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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소년 비룡소 걸작선 19
팜 무뇨스 라이언 지음, 피터 시스 그림, 송은주 옮김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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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누군가 ‘넌 꿈이 뭐니?’ 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나요? 대부분 어렸을 적의 꿈은 거의 분기별로 바뀌곤 하지 않나요? 자주 바뀌는 꿈만큼 종류도 다양해야 할텐데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아요.


제가 어렸을 적, 국민학교 2학년 때 한 사람씩 일어나 미래의 꿈을 말한 시간이 있었어요. 1분단 첫 줄부터 4분단 마지막 줄 순서로 일어나 발표했는데, 이유불문하고 꿈만 말하고 다시 앉았었지요. 내 꿈을 말하는 시간이 고작 3초?!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간은 학부모 참관 수업이었던 것 같네요. 아이들의 꿈을 3초씩 들으며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아무튼 그 날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경찰관, 군인, 대통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은 현모양처와 선생님 그리고 미스코리아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었죠.

다른사람들이 정해 놓은 꿈과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꿈 사이에서 헤매는 시간의 과정이긴 하겠지만, 분명한건 대통령만은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럼 저는 뭐라고 했을까요?

저는 교실 한복판에 서서 제 미래의 꿈을 3초간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웃음거리가 되었지요. 바로 ‘농부’라고 대답했기 때문이죠. 그 날 크게 비웃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는 ‘별이 된 소년’의 주인공 네프탈리가 아버지에게서 듣던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멸시가 담겨져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우리들은 미래의 모습을 자유롭게 꿈꾸면서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가다듬지요. 그 과정에서 어떠한 도구로 말을 할 것인가도 찾게 되고요. 이런 과정과 발견이 우리 모두에게 순조롭게 다가오지만은 않지요. 항상 늘 반대를 외치는 누구와 적극적으로 찬성해주는 누구 사이에서 대개는 어려움을 겪어요. 어린 네프탈리는 늘 부딪히는 벽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아버지와 자신을 이끄는 사물과 단어들 사이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칠 수 있는 눈을 뜨게 되었지요.


어린 네프탈리는 첫 작품을 아버지로부터 표절의혹을 받으며 간단치 않게 시작합니다. 후에 크게 자란 어른 네프탈리는 그때를 떠올리며 비평의 쓴 맛을 처음 맛보았다며 회상하기도 했다죠. 이 책에서 네프탈리에게 아버지는 앞으로 평생 네프탈리가 싸워야 할 벽과 같은 존재로 나오죠. 시간이 지날수록 네프탈리는 변해갑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가 바라는 네프탈리를 남겨두고, 네프탈리는 파블로 네루다라는 자신만의 네프탈리를 만들어가지요.


이 책은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기초해서 쓴 소설이에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는 이렇게 아버지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쫓겨나는 원주민 마푸체족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며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운명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자라나게 되지요.


파블로 네루다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언어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텐데 찾기가 참 쉽지 않아요. 모두들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자신만의 언어를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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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세상을 발가벗기다 : 티보 칼맨
이원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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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보 칼맨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수 없이 들어보아 익숙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샀다. 많은 사람들은 티보 칼맨을 베네통에서 나오는 잡지 ‘COLORS’의 편집장 및 아트디렉터로 잘 알고 있고, 흔히 ‘COLORS’ 때문에 티보 칼맨을 알게 된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고른 진짜 이유가 있는데 바로 버내큘러(Vernacular) 때문이다.

 

- 버내큘러란?

특정 문화나 지역, 집단에서 사용하는 일상언어를 말한다. 칼맨이 말한 버내큘러디자인이란 미학적인 세련미는 덜할지라도 나름의 인간미를 가진 주변 환경을 말한다. 예컨데 할렘가의 식료품점 간판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의 외관을 치장한 그림처럼 조악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비주얼을 가리킨다. 그는 기존 디자이너들의 거만한 이론과 멋을 잔뜩 부린 엘리트주의를 비꼬며, 이른바 비디자인 non-design’ 이라는 형태로 버내큘러디자인을 실천하려 했다.

- p.107

  

 사실, 그래픽 디자인에서 버내큘러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소하기도 하고 정확히 감이 잘 안잡힌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 그렇다. 처음엔 ‘vernacula’ 라는 단어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검색된 이미지에서 보이는 버내큘러 디자인은 그저 그런 핸드 프린트 간판이나 주로 손으로 그린 글자들, 특히 버내큘러 타이포그래피라고 이름 붙은 웹페이지들은 마치 Vernacular 라는 말이 단순히 올드하고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교외나 지방 고유의 디자인처럼 느껴지게끔 한다. 이건 명백한 오해다.

 

 버내큘러 디자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예는 바로 이 책 안에 있다. 바로 플로런트 레스토랑디자인이다. 직접 보면 좋겠지만 일단 책 속의 내용으로 한번 그려보자.

 

- 제가 공을 들인 작 중의 하나죠. 뉴욕의 정육점 거리에 위치한 플로런트 레스토랑Florent Restaurant의 주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버내큘러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요리사 출신인 그의 레스토랑에 대한 기본적인 컨셉트는 우선 음식이 맛있는 곳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레스토랑 안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값비싼 인테리어와 화려한 가구로 분위기를 잡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에 비하면 지극히 소박한 편이지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삶이 묻어나는, 그의 친근한 버내큘러적인 컨셉트에 매료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은 자본이 충분치 않아, 오래 된 식당을 빌려 운영해야 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죠. 우리는 기존 식당과 집기와 가구 등 모든 것들을(심지어는 기름때 자국들마저도) 있는 그대로 디자인 요소로서 활용했습니다. 이 식당의 메뉴나 명함, 광고 따위도 식당 교유의 컨텍스트에 어울리도록 하나하나에 버내큘러디자인을 적용해 나갔습니다 .광고의 경우, 식당을 상징하는 의자, 주소를 나타내는 트럭, 뉴욕을 상징하는 총, 전화번호를 상징하는 전화회사 의 로고 등, 뉴욕 맨해튼의 전화번호부에서 사용하는, 다시 말해, 상업 광고에서 널리 쓰이는 아이콘을 차용함으로써 친근하면서도 일상적인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 p. 89

 

 이처럼 버내큘러 디자인은 시스템 디자인이란 말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하려는 대상의 환경과 상황을 모두 고려하려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이라고 해서 모두 버내큘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 버내큘러 디자인만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현 상황 그대로 자연스러운 환경을 시스템화 시킨 디자인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플로런트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겠다고 돈을 들여 치장하고 다른 가게에서 쓰는 조명과 테이블을 똑같이 배치한다면 플로런트 특유의 환경과 느낌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버내큘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

 ‘Vernacular’를 검색하면 ‘Vernacular Architecture’ 란 단어도 나온다. 이에 해당하는 Architecture를 살펴보면 북극의 이글루, 사막의 텐트, 인도네시아의 수상가옥처럼 지역적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집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여 만들어진 각각의 특유한 형태들이 버내큘러로 나타나는 것이다.

 

 집을 짓는 것처럼,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버내큘러가 각각의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쌓아올려진 구성적 관점(constructive system)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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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부지깽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1
로버트 쿠버 지음, 양윤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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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 소설들을 모아 엮은 책을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몇가지의 단편을 결합해서 한가지의 공통된 주제로 이끌어가는 걸 옴니버스라고 하지요.


반드시 옴니버스가 아니더라도, 소설의 분위기와 작가의 개성은 단편집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메타픽션의 아버지' 로버트 쿠버도 '요술 부지깽이' 단편묶음집에서 일관된 글을 쓰기는 씁니다. 다만 시간이 뒤죽박죽 되어 있고 사건이 우왕좌왕하다보니 생각보다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첫페이지를 읽기 시작하기 전 뒤쪽의 작품해설을 먼저 읽어보아도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네요.


'요술 부지깽이'의 가장 큰 특징은 서사적 붕괴와 재구성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재미를 가져다주는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로버트 쿠버는 모래사장에 이름을 써놓고 파도가 휩쓸고 가면 또 쓰고 다시 쓰고 해서 재미 나겠지만 지나가는 우리야 그게 무슨 재미인지 알게 뭐겠어요.


로 버트 쿠버의 장편소설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하이퍼-픽션이니 메타-픽션이라는 말은 그의 단편 소설처럼 지나치게 장식적인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속에서 어떠한 재미를 찾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지겹네요. 단지 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평범한 독자니깐요.


여러 이야기 중 <형>은 그나마 읽기가 불편하지 않네요. 큰 줄기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 입니다. 다만 노아의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동생은 형 노아가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동생은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지요. 동생의 부인은 목적을 알 수 없는 노아의 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물어보아도 형은 방주를 만드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죠. 그래도 동생은 꿋꿋이 형을 도웁니다. 어느날 형은 방주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싣기 시작하고 그런 모습이 동생과 동생의 부인은 우습기만 합니다.

비 가 세차게 내리는 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세찬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엄청난 홍수와 함께 세상은 물에 잠기기 시작하죠. 동생은 저 멀리 형의 거대한 방주를 보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형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형 노아는 매몰차게 모른 척 해버리죠. 동생은 처참한 기분 속에 잠겨버린 집을 바라만 봅니다.


이 책에서 <형>은 드물게 등장인물도 정리되어있고 시간도 제 정신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로버트 쿠버의 안내를 받으며 비교적 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죠. 다만 다른 이야기들도 좀 편하게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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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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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 세계 대전 로버트 카파는 눈앞에서 사라지는 영혼은 카메라에 담습니다. 아마도 카파가 그 장면을 뷰파인더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면 카파의 사진을 보고 중고 카메라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좀 적었겠죠. 사실 우리 집 앞 거리에는 총을 맨 병사도 낮은 포복으로 침투하는 침투조도 없으니까요. 오로지 애먼 꽃 나비나 겨누는 아저씨들만 가끔 눈에 띄곤 합니다. 출.사. 나온 거지요.

어렸을 적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카메라 하나로 시작된 벤의 사진도 아버지의 압력으로 결국 변호사의 넥타이가 되고 맙니다. 벤도 그냥 그렇고 그런 동호회 아저씨가 된거지요.


아버지의 원대로 벤은 변호사로서 괜찮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적으로 탄탄하며 미래도 안정적이지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가정도 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벤과 아내는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벤의 아내는 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소설가이지요. 벤은 늘 아내를 응원하나, 아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루어지지 않는 자신의 욕망을 벤의 탓으로 돌리다가 기어코 사이가 멀어지고야 맙니다.


나 쁜 상황은 최악의 사건으로 이어져 벤은 아내의 내연남이자 바로 길 건너에 사는 사진가 게리를 의도치 않게 죽이게 됩니다. 사실 벤은 게리의 시건방진 태도와 허풍이 싫으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그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어요. 게리는 벤이 그토록 갈망하던 사진가이니까요. 꼴보기 싫은 마음이야 굴뚝같았겠지만 정말 없애 버릴 생각은 없었어요. 벤은 극악무도한 악당이 아닌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깐 말이에요.


이처럼 벤은 우연한 계기에 우연한 실수와 우연한 두뇌회전으로 지금의 자신을 버리고, 그토록 갈망하던 사진가라는 욕망의 옷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훔쳐 입은 옷이 편할 리가 있었을까요?!


소설 내내 거짓을 꾸며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벤은 모든 상황을 자기 뜻대로 만들어 가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로 끌려가는 꼴이 되고 맙니다.


벤이 사진을 통해 바라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명예? 그것도 좋았을 거예요. 돈? 앞날이 창창한 변호사란 직업을 봤을 때 그건 아닌 거 같네요. 그럼 꿈?


이 이야기 속에서 벤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어떠한 모습에도 가까이 다가 간 적이 없지요. 벤 뿐만 아니라 벤이 만난 다른 인물들도 그렇습니다. 벤은 게리로 살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고, 아내는 소설가로서 성공하지 못해 히스테리만 가득해졌으며, 게리는 허풍만 늘어뜨리다 벤에게 죽임을 당했지요. 중간중간에 나오는 기자나 편집장 등등의 꿈도 허망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벤이 만들어낸 사건으로 장미빛 인생을 바라지만 모두 다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리지요.


벤에게 게리는 새로 그린 얼굴이에요. 벤에게는 픽션보다 구체적인 현실의 삶이 더 필요했을 거에요.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픽션같은 일들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반면에 픽션은 생각보다 현실같지 않은 일들만 그리지요.


만약 이 모든 사건의 인물들이 실존한다면 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현실속에 매치시켜본다면 어떤 사진가랑 이미지가 어울릴까요? 아내는 어떤 작가랑 어울릴까? 편집장은? 기자는? 친구는?


누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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