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21 December 2009
The shortest day of the year. It is a time of endings. The Blade series is in its final pages. I feel strangely unwilling to stop writing. I want to find a reason for the story to continue. But that would be wrong. I know it must stop. The end of the story is as inevitable as the end of the year. I send all my Korean readers my heartfelt good wishes for 2010. Bless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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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너 몇 살이니?”
“네가 알 바 아니야.”
“열다섯 살쯤 된 것 같은데.”
더스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짐작은 정확했다. 어쩌면 요행히 맞출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름이 뭐야?”
소년이 말했다.
“그것도 네 알 바 아니잖아.”
“왜 말을 안 해주려는 거니?”
“네가 몰라도 되는 거니까.”
“내 이름은 조쉬야.”
더스티는 수화기를 꽉 쥐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 조쉬라니. 소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조쉬라고.”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더스티가 말했다.
더스티는 자신의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남자애가 조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 누구도 조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길 바랐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이윽고 소년이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내 이름은 조쉬가 아니야. 하지만 네가 괜찮다면 나를 조쉬라고 불러도 좋아. 그러니까, 네가 내 이름을 지어주는 거지.”
“네 이름 짓는 일 따위 관심 없어.”
“싫으면 관두고.”
소년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럼 어때?”
“뭐가?”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무엇이든 네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말이야.”
이번에도 더스티의 본능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라고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이름이니 뭐니 해서, 특히나 하필이면 조쉬라는 이름을 꺼내서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놓다니. 더스티는 이 남자애의 정체에 대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더스티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더스티에게 가장 소중한 이름을 입에 올렸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 소년은 더스티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전부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바로 지금 더스티의 집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더스티는 거실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지금 이 순간 집안에 불이 켜져 있는 방은 하나뿐이어서, 만일 그가 집 앞 골목에서 이 집을 지켜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바로 이 창문을 응시하고 있을 터였다. 더스티는 커튼이 쳐져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썩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이 부근에서 집이라고는 더스티가 살고 있는 손 코티지만이 유일했다. 오른쪽으로 몇 킬로미터쯤 가야 벡데일 외곽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스톤웰 공원과 킬버리 무어 황무지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며, 집 위쪽으로는 호수와 언덕진 황무지들이 전부라서 보호를 요청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너희 집 창문을 보고 있는 건 아니야.”
그때 느닷없이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난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몰라.”
더스티는 공포로 몸을 떨었다. 혼자 속으로 느끼고 있는 공포를 그가 입으로 말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소년이 내뱉은 말은 더스티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데이지?”
이제 더스티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뭐라고 했지?”
“데이지. 네 이름이 뭔지 알아맞히려 애쓰고 있는 중이야. 아마 데이지나, 뭐 그 비슷한 이름일 것 같은데.”
더스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커튼 쪽을 흘긋 쳐다봤다.
“내가 그랬잖아.”
소년이 말했다.
“너희 집 창문을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더스티는 이제 정말로 무서워졌다. 이 소년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죄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더스티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그래, 어쩌면 그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여자애가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일뿐더러, 도대체 그가 어디에 있나 의아하게 여기면서 창문을 흘긋 쳐다볼지도 모른다는 것쯤 얼마든지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조쉬라는 이름을 들먹이는 거며 곧이어… 데이지라는 이름까지 들먹이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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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네가 바로 그것이다 Thou art that"
                                                                                                                         - 우파니샤드


1.
“난 죽어가고 있어.”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더스티는 수화기를 꽉 붙잡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음성으로 보아 자신과 비슷한 또래, 그러니까 열다섯이나 열여섯,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소년으로 짐작됐다.
“거기 누구 없어?”
그가 낮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소년의 목소리는 화가 난 듯했고 발음은 분명치 않았다. 더스티는 시계를 흘끔 바라봤다. 20분이 지나면 자정이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더스티는, 집에 돌아오는 길인데 눈 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꼼짝을 못한다는 말을 하려고 아빠가 전화를 걸었을 거라 여기며 벨이 울리자마자 수화기를 들었다. 이런 남자아이의 전화인 줄 알았더라면 받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거기 누구 없냐고?”
그가 말했다.
“누구시지요?”
대답은 없이 기침소리만 들렸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예요?”
더스티가 말했다.
“우리 집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았을 텐데요.”
또다시 기침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에는 곧이어 소년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냥 아무 번호나 생각해서 전화를 걸었어.”
더스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장난전화가 분명했다. 금요일 밤인데다 새해의 첫 날. 어떤 할 일 없는 남자애가 친구들과 빈둥거리다 장난을 친 게 틀림없다. 잔뜩 귀를 기울여 듣는다면 아마 주위에서 낄낄거리는 친구들 웃음소리를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수화기 저편에서는 괴로운 듯한 소년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더스티는 아빠가 지금 데이트를 하러 벡데일 외곽에 나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몇 주 만에 처음, 아빠를 외출시키려고 갖은 애를 다 쓴 끝에 그야말로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됐다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빠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내 말 들었어?”
소년이 웅얼거리며 말했다.
“난 죽어가고 있다고.”
더스티는 소년의 말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위험에 처해 있는 거라면 이렇게 번호를 생각해내서 전화를 걸 리가 없었다. 전화를 걸려면 999에 걸었어야지.
“그럼 경찰에 전화를 걸었어야지.”
더스티가 말했다.
“경찰은 부르고 싶지 않아.”
“그러면 앰뷸런스를 부르든가.”
“앰뷸런스도 부르고 싶지 않아.”
“죽어가고 있다면서.”
“난 죽어가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전화를 걸어야 할 곳은 말이지….”
“누구한테 전화를 걸 필요는 없어. 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지, 살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수화기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더스티로서는 달갑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약을 과다 복용했어.”
소년이 말했다.
더스티는 소년의 말을 믿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더 이상 이런 남자애의 말에 말려들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어쩌면 소년이 한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소년에게 정말 무슨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다른 사람이 해결할 일이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난 널 도울 수 없어.”
더스티가 말했다.
“아니, 넌 날 도울 수 있을 거야. 난 그저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듣고 싶을 뿐이니까. 쓰러져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네줄 사람 말이야.”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필요한가본데,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대신 그런 사람들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긴 할게.”
“사마리아 사람 같은 건 필요 없어.”
소년이 말했다.
“난 네가 필요해.”
이 말을 듣자 더스티는 슬슬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강하게 밀려들었다. 하지만 더스티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소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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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알라디너 여러분,
한국의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프로즌 파이어>를 연재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2008년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도 행복하게 남아 있어서일까요.
여러분이 참 가깝게 느껴집니다. 

자연이 인간의 형태를 지닌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열여섯 살 소년이 가족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각종 루머와 편견이 폭력과 복수를 만들어낸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창조물이 불타 없어지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소녀에겐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소설 <프로즌 파이어>입니다.
 

- 2009.12.21. 팀 보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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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팀 보울러에 대하여 -

1953년 영국 엑세스 지방에서 태어났다. 노르위치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마침내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했다. 10대들의 꿈, 사랑, 우정, 가족애 등을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혼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데 탁월하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소년문학 작가이다.

첫 작품인 <꼬마 난장이 미짓>으로 beligian boekenwelp award와 뉴욕도서관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1997년 <리버보이>가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어 경쟁작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리버보이>와 <스타시커> 등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팀 보울러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팀 보울러는 그만이 가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학관을 정립, 청소년뿐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팀 보울러는 이러한 호평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스타일을 변화, 발전시키고 있다. 치유 성장소설 <프로즌 파이어>는 영국 언론의 격찬과 함께 팀 보울러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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