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더스티는 발버둥 치면서 달아나려 애썼지만 금발 소년이 이내 다른 손으로 더스티의 배를 움켜쥐고 벽 쪽으로 더스티를 밀어붙였다. 그러자 또 한 명의 소년이 더스티의 어깨를 꽉 움켜쥐며 더스티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더스티는 도망치려고 다시 한 번 필사적으로 몸부림 쳤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손에 더욱 완강히 붙잡힐 뿐이었다. 그때 더스티가 무릎을 들어 올려 금발 소년의 사타구니를 최대한 세게 쳤다. 소년은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질렀다. “이 계집애가!” 더스티는 그의 주먹이 한 차례 뒤로 갔다가 앞으로 휙 날아오는 걸 보았다. 순간 더스티는 몸을 홱 구부렸고, 그 바람에 주먹이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벽을 쳤다. 소년은 다친 손을 흔들면서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더스티는 두 발로 마구 발길질을 하며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차댔다. 한쪽 발이 다른 소년의 정강이를 찼다. 그러자 이 소년 역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두 소년 모두 더스티를 향해 돌진했다. 더스티는 소년들의 팔 아래에서 몸부림쳤고, 마침내 그들로부터 빠져나와 오솔길 아래로 냅다 달렸다. 하지만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렸지만 채 5미터도 가기 전에 그들에게 양 어깨와 허리를 잡히고 말았다. 더스티가 다시 소리를 지르자 이번에는 주먹이 날아와 더스티의 등허리를 쳤다. 더스티는 신음소리를 내며 눈 위에 푹 쓰러졌다. 소년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더스티 곁으로 다가왔을 때, 더스티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더스티는 얼른 전화기를 꺼내 응답 버튼을 누른 다음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노울로 가는 오솔길이에요!” “저 계집애한테 전화기 뺏어!” 남자가 소리쳤다. “노울로 가는 오솔길이요!” 더스티가 소리쳤다. “경찰에 전화해 주세요!” 여러 개의 손들이 전화기를 낚아채고 있었지만, 더스티는 전화기에 대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남자 하나가 있고요! 소년도 두 명 있어요! 투견들도 있어요!” 손 하나가 더스티의 손목을 움켜쥐고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더듬거렸다. 더스티는 어떻게든 손을 뿌리치며 연거푸 전화기에 대고 비명을 질렀다. “검은 머리카락! 묶은 머리! 흰색 소형트럭! 차량 번호는….” 그때 꽉 움켜쥔 손에서 전화기가 빠져 나갔다. 금발 소년이 발로 전화기를 걷어찼다. 더스티는 망연자실해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두 소년과 남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개들을 묶은 가죽 끈은 여전히 남자의 손아귀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지만, 녀석들의 턱과 더스티의 얼굴은 불과 몇 인치 떨어지지 않았다. 더스티는 곧이어 한 차례 더 주먹이 날아오길 기다렸지만 더 이상 주먹이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남자가 소년들을 흘긋 쳐다보았다. “트럭에서 기다려.” 그가 웅얼거리며 말했다. 소년들은 아무 말 없이 남자의 말을 따랐다. 남자는 그들이 가는 걸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눈 덮인 자신의 발치에 아직 누워 있는 더스티를 쓱 훑어본 다음, 발치에서 몇 십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내동댕이쳐진 휴대전화를 흘끔 바라보았다. 굳이 휴대전화가 놓인 곳으로 가서 전원을 끄거나 박살을 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더스티를 노려보았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눈에 젖었다. 그가 조금 전과 같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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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야 2010-01-0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긴박감 내일까지 기다려야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