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전10권 세트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여러 유명한 문인들은 이 책을 찬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찬사가 없었을지라도 '대하예술소설'이라는 장르가 낯설게 다가와 그 자리에서 서성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권을 덮으며 이 책은 '예술소설'이라는 명칭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적절하지 않게 느껴졌다. 곱게 꿰매 놓여진 문장들은 그냥 소설에서 쓰여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노래와 같이 운율은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떤 분의 말씀처럼 소리로 읽으면 하나의 '판소리'가 될 듯도 싶다.
최명희의 문체는 한마디로 신들린 것이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매안 어느 뒷길에서 거멍골 밤길에서 서성이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슬픔이 나의 것이 되고...그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강모와 강실이...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종손으로 태어났으나 그 짐을 너무나 무거워 했던 강모...그러나 그 짐은 그의 우유부단함과 나약함으로 더 무거워 지고 또 그 짐을 벗어버리겠다고 떠난 봉천...그러고도 벗어지지 않는 짐들. 그 속에서 하염없이 무너지는 것은 너무도 연약해 미워지기까지 하는 강실이었다.
그 혼란 가운데 대나무 같이 버티어 서는 종부 효원. 그 혼란을 서서히 휘저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몸부림치는 거멍골 사람들.
'혼불'이라 함은 이러한 사람들 각자의 열망이 아닐까. 그것은 양반이라 더 한 것도 아니요 상놈이라 없는 것도 아닌 각자의 세상을 향한 열망...
소설 곳곳의 세시 풍속은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갑자기 이 책은 어떤 탁월한 번역가도 번역할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작가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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