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과 읽어야 하는 책을 읽는 것이 다르듯이  누구도 보지 않을 글을 써 내려가는 것과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 다르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주체는 나다. 책을 읽는 이유도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읽어야 하는 책을 고르는 주체는 타인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행위는 타인의 욕구과 맞닿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글, 일기장은 내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설명하거나 설득할 이유도 대상도 없다. 독자는 나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쓸때는 '타자'라는 대상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가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써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에는 형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형식에 맞춰 글을 쓰다보면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게 된다.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을 두고 상념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넘어가지 않으면 선 안에 생긴 여백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고 넘어가면 형태를 잃어버리고만다. 반면 형식을 벗어난 글은 자칫 유아론에 빠지기 쉽다. 나만이 알아보는- 어린왕자의 모자처럼 말이다. 물론 글을 잘쓰는 전문가는 굳이 형식을 신경쓰지 않고도 한편의 완성된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그 글에는 분명 형식이 있다. 단지 형식에 맞춰 글을 쓰지 않았을 뿐, 형식이 없는 것도 무시한 것도 아니다.  

나의 지론은 이것이었다. 형식에 맞추어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기본이 있어야 즉 형식이 있는 글을 쓸 줄 알아야 이 기술을 변용해 더 다양한 글을 써 내려가 갈 수 있다.그래서 일단은 형식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초보자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도 어려운데 형식까지 맞추려면 글을 쓰기 전 겁부터 집어먹을 것이다. 엔 라모트는 '당신은 일단 무슨 문장이든지 써볼 필요가 있다. 내용은 뭐라도 상관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종이 위에 쓰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글쓰기 수업, 웅진윙스)고 했다. 모든 글은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하기에 일단은 쓰고, 고쳐쓰기 과정에서 형식을 만들라는 말이겠다. 결국, 형식을 고려하되 처음부터 형식을 만들어 내용을 끼워 맞추지 말고, 내용을 먼저 쓰고 형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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