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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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적어도 6초에 한 번씩 장면을 바꾼다고 한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도록 극적인 곳에서 멈추고, 이야기는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루한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루하다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짬을 이용해 휴식하는 우리에게 지루함은 곤욕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무겁고, 어렵운 주제, 방대한 양의 책은 기피 대상 일위다.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어떤가. 400페이지, '저주받은 3대 가족의 이야기' 독자의 흥미를 끌수 있을까.   

140Kg의 거구 오스카 와오. 책, 게임과 SF에 빠져사는 오타쿠다. 같은 오타쿠친구들 사이에서도 오타쿠다. 한번 마음에 든 여자에게 빠져들면 순정을 다 바친다. 그런 여자를 찾기위해 눈에 띄는 '아무' 여자에게 무작정 들이대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 23살이 되기 전 까지.  

오스카의 누나 롤라. 혼자 스스로 자랐다고 말한다. 긴 다리를 가졌다. 인기가 많다.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기도,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기도 한다.  좋은 누나, 나쁜  딸이다.  

벨리시아. 오스카의 엄마다. 의사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를 두었지만 그들을 만난 적 없다. 고모가 발견 하기 전까지 이곳 저곳 팔려다니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슴이 비이성적으로 커지면서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부잣집 도련님이나, 갱스터나, 벨리가 순정바친 남자는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원하는 게 달랐으니.  

의사 아버지 아벨라르.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의사 양반. 아름다운 간호사 부인과 사랑스런 두 딸을 두었다. 도미니카를 30년 넘게 지배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눈에 첫째 딸이 들기 전 까지. 어린 딸의 순정을 지키기 위해 아벨라르 결국, 감옥을 택한다. 부와 명성은 날아가고 가족은 죽는다. 저주의 시작이다.  

3대에 걸친 저주의 서사시다. 그런데 무엇이 저주란 말인가. 트루히요 시절, 그에게 딸을 바치지 않은 자가 누가 있었나. 아벨라르가 명령을 거절한 것이 저주인가. 그렇담 명령을 받아들인 아버지들과 가족은 편안히 살았을까. 거구 오타쿠 오스카는? 거구라는 것이 저주인가. 오타쿠가 저주인가. 사랑에 거절당한 것?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거?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거? 그런데 이거 우리 이야기 아닌가.  

   
  인생이란 그런 거다. 아무리 열심히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버린다. 누군가 나한테 묻는다면, 난 세상에 저주 따윈 없다고 대답하겠다. 삶이 있을 뿐. 그걸로 충분하다고.  
   

  삶이 저주다. 저주 가득한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지는 각자의 묷일 게다. 그래서 오스카 와오는 어떻게 짧고 놀라운 삶을 살았냐고. 그는 타살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하룻밤. 그는 '평생 짐작 조차 할 수 없었던 커플만의 친밀함'을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었냐며, 이토록 아름다운 인생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며 탄식한다. 앎에 대한 대가는 총알 한 방.  

과연 놀라운 삶인가. 평생 사랑 쫓다 결국 사랑 때문에 죽은 남자의 이야기가. 대학걱정, 취업 걱정, 결혼 걱정, 내 집마련 걱정없고, 꿈? 자아실현? 명예? 욕심없는 이 남자. 살 빼려고 조깅하다 한 달도 못 견디고 포기한 남자. 왜 이 오타쿠가 놀라운 삶이냐면... 그 누구도 이러고 죽지 않으니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친밀함이 죽어도 좋을 만큼 좋았으니까. 이것이 인생의 아름다움이고, 이 오타쿠는 그걸 알았던 거다. 걱정 많고 겁 많은 우린 못하는 걸 그는 했다. 우리가 그를 찌질이라 불러도 상관없이.  

이것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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