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너 몇 살이니?”
“네가 알 바 아니야.”
“열다섯 살쯤 된 것 같은데.”
더스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짐작은 정확했다. 어쩌면 요행히 맞출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름이 뭐야?”
소년이 말했다.
“그것도 네 알 바 아니잖아.”
“왜 말을 안 해주려는 거니?”
“네가 몰라도 되는 거니까.”
“내 이름은 조쉬야.”
더스티는 수화기를 꽉 쥐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 조쉬라니. 소년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조쉬라고.”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더스티가 말했다.
더스티는 자신의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남자애가 조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 누구도 조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길 바랐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이윽고 소년이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내 이름은 조쉬가 아니야. 하지만 네가 괜찮다면 나를 조쉬라고 불러도 좋아. 그러니까, 네가 내 이름을 지어주는 거지.”
“네 이름 짓는 일 따위 관심 없어.”
“싫으면 관두고.”
소년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럼 어때?”
“뭐가?”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무엇이든 네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말이야.”
이번에도 더스티의 본능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라고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이름이니 뭐니 해서, 특히나 하필이면 조쉬라는 이름을 꺼내서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놓다니. 더스티는 이 남자애의 정체에 대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더스티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더스티에게 가장 소중한 이름을 입에 올렸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 소년은 더스티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전부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바로 지금 더스티의 집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더스티는 거실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지금 이 순간 집안에 불이 켜져 있는 방은 하나뿐이어서, 만일 그가 집 앞 골목에서 이 집을 지켜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바로 이 창문을 응시하고 있을 터였다. 더스티는 커튼이 쳐져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썩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이 부근에서 집이라고는 더스티가 살고 있는 손 코티지만이 유일했다. 오른쪽으로 몇 킬로미터쯤 가야 벡데일 외곽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스톤웰 공원과 킬버리 무어 황무지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며, 집 위쪽으로는 호수와 언덕진 황무지들이 전부라서 보호를 요청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너희 집 창문을 보고 있는 건 아니야.”
그때 느닷없이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난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몰라.”
더스티는 공포로 몸을 떨었다. 혼자 속으로 느끼고 있는 공포를 그가 입으로 말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소년이 내뱉은 말은 더스티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데이지?”
이제 더스티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뭐라고 했지?”
“데이지. 네 이름이 뭔지 알아맞히려 애쓰고 있는 중이야. 아마 데이지나, 뭐 그 비슷한 이름일 것 같은데.”
더스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커튼 쪽을 흘긋 쳐다봤다.
“내가 그랬잖아.”
소년이 말했다.
“너희 집 창문을 보고 있는 건 아니라고.”
더스티는 이제 정말로 무서워졌다. 이 소년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죄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더스티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그래, 어쩌면 그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여자애가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일뿐더러, 도대체 그가 어디에 있나 의아하게 여기면서 창문을 흘긋 쳐다볼지도 모른다는 것쯤 얼마든지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조쉬라는 이름을 들먹이는 거며 곧이어… 데이지라는 이름까지 들먹이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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