽 쪼가리도 됩니다.) 볼펜심을 글루건으로 코팅지에 붙이고, 가죽은 고무본드로 붙이고, 혹시 본드가 가장자리에 베어나오면 다 마른 후 칼로 얇게 잘라내면 됩니다. 이것 역시 실물이 없는데, 만든 것을 누구에게 선물했답니다.

7번은 가장 최근에 만든 책갈피입니다. 3번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건 얇게 자른 소나무 판재 두개에 홈을 파서 연필심을 가운데 넣고 접착한 후, 모양을 깎아서 락커로 마무리한겁니다.  3번에 비해 많이 번거로운데, 장점은 책갈피의 모양과 폭의 선택에 좀 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나무가 연필 재료인 향나무보다 단단해서 연필 깎을 때 좀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요즘은 국립공원 등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연필을 팔지 않더라구요. 대신 지름 4cm정도 되는 연필을 파는데, 이건 속의 연필심도 덩달아 두꺼워서 책갈피를 만들 수 없으니 사지 마세요.

그런데 이런 것이 벌써 상품화 된 것이 있답니다. 미국 Barns and Nobles에서 산 것인데, 중국제입니다.

 

 

그래도 전 제가 만든게 더 애착이 가는구만요...  나중에 북까페 할 때 만들어서 팔아먹으려고 했는데, 장사 밑천을 공개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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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1-2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발명왕 가을산님..나중에 아르바이트라도 시켜주세요..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가을산님 전생은 '장인'입니다

가을산 2003-11-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그게 아니라 '혼자놀기'가 취미라는거죠... ^^

늙은 개 책방 2003-12-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21세기 장영실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