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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4년 2월
평점 :
드라마 작가인 사촌 언니 집에 놀러갔다 우연히 책상 위에서 발견하게 된 책.
재밌게 읽었다는 언니의 말에 솔깃해져 빌려오긴 했으나 제목에서 느껴진 건 여느 연애소설에서처럼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번역 작품임에서 불구하고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필치가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특별하고 특이한 내용을 담기보다 평이하고 일상적인 삶을 작가는 소리 없이 조용하게 그녀만의 스타일로 독자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골리와 같이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점은 고골리가 이민 2세로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슬픔 그리고 기쁨이 예전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였다.
이 책은 전통을 중시하는 인도에서 한 청년에게 일어난 기차사고가 그로 하여금 미국행을 결정하게 하고, 이로 인해 한 여인의 삶이 바뀌고...이들에게 아이가 태어나고...미국이라는 사회에 한 구성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들의 삶을 통해 미국이라는 사회를 바라보게 해 준다. 어쩌면 그래서 이책이 뉴요커들에게 인기가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는 미국,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였었는지도, 아니면 지금 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고골리의 <외투>를 통해 인도의 문화, 미국의 문화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고골리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대명사로 불려져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다분히 회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든 이 차이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를 둘러싼 문화는 우리를 구성하는 또 무엇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고골리는 인도인으로 미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이 되어가고 있는 고골리만이 느껴져 섭섭함마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