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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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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운 님의 <인플루엔자>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상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97년 무협소설 <양각양>을 시작으로 <비정강호>, <특공무림>,
<무림사계>등 8권의 무협소설을 펴내고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야행>을 국내에서 영화화해서 개봉했을때
시나리오에 참여하였네요. 그 이후 경찰소설 시리즈 <무심한 듯 시크하게>, 미스터리 소년추격전 시리즈 <게임의 왕>, <소년들의 밤>
등의 작품을 선보인 작가분이시네요. 처음은 무협으로 그리고 영화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미스터리 장르로의 변화.
조금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변화를 보이는 작가입니다.
1932년 "화이트좀비"를 시작으로 시작된 좀비물. 그이후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조지 로메로의 좀비3부작을 거치면서
좀비물이라고 하면 대체로 허접한 분장과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존재감이나 현실성면에서 그저 B급 공포영화로 치부되어오곤 했었는데요.
90년 중후반부, 일명 세기말을 거치면서 점점 좀비물들이 대중적으로 서서히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좀비들로 인한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린 미드 <워킹데드>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따~악 1년여 전이었던 2011년 12월 11일 한국 최초의 좀비드라마 <나는 살아있다>가
공중파에서 방송될 정도로 이제는 좀비물도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왜 이렇게 책에 대한 얘기없이 좀비물에 대해서 이야기했나 하실텐데요. <인플루엔자>, 바로 이 작품이 좀비소설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공포, 혹은 스릴러가 되겠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만큼 이런 장르 구분보다는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바로 좀비소설입니다. 사실 좀비소설이라고 하면 내용은 뻔합니다.
"바이오하자드(레이전트 이블)"시리즈처럼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이 명백히 드러나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사람이 죽으면 좀비로 변하고 좀비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먹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을 공격하고
좀비의 공격으로 인해 사람들은 좀비가 되는 악순환을 거쳐 결국 세상은 인류 멸망의 길로 다가선다. 대강 이런 스토리죠.
<인플루엔자>도 좀비물이니 만큼 이 기본적인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형 좀비물이니만큼 한국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인데요. 그 한국적인 요소들이 참 재미난 부분입니다.
서울의 중심가라고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옥상 영공수호를 위한 대공포진지에서 복무 중인 주인공 제훈.
입대 전부터 사귀어오던 여자친구 영주의 이별 편지로 인해 탈영을 고민하고 있고
전 세계는 높은 감염률로 공포로 떨게한 차이나플루로 인해 혼란한 상태에서 백신의 부작용으로 백신을 투여받은 사람들은
차츰 좀비로 변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 <인플루엔자>입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군대상황은 나름 <인플루엔자>에서의 재미난 부분이긴 하지만
글쎄요..다른 측면으로는 본격적으로 좀비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너무나 한정적인 공간과 세계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좀비물이라는 것이 원래 세상에 대한 풍자를 그리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두 주인공 중 한 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주.
영주의 스토리 전개는 인간의 본성과 얼굴 뒤에 숨겨진 진심 등 풍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으로 봐서 <인플루엔자>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한 부분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훈의 이야기와 너무나 동떨어진 느낌인지라
이야기가 잘 조화되지 못한 듯해서 아쉽기도 하네요.
<인플루엔자>는 좀비소설이니 만큼 재미면에서는 상당히 뛰어난 소설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이야기할 것이 없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