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평소 좋아하는 작가 이름에 항상 들어가있는 아멜리 노통.
아주 긴 소설보다는 중편 정도의 짧은 소설이 많다 보니
가볍게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라 더욱 끌리는 듯 하다.
처음 그녀의 책을 읽은 건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그녀의 데뷔작이었다.
살인자인 주인공의 말도 안 되는 괘변을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빠져드는 책.
순식간에 읽었지만 읽은 후 쉽게 책을 닫을 수 없었다.
올해로 데뷔한지 22년인데 아직도 자국에서 그녀의 신간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작가인 듯.
제목처럼 이 소설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그녀의 스타일로 각색한 내용이다.
황금과 중세 사상에 사로잡힌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는
자신의 고귀한 에스파냐 혈통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로 망명한 선조에 의해 파리에 있다.
그는 파리 7구에 있는 화려한 저택에 살고 있으며, 속세의 천박함에 20년째 두문불출 하고 있다.
매일 그는 요리 하고, 종교 재판 기록도 읽고, 옷도 짓는다. 그리고 여자를 만나기 위해 방을 세놓는다.
사튀르닌이 오기 전 저택에 세 들었던 8명의 여자는 실종된 상태이고, 아홉 번째 세입자로 사튀르닌이 들어온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저택을 구경시켜 주며 한가지 당부를 한다.
"이 방에는 들어가지 마시오. 단, 문은 잠겨 있지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사튀르닌은 싼 값에 좋은 방을 얻게 되었으니 그런 금기 따위는 무시하기로 한다.
짐짓 무심한 척하던 사튀르닌은 하루하루 돈 엘레미리오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 수상한 집주인에게 깊이 빠져 버린 사튀르닌.
그녀는 결국 이전 세입자들의 실종은 돈 엘레미리오와 무관하며 그는 결백하다고 믿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
어느 새벽, 그녀는 그의 결백을 확인하기 위해 돈 엘레미리오의 침실로 식칼을 들고 쳐들어가는데...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수염>의 줄거리는 샤를 페로의 동화와 거의 같다.
하지만 노통브 특유의 비유와 위트와 유머가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론을 기다리게 한다.
특히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이 저녁 식사때마다 서로를 탐색하며 벌이는 대화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재미있는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자리잡고 앉아 읽으면 1, 2시간만에 볼 수 있는 소설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신경쓰다 보면 서너시간이 후딱 지나가게 만드는 소설이다.
사람 사이의 신뢰란 무엇인지,
왜 돈 엘레미리오는 들어가지 않아야하는 방을 열어놓았는지,
왜 돈 엘레미리오는 8명의 여자가 들어가 죽음을 당한 그 방의 문을 여전히 열어놓았는지.
방에 들어간 돈 엘레미리오를 왜 사튀르닌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에게 샴페인이란 무엇인지 등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평소 아멜리 노통브를 좋아했거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영화나 놀이기구를 좋다한다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소설.
한가지, 프랑스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유머나 그녀만의 비유가 종종 나와 각주를 봐야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