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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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다보면 흔히 '다문화 가정'이라 불리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번 장한업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후 단어의 사용에 조심스러워진다. 특히 저렇게 자기중심적인 단어인 경우에는 더욱 더 - 나는 단일민족이고 우리 민족 아닌 너희들은...이라고 말하는, 알고보면 아닌데... - ) 내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건 모르건 알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하고- 이게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아이들이 와서 도움을 요청하면 뭐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도 이 책에 나와있는 아이들처럼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만나본 적이 없다. 다만, 동생이 고3 담임이었을 때 '우리 반 아이 내일 졸업하고 나면 쫓겨나..'라며 울먹이면서 얘기하는 걸 듣고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당연히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그걸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당황스러웠던 첫번째 지점이 아이들에게 신분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핸드폰도 개통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원격 수업을 하면서 다들 핸드폰은 있으니까 괜찮을거라고만 생각했고, 부모님의 의지 때문에 핸드폰을 개통하지 않는 아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구조적으로 핸드폰이 준비되지 않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논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상황을 알게 되면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고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요즘은 개인의 어떠한 상황도 교사가 먼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들의 학교급이 달라질 때마다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해 보인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울컥했다가 화가 났던 부분은 난민 신청과 관련된 김민혁 군의 이야기. 담임 선생님 옆자리에 있던 선생님의 도움 - 친구들의 적극적인 협조 - 결국 난민 인정. 그 과정에서 당사자나 주위 사람들 모두 너무 멋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하... (요즘 올림픽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좀 제발,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은 좀 생각하고 해 주면 안 돼요?! 라고 하고 싶다) 앞으로 열심히 살라는 말. 지금까지 열심히 안 살았으면 아이가 재심까지 청구해가면서 난민 인정을 받았을까? 도대체 뭐가 열심히 사는 건지... - 아저씨는 열심히 살고 있나요? 삐딱하게 묻고 싶다 - 그런데 이 학생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다행이다 싶으면서 미안하기도 하다.

흔히 '인권'이라 하면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가 손해보는 것 같이 느껴지는 부분'인 것 같다.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느끼는 차별의 존재를 모르는 것.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 나쁜 것은, 알면서 모른 척 하거나 알지만 나에게 손해이니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것.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권'의 아주 기본적인 의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약간 다른 데로 갔지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조차도...) 그렇지만 의미를 몰라도 느끼는 건 있지 않을까?

<시선으로부터,>에 손녀들이 왜 할머니가 당하고 있는 걸 몰랐을까 - 그 당시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상황에 이름을 짓고 그것을 아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명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인간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거나 생명체를 가진 것들에 대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섬세함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이름이 붙어있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 이름은 없지만 무엇인가 미묘하게 껄끄러운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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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이 희망이다 -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철학과 실천모델
장은주 지음 / 피어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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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내내 이 책을 매일 조금씩 읽었다. 다른 책도 함께 읽는 이유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밑줄을 긋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학창시절은 6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한 교실 안에서 생활하는 세대였고, 반장, 부반장, 각 부 부장을 뽑고 매주 학급회의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에 당연히 회의를 하고 결과를 적었던 세대이다. 그런데 그때의 경험이 나를 민주시민으로 키웠으냐고 묻는다면 금방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하라니까 했고, 빨리 결론을 내야 했고, 주제도 학교에서 내준 것에 대해 선생님들이 좋아할만한 의견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지금의 중학교 모습은 그 때와 많이 달라보이진 않는다. 물론 요즘은 다양하게 학생들이 학칙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학교의 정책을 세우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민주시민이 되겠느냐 하면 그것에도 역시 답은 딱히 긍정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이 책은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을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할 수는 없겠다는 단순한 진실"(p.12)은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나에게도 적용되는 문장이다. 나도 학창 시절 제대로된 민주주의 교육은 받아본 기억이 없다. 이론적으로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체제라는 것을 주입식으로 암기했을 뿐이다. 정치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조차 배운 적이 없었다. 아니 이건 일부러 안 가르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지금부터라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부해보고 학교에서도 그 실천을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조차 보이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사회정치적 대결과 투쟁이 일상화된 곳이 우리 사회다."(p.27) 라는 문장을 읽으며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칼럼이 떠올랐다. 찬반 토론을 위해 선거 연령 하향 찬반 칼럼을 보던 중, '가족끼리는 정치 이야기 하는 거 아니다'라는 문장을 나온 것이다. 내 생각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사실 같은 성향이 아닌 이상 정치 이야기를 가족 안에서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누구와 정치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학교에서만 사회에서만 해야하나? 아이의 정치에 관련된 교육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가족끼리도 건전하게 서로 다투지 않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하는 것이 먼저이고, 이를 반성해야 할 어른의 입에서 저런 문장이 나왔다는 것이 더 창피했다. 가까운 사이에서도 이견을 말하면서 그를 통해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하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왜 말하지 못하는 걸까? 민주시민으로 키운다는 것이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 아닌 민주 사회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일텐데 아직도 사회에서의 '민주'는 곧 '정치'의 다른 말인 것같다.

물론 이 책이 이런 류의 정치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맥락은 '민주시민' 그 자체이므로 민주시민은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참여해야하는지를 챕터 별로 잘 서술하고 있다. 특히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저마다 '좋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부분에서는 밑줄과 별표를 동시에 주어야했다. 대통령 선거 내내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교육이 변해야한다는 주장 안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이 '저마다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이 돕는 것'이 아닐런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국가가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결과가 어느 누구에게도 불합리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은 꼭 필요해 보인다.
미리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던 사례들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적용해볼만한 참고사항도 좋았다. 특히 서울원당초등학교의 사례는 위계를 세우지 않고 동일한 위치에서 함께 합의에 이른다는 점에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방법이었다.

동일한 챕터 안에서 자주 반복되는 문장이 보이는 것이 강조를 넘어 너무 자주 등장하는 듯해서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내 아이,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민주 시민으로 자라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보고 실천해볼만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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