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이 뭘까?" 애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초등 5학년에게 '헌병'은 낯선 단어가 아닐 터. 그러나 한 놈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하고자 했던 말은 이거였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십 년 마다 조선 통치 방법을 바꾸었다. 물론 목적은 하나다. 더 잘 착취하는 것. 1910년 한일합방이 되자 일본은 무력을 앞세워 조선인을 지배했다. 거리는 물론 학교에서도 일본인들이 총칼을 차고 다니며 눈에 띄는 조선인들을 괴롭혔다. 이 시기를 헌병 경찰 통치라고 한다. 경찰이 아닌 헌병이 조선인들을 검열했다. 당연히 분위기는 공포스러웠다.
이걸 알려면 헌병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뭔가를 잘 못하면 누가 우리를 잡아가지? 경찰이요. 맞아. 그런데 군인들이 나쁜 일을 하면 헌병들이 잡아간단다. 헌병은 군인들의 경찰이지.
하면서 무심결에 해병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얘기했다.
군인 아저씨가 다른 군인아저씨들을 총으로 쏴서 죽였어. 그럼 누가 그 아저씨를 잡아갔을까. 헌병이요. 그래 맞아. 그런데, 그 군인 아저씨는 왜 다른 아저씨들을 죽였어요? 아,, 그건 다른 아저씨들이 그 군인 아저씨를 많이 괴롭혔기 때문이야. 왜요?
응, 다른 아저씨들이 그 아저씨를 왕따 시켰거든. 기수열외라고. 해병대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군인 아저씨를 왕따로 만들어서 다 함께 괴롭히는 전통이 있어. 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늘 아이들에게 이것 하지마라, 저것 하지마라, 나무라는 건 어른이지만, 사실 이것, 저것 다 하는 게 또 어른이라 가끔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를 때가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면서 익힌 사람이 어른일 터. 그러나 아는 건 실천과는 별개라서 화나면 욕지기도 하고, 바쁘면 무단횡단도 한다. 막연한 바람으로 어른도 사람이니. 애들이 이해해주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어른들도 왕따를 괴롭혀라는 말은 하기가 참 낯 부끄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