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2003-08-29  

건희 대첩 2003.8.7
그동안 툴툴거리면서도 잘 다닌다 했는데,
어제 저녁에는 우리 건희가 영어 학원을 안 다니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여름방학동안 건희가 배우는 것이 딸랑 영어 한가지인데 그걸 그만두겠다는겁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도 내용이 좀 버겁겠다 싶기는 했지만, 그게 intensive course의 특징인데 어쩌겠습니까?

건희의 불만 사항은
- 자기보다 윗학년 형들이랑 배워서 내용이 어렵다.
- 숙제가 너무 많다.
- 시험을 너무 많이 보고, 시험에서 틀리면 수업 후 남게 한다.

'엄마가 뭐라고 해도 난 내일부터 학원에 안나가'
'먼지를 모아서 지구보다 더 큰 행성을 만든다고 해도 안나가.'
'용돈 올려줘도 싫어'
'계속 지금처럼 하면 나 가출할거다'
'나 어른이 돼서 영어 안쓰는 일 하고 살래'

초저녁부터 이러는데... 저의 대응.

1단계, 띄워주고 달래기 ^^
- 그동안 참 잘했다, 선생님도 칭찬하더라... 엄마가 보기에도 어렵겠더라.
- '영어의 바다에 빠져라' 라는 책이 있듯이, 그렇게 허부적거리다보면 레벨업 되어 있을거다.
- 앞으로 11일만 하면 intensive 끝이다.

2단계, 비젼 편 --;
- 나중에 커서 무언가 하고 싶게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게끔 준비해야 한다... 등등...
- 결국은 너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 지금은 이해가 안되겠지만, 니가 18세가 되면 그때부터는 니 맘대로 해라.
그 전까지는 엄마아빠 결정에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 이건 엄마의 엄마가 엄마에게, 할머니의 엄마가 할머니에게 다 그렇게 해 온거다.

3단계, 강경하게 ... 협박(?)
- 방학동안 영어 한가지만 하고 있지 않나? 한가지만 하는데 그걸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사람마다 한가지씩 특기를 길러야 하는데 네가 특기라고 내세울 것은 그나마 영어 밖에 없지 않느냐?
- 영어 그만두면 다른 아이들처럼 보습학원, 태권도, 컴퓨터, 악기, 과목 과외 다할래?
- 아빠도, 엄마도, 승연 이모도, 현지 누나도(건희 사촌) 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입학시험 보는 학교 다녔다. 너도 중학교 입시를 봤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준비를 해야 했을거다.
네가 하는 것은 많이하는 편이 절대 아니다.

이게 밤 12시 상태였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 자라고 했더니 방에 들어가서 서럽게 우는겁니다. 엄마랑은 말이 안통한다, 엄마 미워 등등을 곁들여서요...

4단계: 협상 --- 매실음료 주면서 구슬리기.
- 너가 힘들어 하는거 충분히 알겠다.
-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수업 후 남는 것을 가능한 피해달라고 하겠다.
--> 꿈쩍 않더라구요.
- 그럼 5교시 수업(40분씩이지만)중 첫째시간인 Reading 수업을 빼도록 부탁해 보겠다.
--> 이놈이 울다가 이 말을 듣더니 베시시 웃더라구요. -,.-

5단계: 마무리
- 배울 수 있는 타이밍은 한계가 있다.
- 시간 활용을 잘하자.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잘 놀자.
- 배우고 싶어도 못배우는 사람도 많다. 어려운 사람도 많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도 감사해야 한다.
- 이런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마라.
-->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수업이 한시간 줄어서 그런지선선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무리 된 시간: 새벽 1시
 
 
가을산 2003-08-3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학생인가봐요? ^^
intensive course 힘들죠... 저도 옆에서 숙제 도와주느라 힘들었어요.
근데 엄마 노릇하는 것도 힘들어요. 엄마되는 것은 예습이나 과외가 없잖아요.
늘 시행착오에 고민에 그렇답니다.

明卵 2003-08-3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쩐지 이해가 갑니다.
저도 여름방학을 맞아 intensive course를 신청했다가 호되게 당했지요.
그 어마어마한 숙제라니... 다른 공부도 해야하는데...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아이의 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이유는 이래서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