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누구나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외로운 책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읽었고 읽을 수 있으며 단 한 번 낭독되었고 앞으로 결코 완독될 일이 없는 책이다. 누구도 읽을 일 없는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쓰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고 부른다.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 나는 웃는다. 적어도 이 집에서 고독은 행복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나는 고독해서 행복을 느낀다. 고독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실 모든 책은 다 ‘서바이벌 가이드‘ 내지는 ‘서바이벌 매뉴얼‘인게 아닐까?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관심을 두어야 할 사회문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생존가이드 말이다. 앞서 경험한 사람들이 파란만장하게 만들어 놓은 백서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은 몸에 갇히는 일과 다름없다. 몸이 썩어 없어지리라는 확신, 무슨 짓을 해도 늙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 더럽게도 말을 들어먹지 않는 장기와 근육과 온갖 액체를 무사히 먹이고 재우고 이끌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움직인다. 그것이 그토록 지난한 일인데도 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글은 쓴 사람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것은 전부가 아니며 또한 외면이 아니다. 책은 저자가 아니라 저자가 가진 일부를 뽑아내 차근차근 꿰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모두가 허구인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