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의 의사 유다 할레비(1075?~1141)도 알-가잘리를 따랐다. 그가 보기에 신은 합리적으로 증명될 수 없었는데, 이는 신앙이 비합리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신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일이 종교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논리적 증명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초월적이고 비인격적인 신이 어떻게 이 불완전한 물질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있는 방식으로 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P346
물리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완벽한 상(像)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지지부진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혹은 답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답하고자 노력하고, 완벽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매달리는 인간의 노력에는, 정말이지 속수무책으로 굴복하고 만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모든 것에 나는 늘 약하다.
그러니 고독한 이가 책을 벗 삼으면 적당히 대화도 할 수 있고 듣기만 할 수도 있고 자기 얘기만 할 수도 있고 언제든 멈출 수도 있다. 뭘 충전할 필요도 없고 연결할 필요도 없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이 믿음직한 벗은 여전히 나만큼 느려서 나의 고독을 안심시킨다.
그리하여 누구나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외로운 책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읽었고 읽을 수 있으며 단 한 번 낭독되었고 앞으로 결코 완독될 일이 없는 책이다. 누구도 읽을 일 없는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쓰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고 부른다.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 나는 웃는다. 적어도 이 집에서 고독은 행복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나는 고독해서 행복을 느낀다. 고독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