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신‘이라는 명제나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는 명제는 사실로서 말해질 때 모든 의미를 가차없이 상실합니다. 그 명제들의 가치는 어떤 사실 (예컨대 ‘살라자르는 포르투갈의 정부 수반이다‘ 같은)이나 기하학적 정리의 정확한 진술 속의 진실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그 가치는 엄밀히 말해 진실의 질서보다 더 높은 질서에 속합니다. 그 가치는 지성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포착되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반면, 좁은 의미의 진실은 지성의 영역에 속합니다. - P112
신앙의 교리들dogmes은 단언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 교리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주의와 존중과 사랑을 갖고서, 관조해야 할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관조하는 사람을 누구든 살리는 청동 뱀입니다. 그처럼 주의 깊고 사랑을 갖춘 시선은, 여기 낮은 곳의 인간 삶의 모든 측면을 밝혀 주는 빛의 원천이 영혼 속에서 솟아오르게 해 줍니다. 반작용의 충격으로 말입니다. 사람들이 단언을 하자마자 교리들은 곧바로 이런 미덕을 상실합니다. - P111
책장 정리의 핵심은 일단 책장 위에 책이 아닌 다른 것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년필 카트리지나 박스테이프, 클립이나 고무줄, 쇼핑백이나 엽서, 립밤, 핫팩...등등은 아무리 잠깐이라도 책장에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것을 잠깐이라도 책장에 내려놓으면 어떤 상황이 따라오는지 내 눈으로 보면서 증언하고 있다. 그것을 내려놓으면..., 그들은 거기에서 번식을 한다. - P57
그러니까 우리 존재의 원천으로서의 바람, 프네우마는 물질로서의 공기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들을 살아있도록 하는 것‘, 바로 영혼에 가깝다. 그러니 공기를 가리키는 프네우마라는 말이 후에 영혼을 가리키는 단어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영혼을 뜻하는 ‘프시케‘라는 말은 ‘숨 쉬다‘라는 뜻의 ‘프시코‘에서 나왔다. 바람을 불어 넣는 일, 숨 쉬는 일이 영혼의 근본적 의미인 것이다. - P230
산책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이 있다. 산책에는 단조로움과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달리 말하면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늘 똑같은 길로 들어서지만 그것은 늘 새로운 하루이다.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