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늙음에 따라오는 간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보험사 TV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간병보험에 대한 이야기.
광고 내용을 보면 아버지 간병에 지친 딸, 시어머니 간병으로 힘들어하는 며느리가 나온다.
늙은 남자는 아내, 딸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간병보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간병이 대부분 배우자(아내), 딸, 며느리 차지임을 감안하더라도 맘이 불편한 광고다.
광고의 목적은 상품판매이고 미래의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판매에 도움이 된다.
광고에 가치나 윤리를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늙은 남자의 간병인이 (당연하게도) 아내, 딸, 며느리라는 건 부당하다.
그리고 그게 개인이 (사私보험으로) 부담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노화, 질병, 장애에 따른 자기 통제력의 상실이 불안을 넘어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건 보험광고의 호들갑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혐오, 배제, 차별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은교'에서 노老작가의 말처럼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은 벌이 아니다.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늙음은 벌이 아니다.
돌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므로 돌봄을 받는 것이, 또 돌보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지지 않게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에겐 오면 안 되는 일이라는 위치를 벗어나 협력과 연대로서의 돌봄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 등을 톡톡 두드리며 ‘여기 좀 돌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돌봄에 관한 모순된 심리 기제를 깨고 공론화로 나아갈 수 있다. -돌봄과 인권, 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