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buddy가 충청 미디어에 기고한 글입니다.
새로운 많은 사람들이 우직하고 꾸준하게 땀 흘리기에 동참하기를 기대하며 퍼옵니다.
----------------
이명박과 촛불 그 후
송관욱
어느 손에서 시작되었을까. 작은 촛불이 자라나 거대한 화염이 되었다. 청계천에서 대운하로, 대전역에서 으능정이 거리로, 한달음에 달려간 삼청동 들목에서도 촛불은 타올랐다. 십대들의 반란이 부모세대를 불러내고, 유모차의 행진이 덤프트럭을 세웠다. 72시간 국민 MT를 거쳐 87년 6.10항쟁을 기념하던 지난 10일에는 서울에서만도 수 십 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다고 하니 가히 해방구를 이룬 ‘빛서울’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중국순방을 마친 대통령이 귀국길에 촛불문화제에 대한 보고를 듣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판에 박힌 보고는 그만두고 수만 개의 초는 무슨 돈으로 샀는지부터 밝혀서 배후를 색출하라고 했다던가. 불난 집에 기름 붓듯 엇박자로 터져나오는 대통령과 정부관계자들의 자충수야 말로 최대의 배후라는 말이 쓴웃음을 짓게한다. 요즘 주식시장에는 촛불수혜주도 있다던데, 어쩌면 된서리를 맞을지도 모르니 조심할 일이다.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는 싫다며 치켜 든 촛불은 고단한 삶에 갇혀있던 시민들의 시야를 밝혀주었다. 쇠고기 문제가 미국과의 외교통상적 불평등이 가져온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방과 개발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일관된 신자유주의정책에서 비롯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재협상을 외치던 구호는 공기업 민영화, 의료와 교육의 시장화, 수돗물 사유화 등 정부정책에 대한 총체적 반대로 이어지고, 어느새 ‘이명박 아웃’을 외치게 되었다. 급기야 ‘ 명박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으니, 100일을 겨우 넘긴 정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결과이다.
‘명박 이후’라면 정권 퇴진운동이 성공한 이후의 정국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성급해 보인다. 그리 쉽게 물러설 정부도 아니거니와 설령 물러선다 해도 그 결실은 시민들의 몫이 되기 어렵다. 일찍이 시인 김수영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교훈들로부터 배워야한다. 대중의 힘은 노도와 같이 위대하지만, 성을 무너뜨릴 수는 있어도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가을에 농부에게 허용되는 것은 봄에 뿌린 씨앗과 여름에 흘린 땀 만큼의 결실일 뿐이다.
대중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열정을 나누는 일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감동이 지속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하지는 말자. 촛불이 켜지기 오래전부터 그래왔듯이, 촛불이 꺼지고 난 후에도 대지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한 소금 땀이다. 이제는 ‘촛불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