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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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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부드럽지 않아 읽기 불편한 부분들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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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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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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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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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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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탐정인 필립 말로는 밥벌이를 위해 시시껄렁한 일을 하는 중입니다. 가출한 남편을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어느 부인의 의뢰를 받은 거죠. 필립 말로는 남편을 찾기 위해 흑인과 백인이 뒤섞여 사는 센트럴 로에 가지만 허탕을 칩니다. 의뢰인은 돈을 내지 않고요.

느와르라는 장르와 미수금된 푼돈은 뚝배기에 담은 냉면처럼 안 어울려요. 그런데 필립 말로에 대해 말할 땐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필립 말로는 도덕 재무장을 직접 주장할 만큼 영웅적인 캐릭터에요.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죠. 본질이 이러면 자칫 잘못하다간 종이 인형 캐릭터가 되기 쉬워요. 그래서 세속적인 양념을 친 겁니다. 못 받은 돈에 연연하는 건 아니지만 초장부터 주인공이 돈 애길 하면 딱딱한 교조적 영웅은 면할 수 있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센트럴 로에서 허탕을 친 필립 말로가 우연히 무스 맬로이를 보면서 시작됩니다. 무스 맬로이는 서커스단이나 입을 법한 희한한 옷에 거대한 체구를 구겨 넣고 있어 수녀들 사이의 스님처럼 눈에 띄어요. 필립 말로는 호기심에 무스 맬로이를 보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죠. 사실 돈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여기서 필립 말로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나요. 생계를 위해 탐정 일을 하지만 단순히 돈을 쫓진 않죠. 세속적인 면이 있지만 그걸 담는 큰 그릇은 순수해요. 타락한 도시에 살면서 도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니까요! 따지고 보면 필립 말로는 유별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는 우리 대부분 같아요. 딱 보통 사람 말이에요.


<안녕, 내 사랑>은 캐릭터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에요.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 필립 말로만큼 그려질듯 살아있죠. 바톤 핑크 시절에 존 굿맨을 연상시키는 무스 맬로이, 팜므 파탈이지만 순정이 있는 그레일 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할 것 같은 인물인 쥴스 앰소 등등. (유명한 이야기지만 하루키는 챈들러의 빅 팬이죠. <안녕, 내 사랑>을 읽어보면 하루키가 챈들러에게 얼마나 많은 문화적 할부를 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어떤 부분은 기시감이 들 정도죠.)

캐릭터가 중심인 이야기는 몇 번 읽어도 재밌어요. 다시 읽을 때마다 각자의 입장과 대사가 새삼스럽게 다가오죠. <안녕, 내 사랑>은 다 읽고 책장을 덮은 직후에 다시 읽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숨은 알맹이처럼 곳곳에 있어요. 캐릭터 뿐 아니라 무심히 흘려보낸 서술이 나중에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해요. 그래서 두 번 읽을 때야 아, 요런 게 숨어있었네 하고 깨닫죠.

구성의 면에서 보자면 <안녕, 내 사랑>은 훌륭한 소설이 아니에요. 정직하게 말하면 엉성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탐정 소설과는 천지 차이죠. 사실 장르 소설은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이 묘미죠. 예컨대 작가가 미리 계획해놓은 미로를 따라 가며 누가 범인일까? 같은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보면 필립 말로는 참으로 무능한 탐정이죠.


캐릭터는 이렇게 풍부한데 구성은 왜 엉성할까요? 개인적인 상상일 뿐이지만 저는 챈들러가 순수 문학의 꿈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시절 순수 문학을 쓰고 싶었던 챈들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중년이 돼서야 글을 쓰게 되는데 그것도 장르 소설이죠. 실제로 챈들러는 장르 소설을 쓰기 위해 일부러 ‘공부’를 했 다고해요. 장르 소설을 펴놓고 “구성”을 분석하고 공부한 거죠. 챈들러는 구성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고는 글을 쓸 땐 한 번에 한 단어씩 썼을 겁니다. 그러니까 미리 계획하고 치밀한 미로를 짠 게 아니라 글을 흘러가는 대로, 캐릭터가 흐르는 대로 둔 거죠. 아마도 챈들러는 다음 장에서 필립 말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을 거예요! 이런 관찰자적, 기록자적 태도는 다분히 순수 문학적이죠. 독자의 재미를 우선하는 장르 문학보다 순수 문학은 인간이라는 더 큰 질문을 다루니까요. 챈들러는 필립 말로를 장기의 말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있는 거죠. 근거 있냐고요? 첫째는 챈들러가 장르 소설의 저 빛나는 보물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고 회의적이었다는 점과 둘째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장황한 문장이에요. 챈들러는 비유의 달인입니다! 목소리가 간이식당의 저녁식사처럼 차가워졌다나!


<안녕, 내 사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레이몬드 챈들러 자신일 거예요. 그가 작은 역할의 캐릭터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걸 보면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그라면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도 허투루 보지 않을 것 같아요. 챈들러가 실제로 친절한 사람이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애는 있죠. 허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야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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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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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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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능을 잃은지 한참 지난 책상을 쳐다보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들이 층층이 쌓여있었어요. 그래서 누가 누가 쌓여있나 들여다보려면 고개를 옆으로 기우뚱하고선 책등을 살펴봐야 했지요. 책 빌딩들은 서로 다른 높낮이로 올라서 있었는데 그 중 낮은 곳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홀로 서 있었지요.

 

사실 몇일을 재어보았어요. 읽기를 망설이며 힐끔힐끔거리며 지나쳤어요. 고민이 되더군요. 왠지 모를 무거움에 선뜻 책으로 손이 가지를 않았어요. 요사이 분명 책을 읽는 게 부담스러워지긴 했으니까요. 시간도 없을 뿐더러 책을 읽어 무얼하려하나 싶기도 했으니까요. 어쨎든 중요한건 몇일을 재어보았던 시간이 오히려 좋게 작용했는지도 몰라요. 덕분에 책에 스며들듯 잘 읽었으니까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을때면 짧막한 이야기를 전해 듣죠. 주로 대강의 줄거리를 몇분내에 전해듣는데 말 그대로 줄거리에 지나지 않아요. 이것도 단편이라면 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티비나 극장에서 이야기를 볼때면 대부분 기다란 이야기를 전해 들어요. 흔히 말하는 장편이죠. 장편 소설이나 영화같은 긴 이야기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해요. 스스로 문을 열어 마무리까지 지어주죠. 얼마나 손 쉬워요. 우리는 앉아서 가만히 보기만 하거나 읽기만 하면 되니까요. 단편은 좀 달라요. 앉아서 이야기를 즐기기에 너무 빨리 끝난다는 단점이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뭔가 시작하려다 끝나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로맹 가리'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로맹 가리'의 단편들은 짧은 이야기가 어떻게 서사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거 같아요. 한 두페이지의 단편일지언정 마치 한 두권의 장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혹은 두 세시간짜리 긴 영화를 보는 듯 해요.

 

책표지도 좋아요. 책 제목과 어울리게 페루 해안의 상공에서 떨어지는 새들로 보이면서 혹은 허공에 흩뿌려 놓은 종이 조각들 같기도 하니까요. 종이 이미지는 책 안의 단편이 시작하는 제목 페이지에서 더 좋은 느낌을 주네요.

 

이야기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어요. 각각의 단편이 낱권으로 나왔어도 모두 구입할만큼의 진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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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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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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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 콜필드는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어요. 그곳은 누구나 ‘좋은 학교’라고 말하며 홀든 역시 ‘좋은 학생’으로 보는 그런 곳이죠. 홀든은 펜시에서 퇴학당하기 전 두 학교에서도 쫓겨나다시피 전학을 당했죠. 사실은 홀든이 학교생활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도망친거에요. 홀든에게 뭔가 잘난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선생들의 눈엔 그저 공부하기 싫어하는 별난 녀석정도겠죠. 어쨎든 이야기는, 홀든이 방학을 몇일 앞두고 퇴학을 당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해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이야기에요. 


홀든은 이곳 저곳들을 떠돌며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학교 친구들 혹은 선생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확히는 주로 그들의 욕을 하는 거죠. 그래요. 홀든은 학교며 친구며 선생이며 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나 봅니다. 굉장한 냉소주의자에요. 이 세상을 혼자 살아온 것 같은 녀석이죠. 하지만 그런 홀든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엄마와 아빠 그리고 D.B 형과 피비라는 여동생. 그리고 앨리라는 남동생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버렸어요. D.B 형은 소설을 쓰다 헐리우드로 건너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형을 보며 홀든은 돈에 물든 변절자라고 생각하고 있죠. 아마도 홀든은 D.B 형이 쓴 예전 이야기들을 아주 좋아했던 모양이에요. 사실 <호밀밭의 파수꾼>은 J.D. 샐린저가 쓴 글이라기 보다는 형인 D.B 가 썼다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책 말미에 홀든의 이런 이야기를 글로 옮긴게 D.B 형이라고 하니까요. 반면 제목은 여동생 피비가 지어 줬을거에요. 홀든이 밤에 부모님 몰래 집으로 들어와 피비만 보고 갈려고 했을때 이 영특한 아이는 홀든이 퇴학당했다라는 걸 눈치채고 오빠인 홀든을 질타하죠. 그러면서 홀든에게 오빠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뭐냐,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거냐는 질문을 던져요. 그리고 그때 홀든은 죽은 동생 앨리가 부르곤 했던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이란 노래를 떠올리고 그 노래에서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뛰어 놀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요.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발표된 소설인데 책의 내용을 보면 그때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제일 놀라운 점 중에 하나는 홀든은 고등학생인데 술집을 수차례나 드나듭니다. 그러나 항상 콜라만 마시죠. 술은 절대 안되나 봅니다. 반면에 담배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군요. 더군다나 나이와 관계를 불문하고 맞담배에 거리낌이 없죠. 사실 손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흡연문화를 가진 곳은 우리나라뿐일 거에요. 암튼 그 당시 담배는 일종의 사교문화로 인식되었죠. 미드 <매드맨>을 보면 그때 사람들이 담배를 얼마나 많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미친듯이 피워 댔는지 잘 알 수 있을거에요. 


어쨎든 책이 출간된 이후 홀든 콜필드라는 캐릭터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전후 미국사회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죠. 이제 6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홀든 콜필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나봅니다. 청소년과 성인을 가지리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랑하고 읽고 있으니까요.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불합리함에 저항하고 다양한 표현을 빌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죠. 5-60년대의 많은 사람들이 홀든의 목소리를 빌어 사회를 향해 소리쳤겠죠. 우리도 각자의 목소리가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 시대에 맞는 홀든 콜필드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거에요. 혹은 더 이상 홀든 콜필드의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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