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말했다. 2008년 겨울, 그는 최전방에서 군복무 중이었다. 당시 대선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철색 선까지 방문해 고생하는 장병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그 구석까지 찾아온 대통령을 보고 그는 감동했다. 그 이후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이 사람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군 면제라는 사실을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였다.(이명박 대통령은 군 면제가 아니라 입소했으나 질병으로 축출 당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군 복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멈출까. 감동을 받은 이유는 대통령이 최전방에 방문했기 때문이지만 대통령이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는 곧 지지를 철회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선 이유 불문하고 군복무를 제대로 했느냐 안했느냐가 그 만큼 중요하다.
66년 전 오늘,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 2세가 2차 세계대전에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해 전사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형이다. 케네디가는 미국의 전통적인 귀족가문이다. 당시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는 리더가 되기 위해 참전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했고, 심지어 면제를 받은 자식을 입대시키려고 정치적인 영향력까지 썼다고 한다. 이는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사례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정치인들이 존경받고 지지를 얻으려면 모범을 보여야한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권력자들의 자식이 군대에 있다면 과연 이라크 파병을 보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그 만큼 낮다는 얘기다. 그들이 진심으로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한 후에 내리는 결정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이라크에 파병 보내는 것은 물론 사대강을 파헤쳐도 국민들은 그들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식들은 물론 본인들도 떳떳하게 군 생활을 하고, 위장전입으로 세금포탈하지 않는 등 모범 시민이면 충분히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빌 게이츠처럼 재산의 절반은 내 놓는 것도 아니고, 케네디처럼 군 면제받은 아들 강제로 군대로 내 모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합법적으로 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 정치인들은 이것도 어렵다고 하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