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체면 연줄 그리고 한국인의 인간관계
임태섭 지음 / 한나래 / 1995년 2월
평점 :
절판


서양과 다른 특별한 사회 행동과 한국인의 심리 특성을 가장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서양 사회와 문화를 알면 알수록 나를 더욱 궁금하게 했던 것은, 무슨 이유로 한국인들은 그들과 다른가였다. 그리고 그들과 분명이 어떻게 다른지도 조목조목 알 고 싶었다. 이런 나의 가려움을 100%는 아니더라도 80%정도는 긁어준 책이 이 책이다.

'정과 한'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하는데, 단순 사전적 의미를 넘어 한국의 심연 속에 녹아 있는 그 느낌을 객관적으로 잘 분석하고 있다. 글로써 표현하기 힘든 한국인들의 그 숨겨진 애정감정과, 결국 그 부족함이 한으로 승화되어 버리는 우리 마음속의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기 쉽게 끄집어 내고 있다. 역시 겉으로 보아서는 우리 한국인들의 감정을 알기 힘들다. 그들 속에 숨어버린 깊은 정과 쌓여진 한을....

그 뒤를 이어 '체면과 눈치', '연줄과 인맥'이 나오는데, 역시 한국인 하면 따라 다니는 단어들이다. 앞의 정과 한 이야기는 좀 지루할지 몰라도 뒤의 이 두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들은 우리가 저런 심리와 문화를 같게 된 이유와 그 형태를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꼭 무슨 내 마음을 해부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라웠고 정확했다. 그리고 매우 특별했던 것은 저자들은 저 주제를 논하면서 명확히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글을 보면서 좀 답답함을 느껐는데, 나중에는 고개를 저절로 숙어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학계에 몸을 담은 과학자들이지 정치가나 웅변가가 아님을 절로 알았기 때문이다. 평가는 우리 스스로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런 선악 평가는 자제하면서, 체면과 눈치로 인한 한국인 특유의 갈등 문제에 대해 전략등을 제시해 보고 있다는 거다. 한국인은 원래 그렇지 하며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조금이나마 좋고 힘들지 않는 방향을 행동을 변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쉽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이 책은 품절이라 표시되어 있다. 모두들 알 것이다. 절대 저자들이 이 책을 많이 팔아 볼려고 이 글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와 학계에 꼭 필요한 책이기에 그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도서관을 통해서라도 원하는 이들에게 읽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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