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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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작년 여름, 중국을 다녀왔던 일들이 계속 생각났다. 북경의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그리고 세련된 도시 상해...

그러면서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자금성의 그 웅장함이, 이화원의 그 아름다움이 좀 더 살아서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호수 하나를 파서 산을 만들었다는 이화원...군자금으로 자신의 정원을 만들었다는 서태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녀에 대한 나도 모르는 반감이 생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인간 서태후를 만나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녀가 태후가 아닌 예술가로 남았더라면, 중국은 위대한 예술가를 얻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를 향한 그녀의 끊임없는 사랑, 또 그녀를 향한 한 남자의 사랑과 충성...그래서 이 책은  서태후를 우리에게 더 가깝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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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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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던 오빠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시작부터 기묘하게 다가온 키친!

부엌이라...

그 기묘함이 이 책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주인공 미카게는 부엌을 좋아한다. 그 곳에서 자고 먹고...일상적인 일들을 이 곳에서 하기를 즐겨한다.

그러나 미카게는 여기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직면하기 어려운 죽음의 문제였다. 할머니의 죽음을 또 그런 상처입은 자신을 보듬어 주던 한 남자의 아니 한 여자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치유하기 위해 그는 부엌으로 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에는 죽음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만월이 그러하고 달빛 그림자에서도 그러하다.

일본인의 특유한 정서가 느껴져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지만, 작품 전체의 간결한 문체와 뛰어난 형상화는 이 작품을 쓴 사람이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라는데 공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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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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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인 사촌 언니 집에 놀러갔다 우연히 책상 위에서 발견하게 된 책.
재밌게 읽었다는 언니의 말에 솔깃해져 빌려오긴 했으나 제목에서 느껴진 건 여느 연애소설에서처럼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번역 작품임에서 불구하고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필치가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특별하고 특이한 내용을 담기보다 평이하고 일상적인 삶을 작가는 소리 없이 조용하게 그녀만의 스타일로 독자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또한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골리와 같이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점은 고골리가 이민 2세로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슬픔 그리고 기쁨이 예전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였다.  

이 책은 전통을 중시하는 인도에서 한 청년에게 일어난 기차사고가 그로 하여금 미국행을 결정하게 하고, 이로 인해 한 여인의 삶이 바뀌고...이들에게 아이가 태어나고...미국이라는 사회에 한 구성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민자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들의 삶을 통해 미국이라는 사회를 바라보게 해 준다. 어쩌면 그래서 이책이 뉴요커들에게 인기가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는 미국,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였었는지도, 아니면 지금 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고골리의 <외투>를 통해 인도의 문화, 미국의 문화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고골리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대명사로 불려져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다분히 회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든 이 차이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를 둘러싼 문화는 우리를 구성하는 또 무엇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고골리는 인도인으로 미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이 되어가고 있는 고골리만이 느껴져 섭섭함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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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물망초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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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에 나는 지금 푹 빠져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집'에 대한 그녀의 애착을 엿볼 수 있다. 11살 짜리 소녀, 제인의 집을 향한 강인한 애착은 처음엔 이해되지 않고 그 낯설었지만, 그녀와 같이 생각하고 사물을 살피면서 어느 듯 그 집을 향한 사랑은 나의 것이 되었다. 나도 그런 집이 있다면, 나도 그런 이웃을 가질 수 있다면...
법적인 이혼이 아니었을 뿐이지 이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부모님 밑에서 11살짜리 소녀가 겪어야 할 상처는 이 소설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몽고메리 소설에서 여주인공들의 밝은 성격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아름다운 자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은 그 때문에 제인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사랑을 다시 발견하고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몽고메리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난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향한 그녀의 강렬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고 꼭 가보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녀가 캐나다의 위대한 작가가 된 것은 '앤'을 창조한 이유이기도 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녀의 나라를, 그녀의 섬을, 그리고 그녀의 집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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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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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의 친구들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추천해 준 책이다. 그러곤 바로 사 놓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은 여섯 달이 지난 오늘에서이다. 몇 번이나 손에 들었다가 놓은 이유는 처음 몇 페이지에서 느낀 섬뜩함 때문이었다.

'향수'라는 제목과 어떤 면에서 너무나 어울릴 수 없었던 그 섬뜩한 그르누이의 출생이 선뜻 이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작가의 치밀한 사건전개는 그르누이가 냄새를 빨아들이듯 나를 빨아 들였다.

신기한 것은 그르누이는 좀머씨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서 떠나 있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또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르누이가 선택한 마지막 자신의 죽음은 사람들과 같아질 수 없음을 알게 되어서, 그 존재 자체로는 결코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음을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살인자 그르누이가 독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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