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국가를 선언하다 - 식물이 쓴 지구의 생명체를 위한 최초의 권리장전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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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진정한 주인 식물이 쓴 최초의 권리장전!!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고 모든 생물들이 의존하는 식물, 그들이 세운 식물국가.
우리는 정말 많이 식물에게 의존하고 살지만 정작 그것들을 매우 유의미한 존재로 여기진 않는다.
그냥 지나가다보니 있네. 그정도가 식물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깊이 따지고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식물이 없이 살아갈 수가 없다. 이런 식물들이 세운 국가와 그들이 쓴 헌법이라니 정말 흥미롭다.
'정말 지구의 주인이 인류일까?' 를 가만히 고민해 본다. 정말 인류가 모든 생물체중 가장 우월할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확실히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식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식물들은 지구를 빌려쓰고 있는 인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p97 내가 볼 때 식물을 피라미드의 최하위에 배치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다지 관대해 보이지 않는 다. 화학 에너지를 소비하는 유기체가 아닌, 화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유기체를 상위에 표시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던 식물들에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장 눈앞에 환경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발전을 위해서도 식물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자는 계속 묻는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세입자에 불과한 인간은 지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심각한 위기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식물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모두 함께 살기 위한 확실한 대안은 식물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인 난 이책을 매우 즐겁고 심각하게 읽었다.
작은 풀 한포기도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것은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도서분류상 자연과학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고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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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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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우의 단편 11편을 한 권으로 묶은 이 책은
단편과 sf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새로운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죽음이후 의식을 로딩해 포스트휴먼이 된 아빠를 만나는 표제작을 포함한 연작 세편도 좋았다. 물론 다른 편들도 좋았다.
그러데 난 첫편인 <루프속에서>를 매우 인상깊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서 다음편을 읽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카이라의 아빠는 1251명을 죽인 드론 조종사, 군인이었다. 좋은 아빠였는데, 아빠는 조금씩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다 결국 PTSD로 자살하고 말았다.
카이라는 아빠와 같은 사람을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고, 카이라가 입사한 회사에서라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카이라가 맡은 일은 기관총과 미사일로 무장한 무인자율장치 가디언의 '윤리 제어 장치' 모듈을 만드는 일이었다.
가디언에게 정보를 입혀 죽여야하는 사람을 결정하고 실행하게 하는 일.
가디언이 제대로 일하도록 목숨값을 매겨 프로그래밍하는게 카이라의 일이었다.
인간에게 누굴 죽일지 결정하는 의사 결정의 루프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 카이라의 아빠같이 고통 받을 사람이 없어질 것 같았고,그래서 가디언이 결정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드론을 직접 조종해 결정하고 사람을 죽이는 아빠, 그 결정과 실행을 로봇에게 맡기기 위해 뒤에서 목숨값을 매기고 있는 카이라.

머릿속이 조금 많이 복잡해졌다.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한 지금, 또 미래엔 더 현란한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만드는 일보다는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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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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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고 그 고독을 사랑한다.
한때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를 느끼고 방랑을 한 적도 있었다.
노년이 된 지금은 자신의 작은공간에서 고독을 느끼는 것을 사랑한다.

P11. 나에게는 파이프 담배, 다리 사이로 기어드는 강아지, 다락방에서 들려오는 생쥐 소리, 씩씩거리며 타는 불, 장작 받침쇠 옆에서 천천히 데워지는 보졸레산 포도주 한 병이면 족하다. 신문도 책도 필요 없다.


실비오 가까이에는 사촌인 엔렌이 남편과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고 그 가족은 실비오와 제법 잘 지내고 있다.
엘렌의 딸 콜레트가 물랭뇌프 방앗간집 아들장과 결혼하며 사건이 생긴다. 어느 날 외출했던 장이 돌아오다 집 앞의 강에 빠져 죽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가족의 슬픔이나 장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인듯 흐른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젊은 실비오의 이야기 엘렌의 이야기, 엘렌의 이복언니 세실과 그녀가 입양한 자유분방하고 소문이 나쁜 브리지트의 젊음 또는 그들에게 흐르는 뜨거운 피에 대한 이야기다.

노년의 실비오가, 고독과 평화로움을 사랑하는 실비오가 그들 사이에 흐르는 뜨거웠던 순간을 말하고 그 가족에 흐르는 욕망보다 더 뜨거운 피가 흐르는 그 때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P151. 육체의 욕망은 헐값으로도 채워진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마음, 사랑하고 절망하고 어떤 불로든 타오르길 갈망하는 마음이 문제다. 우리가 원했던 건 그것이었다. 타오르는 것, 우리 자신을 불사르는 것, 불이 숲을 집어삼키듯 우리의 나날을 집어삼키는 것.

조용하고 평화로운 실비오가 옛일에 대해 말하며 다시 뜨거워지는 그 순간. 실비오는 살아있음을 다시 느꼈을것 같다. 그 시절 광기와도 같았던 그 때가 있었기 때문에 평화로움 속에 몸을 의탁하고 살수 있었던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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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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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을 시작으로 열 한편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일단 강렬하다. 그리고 소설 속 여성들은 조금씩 이상하지만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인지 한번에 쭉 읽어지지 않고 중간중간 나에게 쉴 시간을 줘야만했다.
분명 밖에서 글을 읽고 화자의 느낌을 함께 느끼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마치 내가 화자인듯 그 속에 빠져버렸다.
책의 내용 대부분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어서 나도 모르게 더 빠져들었을 수도 있다.

이 책에 살고 있는 여자들은 조금은 이상하고 강인하다. 또 죄책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평범한듯 그렇지않은 여성들이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며 함께 하자고 손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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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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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9. 나는 여전히 사랑과 우정을 갈구하고 여전히 버림받았소. 그건 정말 불공평하지 않소?


학문에 재능이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재능을 갈아넣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든다.
자신이 만든 그것이 감히 아름다울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만든 것은 너무나 끔찍했다.

P94. 절제할 수 없는 열정으로 그 목적만을 간절히 갈망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끝내자, 아름다운 꿈은 사라지고 숨 막히는 공포와 역겨움이 엄습했다. 내가 창조해낸 존재를 더는 참고 볼 수가 없어서 그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렇게 창조물은 창조자에게 버림 받았다.
버림받은 괴물의 삶은 쉽지 않았다.
숲에서 먹을걸 주웠고 누군가가 피워놓은 불을 보고 따뜻함을 알았다. 인간의 삶에 들어가 보려다 흉칙한 외모 때문에 쫓겨나고 쫓겨나고 숨어 살아야했다.
한 오두막옆 우리에 숨어 살며 언어를 배웠고 아름다운 음악을 알았고 책을 읽었고 고결한 영혼을 가졌다.
그러면 인간의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삶에 끼워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창조자를 찾아야했다.
자신과 같은 존재 하나만 있다면 함께 살며 외로움을 잊고 싶었다. 처음에 괴물은 누구도 해칠 마음이 없었다.
괴물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위해 프랑켄슈타인의 가족과 친구에게 해를 가했다.
자신의 창조자라도 자신을 인정하고 알아주길 바랬는데 그의 끔찍한 외모는 누구의 마음도 사지 못했다. 그래서 외롭고 또 외로웠다.

책을 다시 읽으며 괴물의 고독에 깊이 몰입했다. 그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그들이 읽고 깨닫는 것을 나도 알면, 그들만큼 공부를 하면 사람 대우를 받을것 같지만 철저히 무시당해야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P246. 그렇게 내 존재가 없어진다고 해도 슬퍼할 사람은 없었소. 내 생김새는 소름이 끼쳤고 체구는 거대했소. 그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놈일까?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해답을 얻을 수 없었소.

또 프랑켄슈타인이 느끼는 죄책감에 공감했다. 자신이 만든 괴물 때문에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그의 죄책감. 어디에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하는 삶이 미련스레 보이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결은 좀 다르지만 그 죄책감은 어쩌면 나의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가슴에 공룡을 품고사는 친구들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고 그저 지나가는 시기라고 다 그런 거라며 보듬어 주지 못했던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너무 힘든 친구릍 만나면 그런 식으로 외면하고 틀어 박힌 말을 건네며 시간을 때우다 나온 몇번의 수업들이 생각났고, 조용한 시간에 혼자 느꼈던 숨긴 죄책감이 떠올랐다.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점들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는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의 고독을, 죄책감을 더 떠올리며 읽었다.
그게 또 재독의 묘미겠지.

P250. 저주받을 창조자! 왜 당신은 자신도 역겨워 고개를 돌릴 만큼 소름 끼치는 괴물을 만들었는가? 신은 가엾게 여겨,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덕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악한 당신의 모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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