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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화 ㅣ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사진 같은 그림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그리도 똑같이 표현할 수 있는지, 그린 이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오밀조밀 현실의 모습을 치밀하게 묘사한 그림들이 거의 없다. 가끔은 도대체 왜 이 그림들이 그리도 칭찬받고 거액에 거래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다.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고.
요즘은 모방능력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에 더 가치를 둔다. 그래서 임지홍보다는 아명이의 그림이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명이의 그림 중 '벌레 세상'을 보면 곽선생의 말대로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차밭에 나타난 벌레들이 아명이 형제의 옷과 밥풀 그리고 찻잎을 뜯어 먹고있다. 벌레 때문에 차 농사를 망치게 되면 아명이네 가족은 옷도 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벌레를 싫어하고 차밭을 걱정하는 아명이의 감정이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은 표현이다. 누군가의 그림을 모방하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든,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여 그리든 그림은 그린이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역으로 그림을 통해 그린 이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다. 이때 그 사람의 의도 혹은 생각이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그런 그림이 표현력이 뛰어난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임지홍보다 아명이의 그림이 더 뛰어나고 미술관에는 알 수 없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런 그림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해설을 해줘야지만 이해가 된다면 혹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한다면, 그 소수가 가진 권위에 의해 그림이 인정받아도 되는 걸까. 어떤 미적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예술은 예술일까. 왜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지홍이의 그림은 미술계에서 예술이 될 수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