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시절 문지 푸른 문학
다치아 마라이니 지음, 천지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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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우유를 부어서 불 위에 데우는 어머니의 손이 몹시 떨렸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
어머니는 우유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입술로 가져가더니 맛이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커피메이커에 아직도 커피가 남아 있는지 보더니 우유에 붓고 설탕 두 숟가락을 넣었다.
"침대로 가져다 그릴게요."
내가 말했다.
"아니다."
어머니가 딱딱하게 말했다.
"내가 할게."-41쪽

방심한 사이 우유는 어느새 끓어올라 냄비 밖으로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피곤함으로 두 눈을 감고 몇 마디 욕을 내뱉더니, 가스를 잠근 후 이가 나간 그릇에 우유를 부었다. 그녀는 김이 오르는 그릇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침실로 향해 걸어갔다.
"잘 자라."
그녀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42쪽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받으러 뛰어갔다.
"만약 체사레면 오늘은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라."
어머니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 애가 안달이 나게 만들어야 해."
어머니가 덧붙여 말했다.
나는 부엌문을 닫고 수화기를 들었다.
"엔리카?"
"누구세요?"
"나야, 카를로."
침묵이 흘렀다.
"왜 그래? 내가 방해했어?"
"아니."
내가 대답했다.
"다른 사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야."
"누구?"
"넌 모르는 사람이야."
"오늘 만날까?"
"아니."
침묵. 내 생각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는 전화 속에서 숨을 내쉬었다.-55쪽

"레모는 열여덟 살이지. 네 나이쯤일 거야. 그렇지?"
"저는 열일곱이에요." -158쪽

침대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그 시간들이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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