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드 스트라이크


흔히 영어덜트 소설이라고 하면 중고등학생을 위한 소설을 떠올리고, 더불어 조금은 유치하거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몇 년전까지는 그랬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좋은 청소년문고를 읽다보면 이렇게 좋은 소설들이 많이 있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 또 하나의 작품을 추가하게 되었다.

구병모 작가는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작품으로 제 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고, 이후로도 다양한 작품들을 쓰고 있다. 청소년 대상의 작품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쓰고 있는데다 작년에 나온 ‘네 이웃의 식탁’도 생각할 것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이 작가의 작품은 믿고 볼 수 있겠다는 믿음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해 출연했던 팟캐스트에서 청소년 소설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조만간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청소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 층의 독자들이 읽을만한 영어덜트 소설이 나온 것 같아 무척 반갑고 기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고, 사막과 고원을 너머 살고 있는 익인이 있다. 평소 순하던(?) 익인들이 갑자기 단체로 들이닥쳐 도시를 공격했고, 이를 방어하던 군사들에게 익인 한 명이 잡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익인은 기회를 틈타 도시인 중 시행의 배다른 동생을 인질삼아 탈출했고 그 이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탈출한 익인은 ‘비오’, 배다른 동생은 ‘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루’는 이미 도시 안에서도 겉도는 듯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마음 붙일 곳이 없었는데, 비오의 가족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나아가 익인들의 대표자(지장) 또한 손님으로 인정해주고 있어 이들의 지역에서 익인들의 삶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 일을 통해 한층 커간다.


성장은 단지 청소년기에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신적 성장은 나이가 몇이 되건 계속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다. 나이가 몇이건 덜 성숙한 사람이 있고,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한 사람이 있다. 서른 살 직장인이 열 일곱살인 학생보다 훨씬 못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고 TV에 등장하는 공부께나 했고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어린 아이들조차 콧웃음 칠 일을 벌이곤 하는 일도 있다. 사람의 성숙이란 나이보다 경험이고, 그 경험은 꼭 직접 살아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소설을 통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누구든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게 소설의 묘미이고 성장소설이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요 인물인 ‘비오’나 ‘루’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는 ‘가하’나 ‘지요’ 그리고 비오의 엄마인 ‘시와’까지도 우리의 인생에서 한 번은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엄마의 입장에서 ‘시와’의 마음을 헤어려본다는 것, 형제의 입장에서 ‘가하’나 ‘지요’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들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틀이 아니라 좋은 소설이라는 큰 눈으로 이 소설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날그날의 감정에 충실할 권리가 있고, 그 결과로 인한 짐을 제 것이 아님에도 나눠서 져야 할 때가 있지. 그렇다고 해서 비오에게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는 뜻은 아니란다. 우리가 짐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베푸는 일이야.”


“그러니 그 작은 날개로 어디까지 날겠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이제는 날 수 없는 몸으로 초원조의 부름을 기다리는 엣사람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겠나.”


사람은 왜 자기와 다른 것이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알지 못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운 것의 비밀을 캐내려는 본능을 타고난 것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