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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스타일 1 - 오직 하나뿐
김점선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김점선을 알게 된 건 TV문화지대를 통해서였다.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책을 읽는 듯한 약간은 어눌한 나레이터가 수많은 매끄러움들 속에서 붙잡듯이 귓속으로 파고 들어와 하던 일을 잠시 접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칼, 집에서 청소하다가 나온듯 편안한 옷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주 잠깐 헷갈리게 했던 그 독특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별스런 자유로움"이란 시각적 이미지로 선연히 그려졌다.. 그리곤 이내 그 독특한 매력에 사로잡혔다. 누구지? 했는데 무식한 나만 몰랐을뿐 꽤 알려진 유명인사인 화가 김점선이었다. 이후로 그녀만의 스타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보았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반가움에 덥석 집어들고선 조금은 두근거리면서 읽어내렸다. 그녀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나는 기쁨과 내게도 매력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하며....
지금은, 반의 충족감과 반의 실망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너무나 궁금했던 김점선에 대해 알아감의 기쁨(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표현했구나... 하는)이 충족이라면, 인터뷰로서의 부족함이 실망이랄까..
활자로서 인터뷰를 읽는 것은, 매력적인 사람들의 세상에 알려진 외형의 모습외에 그 내밀함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그녀가 표현했듯이). 직접 만나볼 수 없으니 인터뷰어의 시선을 따라가며 상상해보고, 미루어짐작해 보기도 하면서 좀더 친밀한 정신적 교감을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목마름에 주어진 한모금의 물같다. 오히려 더욱 갈증을 느끼게 하는 딱 한모금의 물...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오로지 주관적 기대치를 안고 책장을 넘겼던 내탓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터뷰어의 시선을 따라가게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책에서는 인터뷰어의 시선이 카메라처럼 우리를 안내해 주지만 여기서는 몇명을 빼고는 진작부터 그녀가 알고 있던 이들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지인에 대한 글이기에 주관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만났던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에세이를 접할때처럼 얌전히 앉아서 고개만 끄덕여야 한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처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롯이 김점선이다. 그녀가 만난 열일곱명은 각자의 개성을 지닌 개체가 아니라, 이 책 안에서 김점선을 만나, 그녀가 되어 버린다. 오로지 하나뿐인 김점선이 오로지 하나뿐인 사람을 만나서 오로지 하나뿐인 인터뷰를 한다. 그래서 오로지 하나뿐인 책 김점선 스타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